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슈퍼주니어의 입담으로 뜨거웠던 지난 목요일밤이었다. 하지만 데뷔 10주년 슈퍼주니어의 내공은 예능감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단단히 마음먹고 돌아온 'Devil'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내공이 여실히 입증됐다.
'Devil' 뮤직비디오는 마치 여러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을 줬다. 비단 세련된 영상미만이 아니라 슈퍼주니어가 겪어온 10년간의 파란만장한 세월, 그간의 내공이 응축된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곡에서 하나의 다른 콘셉트로 변신하기도 쉽지 않을진대 슈퍼주니어는 하나의 곡에서 여러 번 변신을 거듭하며 '슈퍼주니어가 이렇게 내공이 쌓인 그룹'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서 동해는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추격자로 분했다. 이어 등장한 시원은 특유의 '미국 느낌'을 살려 외국 여성과 키스신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규현은 취조실에서 미녀를 대면해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예성, 희철, 시원은 서부 영화에 등장할 법한 술집을 배경으로 카드 게임을 벌였다. 세 겜블러들은 눈빛을 번뜩이며 카드 패를 확인했다. 소위 '악마의 숫자'라는 6이 연달아 뜨며 곡의 제목인 'Devil'을 가리켰다. 또, 자동차 보닛을 열고 수리를 하거나 작당 모의를 하는 듯 눈빛을 교환하는 슈퍼주니어의 모습은 꽤 매력적이다.
그 외에도 뮤직비디오에는 극적인 장면이 많이 포함돼 있다. 강인은 사무실에서 대면한 시원에게 총구를 겨누고 이특과 예성은 007가방을 들고 도주하다가 경찰에 뒷덜미를 잡힌다. 은혁과 려욱이 잠복이라도 하는 양 복고풍의 바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무성 필름 같은 효과를 낸다. 또, 멤버들은 길거리의 댄서들로 변신해 미인들에게 노골적인 유혹의 제스처를 취하고 마지막엔 미녀를 쫓아 타오르는 화염 속에 서기도 한다.
변신을 거듭하며 화려함을 뽐내는 영상과 달리 음원에선 여유가 흐른다. 매력적인 도입부의 솔로 기타로 시작해 끝날 때까지 매끄러운 진행이 이어진다. 15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규현은 "믿고 거르는 슈퍼주니어 노래라는 댓글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고 이특은 "듣고 욕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노래는 정말 다를 것이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런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Devil' 음원과 뮤직비디오다. 듣고, 보고 욕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잔뜩 힘을 주고 카메라를 노려보는 것이야 갓 데뷔한 신인도 할 수 있지만 4분 29초 뮤직비디오에서 계속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세련됨을 유지하고, 데뷔 10주년 스페셜 앨범으로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타이틀곡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사진=슈퍼주니어 'Devil' MV 캡처)
강희정 h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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