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배우의 모습이 아니라 더 눈길이 간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사투리가 매력적이고, 화장기 하나 없는 싱그러운 피부에서 빛이 나는 김소희다. 우연은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라고 했던가. 평범한 대구 여중생이 우연한 기회로 영화 '비밀은 없다'에 캐스팅됐고, 바스트 샷이 뭔지 풀 샷이 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난도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솔로몬의 위증'으로 브라운관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김소희에게 연기는 이제 운명. 처음 하는 인터뷰지만 "그냥 제 얘기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연습은 안 했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김소희에게서 차세대 스타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소희는 '솔로몬의 위증' 촬영을 위해 모친과 서울에서 4개월가량 머물렀다. 김소희는 "학교는 못 갔다. '기타 결석'으로 처리됐다"며 "학교 친구들은 제 얘기보다 '장동윤 오빠 잘생겼냐' '이 오빠는 어떻냐' '저 오빠는 어떻냐' 이런 걸 물어봤다. 여자애들은 오빠들이랑 영상 통화 한번만 시켜달라고 하고, 남자애들은 솔빈 언니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나중에서야 제 연기 모니터를 해주더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2000년생 김소희는 올해 18살. 동료 배우들과 맥주 한잔 즐기기엔 아직 어린 나이다. 김소희는 "마지막 촬영 날 롤링페이퍼를 했는데, 언니 오빠들이 '성인 되면 만나자' '술 먹자'고 써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김소희는 "촬영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생일에도 촬영을 했었다. 사실 생일에 촬영을 하고 있어서 우울했다. 집 생각도 나고 아빠도 보고 싶었다. 근데 배우들과 스태프분들이 몰래 케이크에 불을 붙여서 생일 노래를 불러주더라.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극 중 김소희가 연기한 김수희는 털털한 성격에 폭넓은 오지랖을 갖춘 활달한 소녀다. 김소희는 "제 성격이랑 엄청 비슷하다. 이름도 비슷해서 '김수희? 김소희?' 이러면서 캐릭터 설명을 봤는데, 다른 사람이 '김소희 성격 어때?'라고 물었을 때 제가 대답하는 내용이랑 똑같이 적혀 있더라. 긍정적이고 밝고 외향적이고 친구들 챙겨주고 털털하고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그런 게 되게 저랑 똑같았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타지 생활도 씩씩하게 이겨낸 김소희다. 그는 "같이 연기하는 언니 오빠들 중 대구 분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네가 뭐가 힘든지 안다'면서 이해를 되게 많이 해주시더라. 정말 고마웠다"고 밝혔다. 특히 라붐 솔빈은 김소희에게 '서울말'을 알려줬다고. 그는 "사투리는 엄청 고친 거다. 솔빈 언니랑 붙는 신이 많아서 언니랑 항상 같이 있었는데, 옆에서 제가 계속 '이거는 서울말로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줬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평범한 여중생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건 운명적인 일이었다. 김소희는 "저는 원래 성격이 외향적인데, 엄마 아빠는 공부만 시키고 싶어 하셨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 교감 선생님께서 저를 예쁘게 보셨나 보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소희가 끼가 있는데, 연기학원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며 "그렇게 연기학원을 1달 정도 다녔는데, 선생님이 영화 '비밀은 없다' 오디션을 학원 친구들에게 다 보라고 하셔서 그냥 안 될 거라 생각하고 봤다. 그런데 운 좋게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우연찮게 접한 연기의 매력에 그야말로 푹 빠진 김소희는 "엄마도 그렇게 꽉 잡고 있던 학업에서 손을 놓으셨다. 이제는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며 "저도 솔직히 공부보다는 연기가 맞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김소희는 롤모델로 '비밀은 없다'에서 함께 연기한 손예진을 꼽으며 "선배님이 제가 처음인 걸 아시니까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특히 선배님이 대구분이시다. 그래서 저랑 떡볶이 얘기도 하고, 어느 학교냐고 얘기하고, 되게 편하게 대해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17년 김소희의 목표는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것. 그는 "입시도 신경 써야 되고, 연기는 제 본업이니 당연히 열심히 해야 된다. 두 개를 모두 잘 하는 게 제 목표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또 김소희는 시청자들에게 "'솔로몬의 위증' 속 제 캐릭터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진짜 현실 고등학생 같다'는 말이 정말 듣기 좋았다. 그만큼 리얼했다는 말이니까 그런 칭찬이 감사했다"며 "틀에 박힌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여러 장르를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뉴스엔 김명미 mms2@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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