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가 3류 변호사식 정의를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 연출 장태유)에서 김혜수는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로 분했다.
극중 정금자는 무서울 정도로 질긴 잡초 같은 인물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품위도 벗어던진 지 오래다. 자존심은커녕 “하늘을 보지 않고 별을 따다 드린다. 고객에게 충성하는 충성충 정금자”라고 말하며 파티장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여러분’까지 열창했다.
평생 엘리트의 삶을 걸어온 변호사들은 정금자를 ‘3류’로 칭하며 폄하했다. 정금자가 송&김에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가 ‘길거리 변호사’, ‘하이에나’였기에 가능했다. 정금자 채용을 두고 반발하는 윤희재(주지훈 분)에게 송필중(이경영 분)이 “오물이 튀는 일은 할 만한 손이 따로 있다. 네가 최선을 다할수록 네 손이 더러워진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변호사계에서 정금자의 입지를 알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정금자는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윤희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상대 측 자료를 빼돌렸고, 때로는 자신이 쥔 패를 가지고 협박도 했다. 그럼에도 정금자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속물이라는 것을 애써 숨기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는 점이다.
최근 방송에서는 3류 변호사 정금자가 보여주는 정의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신처럼 가정 폭력으로 학대 받은 의뢰인 백운미(문예원 분)에게 정금자는 어깨의 상처를 내보이며 “너처럼 지옥에서 산 것도 맞다. 그런데 난 오늘을 산다. 너처럼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널 해방시켜줄 수 있다”라고 약속했다.
모든 사람들이 트리니티 교주 백희준(오윤홍 분)에게 회사 지분을 양도받은 후에는 쓰임을 다 한 딸 백운미도 버릴 것이라 예측했지만 정금자는 보기 좋게 백운미의 복수와 돈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도왔다.
서정화(이주연 분)의 사망 사건에서도 정금자는 모든 정황이 하찬호(지현준 분)을 지목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파헤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의뢰인의 부정도 묵인했던 정금자만이 사건의 진실에 주목했다.
또 4월 3일 방송된 13회에서는 정금자의 비서 이지은(오경화 분)와의 인연도 공개됐다. 어머니가 도망간 후 어린 동생들을 키우기 버거웠던 이지은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살려줬던 사람이 정금자였다. 단순한 업무적 파트너, 갑을관계를 떠나서 왜 이지은이 그토록 정금자 일에 발 벗고 나섰는지 밝혀진 순간이었다.
극중 송필중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지위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앞에서는 자신을 포장하기 급급했다면, 정금자는 겉모습은 속물일지 몰라도 그 안에 약자를 측은하게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정금자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는다는 신념으로 주위 유혹과 쉽게 타협하지 않았고, 그를 3류 변호사라고 무시하던 동료들까지 점차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 모습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한편 정금자는 자신의 검은 속을 드러내기 시작한 송필중에게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윤희재와 함께 위기에 몰린 정금자가 어떤 방식으로 부패 세력에게 한 방을 날릴 것인지 이후 전개에 기대가 모인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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