[뉴스엔 하지원 기자]

배우 이수미가 0% 싱크로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걸' 안은숙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마스크걸'(각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극중 교도소 내 절대 권력자 안은숙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이수미는 9월 14일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별명이 '오즈의 마법사' 겁쟁이 사자였다"며 안은숙과는 전혀 다른 본래 성격에 대해 털어놨다.

안은숙은 수감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차원이 다른 재력과 인맥으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하는 인물. 이수미는 그런 안은숙과 혼연일체 된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이수미는 여린 소녀 그 자체였다. 작품과 연기력에 대한 칭찬에는 한없이 수줍어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걸' 속 안은숙을 도대체 어떻게 연기한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이수미는 1997년 '조수미와 함께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봄'으로 공연계에 데뷔, 무려 27년 차 배우다. 100여 개의 작품에서 입체적 캐릭터를 연기한 이수미는 2019년 드라마 '사랑의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로 매체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MBC '그 남자의 기억법' 등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수미는 "내성적이라 '대중한테 내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며 "매체 연기는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연습 중 손발을 다쳐 대극장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소소한 리얼리즘 연극보다는 정통연극을 많이 했기에 움직임이 많았다. 육신을 못 쓰게 됐을 때 오는 절망감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공교롭게도 미래에 관해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에,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섭외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수미는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극한의 상황,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섭외 전화가 왔다. 아마 내가 건강했으면 거절했을 수도 있다. 철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성적 성격 탓 '마스크걸'에서 직접 의견 제시하는 것도 많은 눈치를 봤다는 이수미는 "배우가 아무리 시도하고 싶어도 감독님이 배우를 믿어주지 않으면, 또는 감독님하고 생각이 다를 경우에는 실현되기 어렵다. 김용훈 감독님은 날 믿어주셨기에 소심하지만 조금씩 시도해 볼 수 있었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수미는 화려한 연기 경력을 뒤로하고, 대중이 낯선 자신의 모습에 거북함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은 안되면 될 때까지 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 좋은데요', '이거 좋은데요'라며 좋아해 주셨다"며 안은숙을 연기하며 큰 용기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안은숙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가 나를 오래 잡아 주니까,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카메라를 통해 전달되는 걸 느꼈다. '마스크걸'을 통해 처음으로 롤이 커질수록 배우들이 자기 속감정을 더 많이 나눌 수가 있겠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인지도나 인기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매체에서 첫 악역이기도 하고 그 과정 자체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뉴스엔 하지원 oni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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