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해정 기자]

뜨거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야구가 역대 최소 경기(118 경기)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과 호응에 부응하지 못하는 연예인 마케팅이 관중들의 야유를 자아내고 있다.

가수 이찬원은 지난 4월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KBS 특별 캐스터로 참여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기도 했던 이찬원은 안정된 발음과 재치 있는 멘트로 전문 중계인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맞췄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회 말까지 롯데가 0-3으로 뒤처졌다가 7-4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던 만큼 보다 세밀한 중계와 분석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벤트성 스페셜 매치가 아닌 치열한 순위 싸움을 치르는 정규리그라는 점에서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 이찬원을 중계석에 앉히는 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스타 마케팅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는 이해하나 스포츠 중계라는 본질을 잃는 건 곤란하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한 이찬원이 잘하고도 욕먹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 흥행과 중계의 본질 사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반면 순전히 시구석에 오른 개인의 일탈로 경기 분위기를 흐린 '안 좋은 예'도 있다. 그룹 위너 멤버 이승훈은 지난해 8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구자로 나서, 약 18초 동안 자신의 솔로곡 무대를 선보인 후 공을 던졌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를 펼쳐야 하는 마운드 위에서 춤을 춘 것, 시구가 아닌 퍼포먼스에 치중한 것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승훈의 시구 이후 롯데 선발 투수 찰리 반즈가 피칭 전 마운드를 재정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날 롯데가 0대 7로 완패하며 이승훈을 향한 원성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일부 팬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KBO에 "경기 흐름을 방해하는 부적절한 시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KBO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과 선수들의 안전, 그리고 팬 여러분의 관람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향후 시구 행사 진행 시 경기 흐름에 지나치게 방해되는 행위는 자제될 수 있도록 각 구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의 룰은 단지 패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예능을 다큐로 받으면 곤란하고, 시사 프로그램에서 농담 따먹기를 해선 안 되듯이 무대의 성격을 이해하고 관중의 반응을 민첩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퍼포먼서의 필수 덕목이다.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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