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나갈 선수를 돈 받고 팔 수 있다'
영국 '기브미스포트'는 2월 11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가 주급 총합 44만 5,000파운드(한화 약 7억 9,954만 원)의 3인방을 내칠 준비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여름 이적시장 선수단 개편을 예상했다.
토트넘은 앞서 손흥민의 기존 계약에 삽입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손흥민의 계약 만료일은 2025년이 아니라 2026년 6월 30일이 됐다. 이 옵션 발동으로 토트넘은 손흥민을 1년 더 쓸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이번 시즌 종료 후 이적료 없이 팀을 떠나게 되는 손흥민의 미래를 차단한 셈이기도 하다. 동시에 손흥민을 공짜로 내보내야 했던 토트넘은 다른 팀으로부터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팔 수도 있게 됐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 대신 옵션 발동을 택했다는 건 장기적인 미래를 볼 때 손흥민이 없는 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손흥민의 경기력은 예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 리그 21경기(선발 19회)에서 6골 7도움으로 표면적인 기록은 여전히 준수하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이전보다는 기복이 커졌다. 예년까지는 손흥민이 연이어 평점 4~5점을 받는 일은 흔치 않았다.
특히 지난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전성기 손흥민이라면 놓치기 힘들었을 완벽한 1대1 찬스를 놓치는 등 골 결정력도 떨어진 모습이다. 전성기 손흥민은 기대 득점(xG) 대비 실제 득점 차이가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2021-2022시즌에는 기대 득점 15.98골로 23골을 넣었다. 17골을 터트린 지난 시즌도 기대 득점은 12.08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기대 득점 5.16골에 실제 득점 6골로 '넣을 만큼만' 넣는 공격수가 됐다.
측면 지향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탓만은 아니다. 만 32세가 된 손흥민의 신체 능력도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이전처럼 매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가져가기 힘든 나이다. 1992년생 측면 공격수가 손흥민만큼 기량을 유지하는 사례도 흔치 않다.
한 살 더 먹은 다음 시즌에는 기량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시즌 최악의 성적으로 다음 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 토트넘이 전면 리빌딩을 준비한다면 기량이 하락하는 베테랑 자원을 대거 처분할 수 있다. 특히 고주급 베테랑을 내보낸다면 이 덕분에 얻는 재정적 여유를 재투자할 수도 있다.
리빌딩이 시작된다면 공격진에서 변화 폭이 가장 클 것이다. 나머지 포지션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수비진은 주전 선수 중 최고 연령인 로메로가 만 26세에 불과하다. 미드필드도 파페 마타 사르(22세), 루카스 베리발(19세), 아치 그레이(18세) 등이 1군에서 출전 기회를 꾸준히 잡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리빌딩이 끝난 셈이다.
이번 시즌 1군에서 간간이 출전한 마이키 무어, 윌 랭크셔 등 토트넘이 유소년팀에서 배출한 공격수 유망주도 다수 있다. 지난 1월 토트넘에 합류해 퀸스 파크 레인저스로 임대 이적한 양민혁도 다음 시즌부터는 1군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은 이들에게 기회를 줄 자리가 필요하다.
또 공격진에는 이름값과 주급에 비해 활약이 미진한 히샬리송, 티모 베르너가 있다. 이 매체는 손흥민과 히샬리송, 베르너를 처분하면 주급 44만 5,000파운드를 아낄 수 있다는 걸 지적했다.
토트넘 수뇌부는 축구단 경영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바라본다. 낭만이나 정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성적이나 트로피가 목표인 팀과는 운영의 틀이 다소 다르다. 사업적 측면에서 손흥민이 없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된다면 언제든 결별할 수 있다. 오는 여름에 토트넘이 손흥민을 이적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자료사진=손흥민)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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