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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 인생극장 된 ‘동백꽃’ 손담비 때문에 울 줄이야[TV와치]
2019-10-25 11:08:17
 


[뉴스엔 박아름 기자]

향미는 판에 박힌 악녀도, 그저 그런 동백의 주변인물도 아니었다. 손담비가 '향미'로 '인생캐'(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10월 24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 강민경)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향미의 숨겨진 사연과 사망 당일 행적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술집 '물망초' 딸로 태어난 향미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사람들에게 병균 덩어리 취급을 당하고 괄시당하며 외톨이처럼 살아왔다. 하나 있는 친구는 200만원에 자신을 팔아넘겼고, 양아치 김낙호(허동원 분)에게 협박까지 당하며 오갈데 없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인물이다. 이름도 나이도 주소도 모두 가짜다.

그런 향미에게 동백(공효진 분)은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친구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 돈은 떼어먹어도 동백에게만큼은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려 했다. 이날도 양아치 김낙호에게 위협받았던 향미는 동백의 도움에 힘입어 무사할 수 있었고, 생전 처음 누군가 자신을 지켜줬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후 향미는 김낙호가 동백을 본 이상 해를 가할까 불안해하다 결국 까멜리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코너에 몰린 향미의 악행은 마지막까지 폭발했다. 향미는 강종렬(김지석 분), 노규태(오정세 분), 제시카(지이수 분)를 차례대로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백과 비교당하고 “왜 그렇게 쪽팔리게 사냐”는 막말까지 들어가면서 말이다. 여기에다가 코펜하겐에서 걸려온 남동생 혜훈(장해송 분)과의 전화통화는 향미를 더욱 절망케 했다.

향미는 그저 동생이 잘 살았으면 좋겠단 마음에 동생의 덴마크 유학비, 집값, 생활비 등을 대주며 ‘호구’ 노릇을 자처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혜훈은 아내 병원비 명목으로 삼천만원을 요구했고, 향미는 동백의 ‘삼천만원짜리 완도전복’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다. 이후 다시 까멜리아로 돌아간 향미는 돈을 훔쳤음에도 자신을 보듬어주는 동백 앞에서 오열했다. 그리고 “나 좀 기억해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간 거 같지. 내가 어떻게든 네 돈은 갚고 갈게”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오지 않았다. 향미는 결국 물망초의 꽃말인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긴 채 동백 대신 야식 배달에 나섰다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는 안타깝게도 향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향미가 왜 그토록 코펜하겐과 1억에 집착했는지가 모두 드러났다. 극 초반 습관처럼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독특한 캐릭터로 그려졌던 향미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었던 것. 향미는 도벽까지 있는 공갈 협박범이지만 적어도 가족한테만큼은 그 누구보다 희생적이고 착한 사람이었다는 반전도 드러났다. 그저 생각없고 돈만 밝히는 꽃뱀 캐릭터인줄로만 알았던 박복한 향미의 마지막은 이토록 가엽게 그려졌다. 이쯤되면 이날 방송은 향미의 인생극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미는 죽는 날까지 모두의 적이었다. 다들 향미를 죽이겠다고 했고, 그래서 더 불쌍했던 향미의 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충격적인 말까지 듣고 남모를 눈물을 흘려야 했던 향미. 가장 충격적인 건 남동생이었다. 남동생은 돈 필요할 땐 잘도 받아먹다가 누나가 도와달라 하니 돌변, 누나를 부끄러워했다. 평생 헌신했던 동생에게마저 쓸모없는 삶 취급을 당하자 향미는 절망했다. 주인 잃은 강아지 같은 향미의 눈빛은 슬픔 그 자체였다. 심지어 '물망초'의 꽃말까지도 슬펐다. 향미의 마지막은 운수좋은 날이 되지 못했다. 안 그래도 박복한 팔자를 타고난 향미는 그렇게 평생 불쌍한 삶을 살다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이날 방송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향미였다. 짠해도 너무 짠한 향미의 하루를 간접 체험한 듯한 한 회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세상의 편견 앞에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늘 외롭고 힘들던 향미를 향해 공감과 연민을 보냈다.

반면 향미의 비극적 결말이 인과응보라는 반응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동백이 향미와 다른 점은 위기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 하지만 향미는 그러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옳지 못한 행동을 범했다.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향미가 짠하긴 해도 나쁜 사람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작가가 향미의 죽음을 통해 사연이 있다고 해서 부당하게 돈을 벌려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남긴 것 같다" 등 의견을 나타냈다.

이같이 향미의 죽음을 놓고는 두 가지 시선으로 엇갈리고 있지만 향미를 연기한 손담비의 하드캐리에 대해서만큼은 호평일색이다. 시청자들은 손담비의 재발견에 호평을 보냈다. 시청자들은 "손담비가 이렇게 연기를 잘할 줄이야", "손담비 미쳤어. 다시 봤다. 너무 짠하고 향미 그 자체였다", "이쯤되면 인생 캐릭터", "배우 전향하길 잘했네", "디테일까지 잘 살려서 진짜 향미 같았다", "손담비 때문에 울 줄이야", "재평가가 시급합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뿌리 염색이 안된 머리카락과 촌스럽다 못해 벗겨지기까지 한 매니큐어까지 손담비는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려 극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무엇보다 동백보다 예뻐 보이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돋보였다는 평.

극 초반 손담비는 멍한 표정과 무덤덤한 말투로 팩트폭격을 날리는 향미 캐릭터를 높은 싱크로율로 그려내며 일찍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점차 본색을 드러내며 미스터리 가득한 표정 연기로 궁금증을 폭발시키더니 마지막엔 슬픈 반전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손담비는 슬픔과 분노, 아픔과 쓸쓸함 사이를 오가는 감정선을 촘촘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을 극대화했다. 특히 손담비는 어렸을적 부터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외면에도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던 향미로 살아왔던 사람처럼 맞춤형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이제 죽은 향미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날 방송 직후 김낙호, 홍식, 제시카 등 향미 살해 용의자들이 하나 둘씩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범인 찾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까불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동백꽃 필 무렵'은 결말을 향해갈수록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날 방송분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3.3%, 16.2% 시청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수목극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사진=뉴스엔DB,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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