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된 김태희는 옳았다. 지긋지긋한 연기력 논란도 쏙 사라졌다. 비록 극 중 김태희는 두 번이나 죽었지만 배우 김태희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배우 김태희의 재발견을 있게 해준 작품은 바로 결말 논란을 일으키며 종영한 '하바마'다. 김태희는 4월19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극본 권혜주/연출 유제원/이하 하바마)에서 49일 환생 미션에 임하는 주인공 차유리로 분해 두 달 간 시청자들을 마음껏 울리고 웃겼다.
김태희가 연기한 차유리는 열 달 동안 품었던 딸을 안아보지도 못한 채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귀신이자 엄마 캐릭터. 이는 그간 김태희는 물론, 어느 여배우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하고 독특한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는 김태희가 5년만에 선택한 복귀작이라는 점과 첫 엄마 연기 도전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반면 이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SBS 드라마 '용팔이' 이후 5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태희는 매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배우다. 화려한 비주얼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었다. 이번에도 5년의 공백이 있는데다가 어려운 모성애 연기를 요한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를 자아냈지만, 김태희는 자신만의 독보적 매력으로 차유리 캐릭터를 구축,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이번만큼은 달랐던 김태희. 진짜 엄마가 돼서 일까. 그의 첫 엄마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지훈(비)과 결혼 후 실제로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김태희는 밝고 유쾌한 차유리 캐릭터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는가 하면, '하바마'의 주된 감정인 모성애를 애틋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김태희는 진정성 가득한 내면 연기를 보이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최종회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작별하며 두 번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결말은 시청자들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김태희는 이번 드라마에서 유독 많이 울었다. 매회 우는 장면이 등장, 끊임없이 눈물 흘려야 했다. 이 때문에 김태희에게 가혹한 드라마라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김태희가 자신의 진가를 대중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 내려놓은 김태희는 가슴 절절한 오열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어찌보면 새드엔딩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성은 김태희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안쓰럽고 짠한 차유리에 감정이입, 남편 조강화(이규형 분)와 이뤄지지 못하고 다시 죽어야 하는 결말에 불만을 제기했고, 결말을 바꿔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천국의 계단'을 시작으로 '구미호외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아이리스' '마이 프린세스' '장옥정, 사랑에 살다' '용팔이'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지만 연기보다는 외모로 주목받았던 김태희는 제몸에 딱 맞는 '하바마' 차유리를 만나 연기자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했다.
이젠 '미녀 스타' '얼짱'보다는 연기자란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배우가 된 김태희. 비록 드라마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김태희의 연기 변신에는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주인공으로서 김태희는 해피엔딩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배우로서는 그 이상의 수확을 거둬들였다. 배우 김태희와 '하바마'의 만남은 해피엔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tvN '하이바이, 마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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