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 속 정세옥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던 부분을 짚었다.
박은빈은 4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연출 김정현) 인터뷰에서 정세옥을 준비하고 연기하며 느낀 점을 털어놨다.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박은빈은 정세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제가 맡아보지 않은 결의 역할이기도 했고 캐릭터 자체가 성격적으로 변화 무쌍한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극심한 온도차를 오고가는 데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일관성을 지키려고 했고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라는 설득을 시키고 싶었던 게 배우로서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고 구분 짓는 건 유의미한 작업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혼용할 수 있는 범주를 포함할 수 있는 반사회성인격장애로 만들어나갔다. 사이코패스에 대해 많이들 아시는 특성이 공감 능력이 었다는 것이지 않나.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없는데 세옥이는 감정적인 것 같고 그러면 사이코패스가 아닌거 아니냐는 반응도 봤는데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에만 맞춰진 편견일 수 있겠다 싶더라.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과 무감정은 다른 영역일 수 있으니까. 스펙트럼 안에서 한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사회성인격장애 특성을 참고해서 연기했다. 반사회성인격장애에 소개돼 있는 진단 체계를 저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세옥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캐릭터를 만나면 이미지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어떤 모습으로 시도해볼까 하는 영감이 떠올라서 머리스타일도 날것의 거친 느낌을 내려고 파마 한 번 하고 드라이 안 하고 머리만 감고 말려서 촬영했다. 제가 피어싱이나 문신을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고 의상 같은 부분에서도 의상 실장님이랑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세옥은 붉은 계열을 입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6년 전에는 녹색 계열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6년 전과 현재 대비를 어떤 식으로 좋을까 생각하다가 녹색 계열의 옷을 입어서 좋은 새싹이 될 수 있는 단초로서 녹색 계열의 옷을 입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사복을 제외하고는 사복으로는 푸른 옷을 택했다. 여러 대안책 중에서 덕희와 느낌이 흡사하면서도 의미를 줄 수 있는 것들에 세세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직접 뇌수술 연기까지 했던 현장을 떠올리면서는 "의학용어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작품이었다. 방송을 볼 때도 의학용어에 자막이 안 달리길래 해설을 덧붙이지 않는구나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저희 작품이 메디컬 스릴러로 소개되기는했지만 메디컬 드라마라고 보기에는 의학 용어를 얘기하는 건 두 신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의사역할을 했지만 그 부분 관련해서는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른 결의 의사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량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 가장 압도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그 무엇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쪽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뇌수술 신은 짧은 시간 내에 밀도 높은 경험을 하는 게 즐거웠다. 어렸을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잠깐 꿨는데 배우가 돼서 다른 식으로 실현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의학을 배울 때도 직접 할 수 있게 돼서 새롭고 좋았다. 대역이 없었던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교수님께서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상주해주셨다. 교수님을 통해서 의료인의 이야기도 듣고 실제 상황의 얘기도 들으면서 실제 뇌라면 참 한순간의 손짓으로 운명을 좌우하는 데 있어서 경이로운 작업을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화를 많이 내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의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은 없었을까. 박은빈은 "제 목 건강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화를 이렇게 시시각각 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속이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 세옥 대사 중에 재밌는 대사들이 많았다. '하나 살렸으니까 하나는 죽여야지', '네 생각 안 궁금해' 등의 대사가 있었는데 이런 마인드 괜찮은걸까 하면서도 이런 마인드라면 불도저처럼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통쾌함이 들기도 하더라. 세옥이를 통해 대신 화를 냈기 때문에 영향을 받으면 화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분리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무섭길 바라면서 연기한 적은 없는데 섬찟함이나 행동에 대해서 무서움을 느낀 분들이 많더라. 그런 부분도 재밌었던 것 같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흉내가 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저만의 세옥을 다층적으로 만드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답했다.
박은빈이라는 배우의 기존의 선한 이미지가 세옥과 만났을 때 오는 시너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박은빈은 "이 역할을 맡고 나서 공개해드리기 전에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렵더라. 세옥이 악행을 저지르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거니와 살인도 굳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지는 않았다. 세옥을 맡은 배우로서 세옥이라는 친구를 새롭게 뒀다고 생각했다.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을 세옥과 버무려서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과몰입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바라지는 않았지만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로서 걱정없이 아픈 손가락이 아니게 보내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라든지, 이미지 탈피라든지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안 해본 걸 시도하는 데에 중점이 있었지 저라는 사람에 대해 어떤 이미지로 갖고 계실지 다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인 갈증은 안 해본 표현들이 있어서 그런 지점에서 해갈은 된 부분은 있는 것 같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이퍼나이프'는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박은빈은 오히려 "작품과 캐릭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여정의 마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옥으로서 살아오는 동안 참 치열한 순간들이 많았다. 치열한 순간들을 오늘로써 시청자의 품으로 완전히 넘겨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후련한 마음이 크다. '하이퍼나이프'는 공개된 이후 반응이 잘 가늠이 안 가는 작품이기도 했는데 잘 봐주셨다는 분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며 "시청자분들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세옥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흔적을 남겼나요 라고 되묻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 질문은 차차 받아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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