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간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숨가쁘게 달려와 국민예능프로그램으로 거듭난 MBC '무한도전'이 오는 4월12일 100회 특집 방송을 맞는다.
무모한, 무리한도전에 이어 2006년 5월 독립프로그램으로 첫발을 내디딘 무한도전은 그해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줄곧 KBS 2TV '스펀지'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각축전을 벌여왔다. 이들은 '미셸위'를 만나고 '월드컵'에 열광하며 '더위를 피해(납량)' '아이스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김태희'도 만났고 '김장'도 담갔다.
‘강변북로가요제’로 디지털 싱글 음반까지 취입한 이들은 무인도에 이어 '개그실미도'에서 몸개그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후 ‘네 멋대로’ 여섯 남자는 '서울나들이'를 하면서 '김연아'를 만나는가 하면 '가을운동회' 이후 MBC 공채에 도전, 'PD면접' 등을 거치며 시청자들과 함께 웃었다.
평균 이하의 여섯 남자들이 '댄스스포츠'에 도전하면서 무한도전의 거침없는 질주는 가속을 시작했다. 몸개그는 자신 있어도 춤은 젬병인 이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도전기는 시청자들을 감복케 하며 무한도전에 감동 코드를 더했다. 이후 ‘달력’을 만들고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무한한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무한도전은 2007 MBC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이라는 잊지못할 선물을 받았다.
새해를 맞아 '용궁'을 찾아 바스켓 위에서 어리버리하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산'을 만나더니 시청률 30%를 작렬했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으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안방마님으로 호령하던 '상상플러스시즌1' 이래 오랜만에 쌓은 금자탑이다.
‘혹한기 훈련’을 떠나 눈밭에서 뒹굴고, 훈련소 입소하는 땅꼬마 하하를 위한 '게릴라 콘서트'를 마련해 진한 동지애를 과시한 무한도전. 하지만 최근 '인도' 여행을 다녀오더니 그 기세가 주춤하다. 여행이 너무 산만했던 탓일까 시청자들은 그들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왜 다녀왔니?” 되묻는다. 이후 꽃미남스타 조인성과 ‘레슬링’도 한판 하고 ‘식목일’을 맞아 나무도 심었지만 그새 시청률은 순식간에 2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안팎의 매서운 도전에 직면해 왔다. 외부적 도전은 무한도전이 표방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무한도전과 다른 듯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때로는 무한도전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1인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건 다름 아닌 내부의 적이다. 표절, 간접광고 논란 등 무한도전을 둘러싼 불명예스러운 내용이 보도된 경우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시청자들을 흡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이하 여섯 남자들이 무언가에 ‘도전’하는 좌충우돌 과정에서 보여준 웃음과 감동에 매료돼 주말 오후 채널을 고정했던 시청자들마저 무한도전의 최근 여정에는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이는 곧 시청률의 하락과 일맥상통한다.
매일 먹는 밥이 지겨울 때가 있듯이 다소 늘어진 감이 없지 않은 특집이나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과거보다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무한도전에게 초심을, 다른 한편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무한도전에 진지한 자기 성찰과 반추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를 반영하는 황금률 잣대일 수 있는지 역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청률은 당일 화제가 되는 사건이나 기상 조건 등 외부적인 요소에 변화무쌍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위상과 지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임은 분명하나 결코 만능은 아니라는 사실은 주지해야 한다.
놀랍게도 무한도전에 보내는 시청자들의 쓴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무한도전이 100회를 거듭하면서 얻은 수확은 여러가지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찡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시청자들의 사랑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의 무한한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그들이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밝히고 있듯 ‘늘 리얼한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박세연 psyo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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