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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꽃’ 김지훈 “체지방 감량→코마환자 영상 참고, 백희성役 부담컸다”[EN:인터뷰]
2020-09-28 10:47:00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에서 역대급 악역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김지훈은 최근 뉴스엔과 서면으로 진행한 tvN 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연출 김철규) 종영 인터뷰를 통해 사이코패스 살인마 백희성을 연기하기까지 준비 과정을 털어놨다.

이전 작품의 김지훈이 거의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인 이미지, 연기 변신이었다. 김지훈은 장발, 탈색, 체중감량 등 비주얼적인 변신부터 소름돋는 눈빛, 말투까지 이제껏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백희성을 만들어냈다.

"일단은 체지방을 많이 뺐어요. 식물인간으로 오랜시간 있다가 깨어났는데 볼살이 통통한 건 좀 어울리지 않잖아요? 그리고 머리는 원래부터 기르고 있었는데, 마침 감독님께서도 기나긴 시간 식물인간이었으니까 머리를 장발로 하는 것도 이미지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맘에 들어 하셔서 머리는 꾸준히 길렀고요. 그리고 제가 약간 웃는 상이기도 하고, 눈이 서글서글하게 큰 편이라 어떻게 하면 무서운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거울을 보며 연구를 많이 했었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연기가 첫 번째,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를 표현해내는 것이 두 번째 과제였다. 김지훈은 식물인간으로 오랜시간 있다 깨어난 사이코패스 살인마 백희성을 표현하기 위해 관련 유튜브, 영화를 섭렵했다.

"일단 처음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게 되기까지 유튜브로 코마환자들 영상을 찾아봤는데, 깨어난 지 얼마 안돼서 두발로 걷는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갑작스런 회복력이 극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씬마다 철저히 계산을 했어요. 처음엔 거의 눈동자를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혀의 움직임이 편안해지고, 조금씩 근육의 움직임이 가능해 지는 느낌을. 나중에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너무 뜬금없거나 말도 안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씬마다 회복의 속도를 부여해 주었어요. 초반엔 그 부분이 가장 관건이었고 이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 해내는 게 두번째 과제였는데 역대급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봤던 거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다 모여서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백희성은 김지훈의 필모그래피 사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다른 결의 캐릭터였다. 처음 맡는 살인마 역할, 사이코패스 설정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무척 어려웠죠. 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할인 것도 그랬고, 사람들이 저에게 전혀 예상하지 않는 모습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입견을 깨기 위해선, 정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거든요. 특히 대본 상으로 초반에 분량이 거의 없고 심지어 16부중에 8회까지 대사 없이 누워 있는 장면만 나오다 보니까 너무 막막했어요.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꽤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어떤 문학성을 지닌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사이코패스의 감정상태와 심리변화를 눈에 보일듯이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장면이 많아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지훈은 "백희성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느냐"는 질문에 "시청자들이 바라본 백희성과 제가 연기하면서 좀더 가까이 들여다본 백희성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건 백희성을 연기하며 개인적으로 그려본 서사인데 먼저 백희성의 첫번째 살인은 도민석(최병모)이었을거라 생각해요. 극중에서 워낙 괴물같이 그려져서, 굉장히 악랄하게 살인을 주도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 그렇게 보지 않았어요. 백희성의 어린시절을 상상해보면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와 히스테릭 하면서 감정통제력이 약한 어머니라는 온전치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왔을 거에요. 그러다 상담센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도민석이라는 인물에게서, 부모에게선 받을 수 없었던, 자아를 온전히 인정받는 느낌을 받게 되었을 거고, 어떤 면에서는 부모보다 더 믿고 따랐을 거에요. 물론 극중 아역으로 표현이 되었듯이, 어린 시절에도 백희성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때는 사회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10대에 불과 하죠. 아직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랄함을 갖출 정도로 성숙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봐요. 오히려 과거 연쇄살인 과정에서는 도민석이 철저하게 주도하고 백희성은 견습생처럼 그 옆에서 허드렛일을 거들며 살인에 대한 광기를 간접적으로 충족시켜 나갔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처음으로 정미숙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왔는데 본인이 저지른 실수 하나로 일이 꼬여버린거죠. 안그래도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결과적으로 도민석에게 이용당했다는 배신감과 다시는 인생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복잡한 감정이었을텐데 그 상황에서 궁지로 몰아부치는 도민석이 결국은 백희성으로 하여금 이성을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거죠. 그 이후 백희성의 두번째 살인은, 십 수년 후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엄마에게 위협을 가하는 가정부였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 상황도 백희성의 이성의 끈을 끊어지게 만드는 트리거가 발생하는 상황인거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히스테릭하면서 감정통제력이 약한 어머니에게 자라온 백희성은 연쇄살인마 도민석을 만나 이성의 끈을 끊게 됐다. 김지훈은 보다 생생한 백희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상력을 이용해 더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했다.

"살인에 대한 충동과 욕망은, 이성의 끈이 온전한 상태일때는 어느정도 통제할 수가 있다고 봤어요. 왜냐하면, 희성이는 부모에게 만큼은 순종적인 아이라 생각했거든요. 성장 과정에서 본인의 사이코패스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고 부모를, 특히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걸 학습하게 된거죠. 그리고 너무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길들여져서 부모에게 특히, 아버지에겐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더 많았을 거에요. 어려서부터 폭군 같은 아버지에게 폭압을 당해왔던 측은함과 자신의 사패적인 성향으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감당하기 힘겨워하고 참담함을 느끼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한히 사랑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까지. 누군가는 ‘사패가 무슨 감정이냐’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로보트처럼 감정이 없는 게 사이코패스는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감정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체계와 방식에 있어 일반적인 사람들과 남다른 부분이 있는 것뿐이지, 아예 감정 자체가 없다는 생각은 오해인 거죠. 모든 인간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사이코패스도 문제요소는 많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잖아요?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상상한 부분들이라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연기자 입장에서 좀더 구체적이고 어딘가 살아 숨쉬고 있을 법한 백희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서사였습니다."

백희성의 서사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을까.

"백희성이란 인물과 상황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 좀 더 있었으면 싶었던 부분은 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딱히 없었어요. 대본 자체가 워낙 탄탄했고, 또 혹시 조금 부족하다 싶은 부분들은 제가 상상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갔으니까요. 또 연기자에겐 작가님이 적어주신 인물에 본인의 경험과 상상으로 피와 살을 보태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게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니까요. 저희 감독님은 워낙 연기자를 믿고 맡기시는 편이시라 본인이 생각한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연기자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실때가 많았죠. 오히려 디렉션이나 피드백이 없으신 타입이라, 제가 감독님께 모니터 뒤로 찾아가서 물어봤던 적이 많았던 거 같아요. 백희성이란 역할이 저에게도 익숙한 역할은 아니다보니 열심히 연기하고 나서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물어보면 ‘어 무서워’ 하고 답해주셨어요


."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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