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진 예능이 음주 미화와 재미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7월 26일 IHQ,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새 예능프로그램 '마시는 녀석들'이 첫 방송된다. 안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예능으로 음주보다 먹방에 초점을 맞춰 주류에 따라 페어링 하기 좋은 음식을 소개한다.
지난 16일에는 채널S 예능프로그램 '신과 함께'가 시즌2로 돌아왔고, 9일 KBS는 새 웹예능 '조세호의 와인바'를 론칭했다. '신과 함께'는 연예계 주당으로 유명한 코미디언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 등이 사연에 따라 맞춤 안주를 추천해준다. '조세호의 와인바'는 세상 모든 술을 판다는 콘셉트 아래 와인 상식을 전파한다.
급변하는 방송가에 어느덧 주류로 자리 잡은 음주 콘텐츠는 명과 암이 따른다. 최근 음주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물론 에피소드도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딱히 술과 관련 없는 방송임에도 먹방(먹는 방송)과 더불어 술이 빠지지 않고, 지인끼리 한 잔 기울이는 상황에서는 주량을 두고 옥신각신하기가 부지기수다.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거나 속내를 털어놓을 때도 술의 힘을 빌린다. 이는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관찰 예능이 증가하고 출연자와 시청자 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술 한 잔에 인생을 곁들인 이야기는 누가 봐도 진솔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음주 장면을 지나치게 노출할 경우 음주 문화를 조장하거나 과도한 미화에 힘을 싣는다는 것. 음주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와중에 술 콘텐츠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건 조장과 다름 없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현실과 동떨어진 기획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술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에 걸쳐 SBS '미운 우리 새끼', tvN '어쩌다 사장', E채널 '노는 언니' 등 다수 프로그램이 음주 장면을 빈번히 노출해 지적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지난 5월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고은아는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집들이 온 친구들도 소주 박스를 선물하는 등 과도한 음주 장면으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해당 프로그램 대부분 방송 시간은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방송 중 음주를 미화하는 장면이 다수 포함됐던 '노는 언니'는 방심위 징계를 받았다. 당시 방심위는 여러 번 심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방송사들은 음주 장면에 대해서는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청소년 정서를 고려해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예능 특성상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고 전 연령대가 시청 가능한 시간대에 편성된다. 이에 음주라는 주제에 접근할 때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사진=IHQ 제공)
뉴스엔 김노을 w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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