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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제주 천억원대 사기사건, 내부고발자가 된 며느리(종합)
2020-06-21 00:23:04
 


[뉴스엔 이민지 기자]

기획부동산 사기에 며느리가 내부고발자로 나섰다.

6월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잃어버린 1000억원대의 범죄 수익금과 제주도 땅에 숨겨진 사기의 함정을 추적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난 박현주(가명)씨는 3년째 법정싸움이 계속되며 지칠대로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인생 자체가 사기 당했다고 생각한다. 난 결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은 한 사람 인생을 짓밟아버렸다고 생각한다. 나 뿐 아니라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생을 짓밟았다"며 법적 다툼의 상대가 시댁이라고 밝혔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회사의 임직원들이 참석했던 성대한 결혼식. 박현주 씨는 "결혼 전날 남편이 내연녀와 못 잊어 통화하는걸 목격했는데 어리석게도 제자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불안한 마음에 시어머니 회사 제주지사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나러 갔다 내연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고. 결혼식을 올린지 불과 한달만의 일이었다. 남편은 삼자대면 자리에서 박현주씨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뒤 내연녀는 "자신은 진심 아니었고 미안했다고 했다. 언니 만나기 몇분 전까지만 해도 혼인신고도 안 돼있으니까 집에 가있으라고 했다. 자기가 이 상태에서 끝내면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고 했다. 나랑 7년을 만났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하자고 했다고, 언니가 엄마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연락해왔다. 전남편 김상진(가명)씨와의 갈등은 폭행으로 이어졌고 결국 결혼 1년만에 사실혼 종결 합의서를 쓰고 남편과 헤어졌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시작된건 그 다음부터였다.

결혼 직후 시어머니 황미자(가명)가 사업에 필요하다며 만들라 했던 현주씨의 통장에는 매달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이 입금됐다 모두 시어머니 통장으로 인출됐다. 자신의 계좌가 남남이 된 시댁 사업에 이용됐고 생각보다 많은 액수가 거래된 것을 확인한 후 겁이 났다는 현주씨.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차명계좌를 빌려준 사실을 자진신고하겠다고 하자 뒤늦게 전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간 험악한 말 가운데 현주씨를 두려움에 떨게 한 말은 "네가 나한테 성관계 도중에 했던 말. 나 차근차근 준비한거 모르지? 지금부터 본게임 시작이다. 녹음했을 수도 있지"라는 것이었다. 시댁에서 제시한 계약서에는 결혼생활 중 알게 된 모든 것을 함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무리한 계약서까지 작성하며 감추려 했던 시댁의 비밀은 무엇일까.

결혼한지 채 1년도 안된 기간 동안 시댁의 사업이 급속도로 번창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를 운영했다는 시댁.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기 직전 세번째 법인을 추가로 열었다. 부동산 간판이 붙어있는 사무실은 대낮에도 닫혀있다.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보다 콜센터를 연상시켰다. 제주도에 지사를 주고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을 찾아 큰 수익을 얻었다는 시댁의 사업은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었을까. 그 실체를 알게 된 건 시댁회사에 들이닥친 경찰이 남편을 긴급 체포한 후였다.

시댁이 운영하던 회사는 일명 기획부동산으로 무려 천여명에게 천억원 가량의 피해를 끼쳤고 며느리 계좌를 거쳐간 돈은 범죄수익이었다. 그날 이후 사기조직인 시어머니와 남편을 상대로 피해자들의 편에 선 내부고발자로 고소장을 작성했다. 현주씨를 공갈협박으로 맞고소한 시댁쪽 변호인들이 '그알' 제작진을 찾아왔다. 시댁쪽 변호인들은 "황미자씨는 땅에 대해 모른다. 할머니다. 마음씨 좋은 할머니다. 복수심 때문이다. 피해자들 뒤에서 상당 부분 조종하고 있다"며 사기사건의 말단인 시어머니와 남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원래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돈을 챙겼다. 사기조직의 총책이 시어머니와 남편이라는 며느리와 달리 시댁 측 변호사는 며느리의 복수심 때문에 사건이 왜곡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천억원대 사기사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 지검 앞에는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해자들과 박현주씨가 있다. 5억7천만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 최씨는 "처음엔 현주씨를 안 믿었는데 구속되고 재판이 열리면서 보니까 현주씨가 이혼합의금보다는 내부고발자로서 편을 들고 있더라"고 말했다. 현주씨에게 내부고발 자료를 받았다는 그는 "이 사람도 이용을 당한 여성이었다. 내부고발자로서 자수를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피해자 이씨는 현주씨 덕분에 자신이 사기 당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제주도 답사 부장이었던 현주씨 전남편과 땅을 답사까지 하고 계약했다는 이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현주씨는 "(범죄수익금이) 100억은 족히 있지 싶다. 전 남편이 술취해 이야기 한게 있다. 60억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부동산은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급히 현금화 시킨 재산 중에는 현주씨가 남편과 함께 살던 신혼집도 포함돼 있었다. 시댁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그들과 공범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그녀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소송을 진행하자 이번엔 이상한 며느리 때문에 시댁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시댁 쪽 변호사는 "박현주가 양심고백 한거냐라는 부분이 관건이다. 객관적으로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현주씨가 돈을 받아내기 위한 공갈협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댁의 고소가 진행된 1심 재판에서 현주씨가 위자료를 받기 위해 한 행동들에 대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상태였다. 시댁 사람들이 거액의 현금을 만들어 옮긴 것은 사실이었다. 변호사는 "황미자씨가 8억인가 배씨에게 투자했다. 이 분을 믿어서 다 끌어모은거다. 돈이 있었다면 그럴 일이 없었다. 그건 수사기관에서 다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사기조직의 진짜 총책은 따로 있으며 시어머니 역시 그 총책에게 사기 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변호사는 "만약 그 돈을 누가 숨겼다면 배씨가 숨겼다. 박현주씨에 의해 끌려가는 분들은 2차 피해를 입는거다", "박현주씨에 왜곡돼 허탕 치면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는거다. 우리도 피해자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씨에게 전재산을 투자해 전재산을 날렸다는 황씨. 며느리는 황씨가 총책이라고 주장하고 시댁 측 변호사들은 배씨가 총책이라고 반박했다. 진짜 총책은 누구일까. 그리고 범죄 수익금을 어디에 숨겨뒀을까.

지난 6월 4일 진행된 2심 재판. 법원을 나서던 사람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피의자 가족과 피해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다 울음바다가 됐다. 피해자 이씨는 "D부동산 사장 딸이 와서 피해자라고 한다"며 억울해 했다. 일당이 운영하던 부동산은 총 3곳. 그곳 중 D부동산 사장 전모씨 아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며 인터뷰에 임했다. 전씨 아들은 "부동산을 새로 차려주겠다, 2억 정도 투자해달라 했다. 알고 보니까 이미 샀던 땅이고 회사에서 팔라고 했다"며 어머니에게 투자와 사장 자리를 제안한 사람은 황씨였다고 밝혔다. 아들은 "어머니가 다른 부동산에서 10년 넘게 일하시면서 업계에서 경험도 있었다. 황씨가 부하직원으로 근무했었는데 찾아와서 같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돈을 투자했으니 사장 노릇을 했을 뿐 실제 운영자는 황씨 모자였는데 경찰이 찾아온 후 발뺌을 했다는 것이다.

일당이 운영하던 부동사는 총 세곳, 법인 소유 어디에도 황씨 모자 이름은 없었다. 전씨가 구속된 가운데 풀려난 황씨의 아들은 회사 영업을 게속 했고 전씨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전씨가 구속된 시점은 현주씨가 황씨 모자가 수익금을 은닉하는데 열중했다고 주장한 시기와 일치했다.

피해자들이 황씨 모자를 총책으로 지목한 것은 며느리 주장 외에도 이유가 있었다. 함께 일하며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직접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땅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도 했다는 피해자들. 하루에 4시간을 일하고 월급을 150만원을 줬다는 고수익 아르바이트였다. 업무 역시 일반 회사와 사뭇 달랐다. 전화 영업이 계약으로 성사되면 계약금 10%을 성과급으로 주고 영업 실적에 따라 판매왕을 뽑는 등 경쟁을 붙였다. 이런 달콤한 아르바이트에는 함정이 있었다. 첫 영업 성과는 대부분 스스로 땅을 사는 것이었는데 3주 안에 계약하지 않으면 상사의 호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영업 실적을 독려한 사람은 황씨였다고 한다.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 황씨 아들 김씨는 회사에서 사장 못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법인 서류에 임원으로 올라있지 않은 것은 또다른 총책으로 지목된 배씨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은 배씨의 얼굴은 자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지 6개월만에 배씨가 검거된 곳은 제주도 한 오피스텔이었다. 황씨 모자 측 변호인이 배씨를 진짜 총책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인들은 법인계좌 인출권이 배씨에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판에서 황씨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 받은 배씨는 2번의 사기 전과가 있었다. 두 사람은 11년 전 또다른 기획부동산에서 만났고 2013년 동업을 제안한 것은 배씨였다.

기획부동산 명의사장으로 올라있던 남씨는 "부동산 지식이 없어서 지인 통해 명의와 통장을 달라고 했다. 처음엔 급여 월급통장으로 생각했다. 몸 불편하니까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이미 월급으로 들어온 돈을 써 발을 뺄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바지사장인 그에게 서류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남씨는 "세금을 나한테 다 떠넘겼다. 11억원 정도 되더라. 사무실 정리한 부분, 전기요금 이런 것도 다 나한테 날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 사장을 내세운 것은 J부동산, B부동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지사장 한명에게 부과된 체납 세금만 해도 무려 11억원이었다. 약 48억원 정도의 수익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계좌 이외에도 배씨와 황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받아간 수당은 10억원대였다. 피해자들은 "배씨도 부인과 위장이혼했다. 결국 범죄수익 은닉금 아니겠냐"고 말했지만 배씨 부인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자들이 차명재산의 존재를 알아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매각해 현금을 챙긴 후였기 때문이다. 배씨 부인은 "위장이혼 아니다. 조사도 다 받았다. 나도 친구 집에 월세로 얹혀살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계속되고 있고 조사도 이어지고 있지만 범죄은닉금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사사로운 개인의 도움 대신 법에 호소할 방법은 없을까. 2019년 부패재산 몰수법이 개정되면서 사기범죄 중 일부는 몰수 추징을 해 피해자들에게 환부할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단계, 보이스 피싱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변호사는 기획부동산 역시 범죄단체 조직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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