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배효주 기자]

김형주 감독이 마약 논란으로 개봉을 지연시킨 유아인으로부터 "죽을 죄를 지었다"는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련의 사건들로 멘탈은 더 탄탄해졌다" 말했다.

영화 '승부'를 연출한 김형주 감독은 3월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개봉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2020년 12월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끝낸 '승부'는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복역하면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배급사가 바뀌고, 넷플릭스로 최초 공개하려던 계획도 변경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선을 보이게 됐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개봉을 앞둔 심경을 "만감이 교차한다. 마음고생했던 순간들이 지나간다"고 표현한 김형주 감독.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는 "몇 달 술만 진탕 마셨다"며 "인생이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저의 인생을 돌아봤다. '잘못 살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결혼이나 하자 싶어서 장가갔다. 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눈 떠보니 신랑 입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아인의 마약 논란이 터진 후, 그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나누기도 했냐는 말에 "그런 적은 없다"면서 "원래도 배우와 스킨십이 많은 타입은 아니라 연락을 한 적은 없지만, 작년에 유아인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조문을 가서 얼굴을 본 게 다다"고 말했다.

"당시 유아인이 어떤 말을 했냐"는 말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때 제게 짧게 '죽을 죄를 지었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고 회상했다.

개봉 후 '왜 유아인의 분량을 덜어내지 않았나'는 의문이 나올 법도 하다. 그의 분량을 편집하기 위해 "수백 번 시뮬레이션했지만, 음악과 호흡이 다 맞물려있기 때문에 '답이 없다' 싶었다"고 말한 김형주 감독은 "그렇다면 극장에 오신 분들께 온전한, 의도에 맞는 영화를 선보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선 "이병헌에 주눅들지 않는 캐스팅을 한 것"이라며 "그간 유아인이 보여줬던 광기 어린 모습과 다른 면들을 잘 표현해 준 것 같다"라 말했다.

"이창호 9단도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봤냐"는 질문에는 "참석하려고 했는데, 그날 저녁에 대국이 있어 못 오셨다. 다행히 이겼다더라"고 귀띔했다.

실존 인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유아인 사태 이후 영화를 향한 바둑 팬들의 반발도 거셌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를 개봉하겠다고 한 후, 이창호 국수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가 가장 걱정됐다"면서 "그러나 제작사를 통해서 '제작진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개봉을 응원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영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극장에서 꼭 보겠다고 하셨다더라"고 전했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유아인은 지난 2월 1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처분을 받아 5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후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유아인의 석방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승부'가 개봉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석방 여부와는 관련 없이 원래 이 시기에 개봉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고 밝힌 김형주 감독은 "석방 기사를 보고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가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시장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극장에 온 것만도 다행이다' 좋게 생각하려 한다"는 김형주 감독. 그는 "얼마나 예쁜 꽃이 피려고 이러나 싶다"며 덧붙였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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