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어떤 말들이 시청자의 가슴에 와닿았을까.
12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2012 KBS 연기대상'이 열렸다. 2012년 한 해 동안 KBS를 꽉 채운 드라마와 배우들의 축제였다. 여기에 각 세대를 대표하는 유준상, 윤여정, 이종석 세 MC가 진행을 맡아 세대를 아우르는 진행을 펼쳤다. 그만큼 다양하고 개념 찬 발언들이 쏟아지며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2 KBS 연기대상' MC를 맡은 윤여정은 단막극 연기상 시상 직후 최근 불어닥친 단막극 폐지바람을 향한 소신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윤여정은 "나도 10여년 전에 단막극을 했다. 당시 함께 연기했던 이민기도 신인이었고 김규태 감독도 신인이었다. 단막극은 신인들을 발굴할 수 있는 무대다. 상업적으로 타산이 안 맞아서 없어진 적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KBS에 좋은 드라마가 있기까지 단막극이 뿌리가 아닌가. 노배우로서 KBS만큼은 그 명맥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칭 노배우의 뼈있는 일갈이 시청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준 것이다.
▲유준상-홍은희-송중기-조윤희 얽혀버린 이상형 “한 번 직접 살아보세요"
유준상 홍은희 부부를 둘러싸고 송중기와 조윤희가 발칙한 이상형 선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평소부터 홍은희를 이상형으로 꼽았던 송중기는 이날도 역시 홍은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유준상의 질투심을 자극했다. 홍은희 역시 송중기와의 백허그를 요구하는 등 재치있게 대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의외 복병은 조윤희였다. 조윤희는 "유준상이 이상형이다. 유준상 같은 남편과 살고 싶다"고 말하며 홍은희를 자극했다. 이에 홍은희는 "한 번 직접 살아보세요"라고 말하며 혀를 찼다. 대한민국의 워너비 부부, 유준상 홍은희를 둘러싼 배우들의 유쾌한 질투 자극이 딱딱할 수 있는 시상식에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이희준 "연기 시작하고 14년 만에 신인상 탔네요"
무명배우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린 한 마디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2012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희준은 이날 '2012 KBS 연기대상'에서 20대 배우 이종석과 함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에 이희준은 "연기를 시작해서 연극까지 14년 만에 신인상을 받았다. '넝쿨당' 8개월간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희준의 14년 무명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 소감이었다. 여기에 최근 '전우치'에서 이희준이 겪고 있는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도 되짚을 수 있는 기회가 된 발언이었다.
▲박기웅 "여기 참석하지 못한 배우가 더 많습니다"
'각시탈'로 남자 조연상을 받은 박기웅이 개념 꽉 찬 소감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을 꼬집었다.
조연상 트로피를 받아든 박기웅은 "저희 드라마에는 여기 참석한 배우들 말고도 정말 수많은 배우들과 단역 배우들 보조출연자들이 계시다. 이 상을 그 분들께 돌리고 싶다.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극의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겸손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다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정작 소수의 인원만 주목받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현준 "즈질. 증말"
여자 연기 대가 신현준은 수상소감마저 아줌마스러웠다.
'울랄라부부'로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신현준은 동료배우와 스태프, 제작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후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려는 신현준에게 MC 유준상은 "아줌마 연기 한 번 해달라"고 요구했고 신현준은 천연덕스러운 "즈질. 정말"로 재치있게 응수했다. 올 여름 신현준의 기막힌 여자연기로 배꼽 잡았던 시청자를 다시 웃긴 한마디였다.
▲주원 "故 보조 출연자, 명복을 빕니다"
주원은 '각시탈' 촬영 중 고인이 된 보조 출연자를 애도하는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각시탈'로 장편 드라마 부문 우수 연기상을 획득한 주원은 트로피를 받아들고 환한 웃음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이어 주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각시탈 촬영하면서 참 안타깝게도 보조출연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 분의 명복을 빌며 감사하단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는 배우 주원이 되겠다"며 애도의 뜻을 담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각시탈'은 촬영 도중 보조출연자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끌시끌 홍역을 앓았다. 이후 드라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러 잡음을 겪어야 했다. 주연배우의 책임감 있는 애도소감은 시청자로 하여금 고인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김남주 "왜 검은 눈물 흘러요? 내가 창피해요?"
여배우의 검은 눈물,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국민드라마 '넝쿨' 중심에 서 있던 김남주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언론 등에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지만 직접 트로피를 받아든 김남주가 느낀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수상소감을 말하는 김남주 곁에 서 있던 '넝쿨' 파트너 유준상은 김남주의 눈물을 닦아줬다. 이에 김남주가 "왜 지금 검은 눈물 흘러요? 내가 창피해요?"라고 재치있게 대응했다. '넝쿨' 속 당차고 똑소리나는 차윤희 모습 그대로였다. 검은 눈물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여배우는 많지 않다. '넝쿨' 속 차윤희, '넝쿨' 밖 김남주의 이런 당당함이 그녀를 대상으로 이끈 것이다.
◇ 2012년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리스트
▲대상=김남주
▲최우수상 여자=문채원
▲최우수상 남자=유준상 송중기
▲장편드라마 부문 우수상 여자=윤여정
▲장편드라마 부문 우수상 남자=주원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상 여자=이보영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상 남자=엄태웅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여자=장나라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남자=신현준
▲일일극 부문 우수상 여자=김예령 서지혜
▲일일극 부문 우수상 남자=김영철 김동완
▲베스트커플상=송중기 문채원, 이상윤 이보영, 이희준 조윤희, 유준상 김남주
▲네티즌상=윤아 송중기 문채원
▲조연상 여자=조윤희
▲조연상 남자=김상호 박기웅
▲신인상 여자=오연서 진세연
▲신인상 남자=이희준 이종석
▲방송 3사 PD가 뽑은 연기자상=엄태웅
▲인기상=주원 배수지
▲작가상=박지은
▲청소년연기상 여자=남지현
▲청소년연기상 남자=노영학
▲연작 단막극상 여자=유다인 박신혜
▲연작 단막극상 남자=연우진 성준
이나래 na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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