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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왜그리 열불냈을까, 가족영화인 것을[무비와치]
2019-10-24 14:09:11
 


[뉴스엔 박아름 기자]

이 공감가는 가족 영화는 왜 태어나기도 전에 논란의 대상이 됐을까. 젠더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만큼 이를 둘러싼 잡음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논란이 무색할만큼 평화롭다.

지난 10월23일 개봉해 뜨거운 감자가 된 정유미 공유 주연의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82년생 김지영'은 태생부터 남달랐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제작 단계부터 논란이 된 것.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소설과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심지어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평점 테러까지 자행됐다. 그런데 마침내 베일을 벗은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82년생 김지영'은 대체 누구길래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걸까. 김지영(정유미)은 결혼하면 일과 육아 둘 다 잘할 수 있다 자신했건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결국 굴복하고 마는 인물이다. 잘 다니던 홍보회사를 그만둔 뒤 육아와 살림에 익숙해진 경력단절 주부가 된 김지영은 점점 몸과 마음이 황폐해져가고 자신도 모르게 빙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와 자신만 덩그러니 남겨진 김지영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집은 공허하기 그지 없다. 이처럼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의 시선에서 고단한 현실을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김지영은 그저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이 되고자 할 뿐, 낙오된 게 아니다. 결국 ‘82년생 김지영’은 자신의 말을 잃어버린 여자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성장해가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우려와 달리 영화는 페미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비껴간다. 일단 형식부터 다르다. 이야기 틀을 만들고 서사를 확장시킨 영화는 큰 서사없이 불평등에 대한 고발이 주가 됐던 르포 형식의 소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영화에 남녀차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없다는 건 아니다.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다” “넌 시집이나 가”, “결혼 전엔 결혼하라 난리, 결혼하면 애 낳으라 난리, 딸 낳으면 아들 낳으라 난리”와 같은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던 김지영은 30년 넘게 불평등을 학습해온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회사에서도, 집안에도 깊게 뿌리박힌 남녀 차별 인식을 잊을만 하면 상기시켜주고 몰래카메라 범죄, 직장내 성희롱은 물론, 남아선호사상, 심지어 ‘맘충’이란 충격적인 단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같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같이 30대 여성이 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차별을 그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김지영이 차별을 고발하려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젠더 이슈보다는 힐링, 위로에 초점을 맞춰 서사를 펼쳤다. 원작 소설이 남녀 차별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고발했다면 영화는 이를 다소 완화시켰다. 원작 소설에 존재했던 무리수들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다소 줄어들었고,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 주변 캐릭터들도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변모했다. 결말 역시 달랐다. 이로써‘82년생 김지영’은 조금 지루할 지라도 큰 사건이나 이렇다 할 빌런 없이도 충분히 울림 있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또한 제목은 대놓고 ‘82년생 김지영’이지만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32년생 김지영, 42년생 김지영, 52년생 김지영, 62년생 김지영, 7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등 여러 명의 지영이가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이 세상 모든 지영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위로를 건네고, “잘 견뎌줘 고맙다”고 말해주는 영화다. 오히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 논란을 부르는 문제작이 아닌, 내가 위로 받고, 타인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가족 영화라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특히 영화가 공개된 뒤 관객들을 펑펑 울리는 이는 82년생 김지영도 아닌 50년생 오미숙(김미경)이라는 피드백이 쏟아지고 있다.‘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엄마들 이야기고, 미래의 내 아내가 겪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김지영이 아닌 '82년생 김철수'도 공감하고 울림을 받을 수 있다. 굳이 남녀 편가르기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날 선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같이 82년생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도 직업과 성별, 세대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조금 특별하다. 영화를 보는 시선은 결혼을 했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며느리인지 시어머니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야기의 끝은 그간 가족들에게 내가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결말로 귀결된다. 한 마디로 '82년생 김지영'은 가족이 생각나는 따뜻한 영화다. 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컥하게 되고 끝나고도 한참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다.

영화 개봉에 앞서 김도영 감독과 배우 정유미가 왜 “엄마, 누이, 동료들, 친구들이 어떤 풍경에 있는지 둘러보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 땅의 많은 지영이들이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한 번쯤 바라보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다양한 관객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82년생 김지영’의 진정성이 과연 더 많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82년생 김지영'은 영화화 소식에 궁금증을 드러냈던 대다수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며 원작의 벽을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개봉 전부터 문제작으로 떠오르면서 대형 논란이 예상됐지만 영화가 공개된 뒤 오히려 논란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논란을 비웃듯 개봉 첫날 13만8,97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으며, 평점테러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CGV 골든에그 지수 97%, 롯데시네마 평점 9.4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9.64점을 기록하며 입소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 여기에다가 개봉 이틀째에도 예매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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