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장 잘 나가던 때를 일컫어 '리즈 시절'이라고 말한다. 리즈 시절 유재석은 명실상부한 국민 MC로 연말 시상식 주요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당당하게 거머쥐던 톱스타였다. 지지 않는 태양같은 인기에 유재석이 걸은 길은 명소가 되고 입은 옷은 완판이 됐다. 인기가 잘생김도 만들어줬다는 평을 듣던 유재석 눈가엔 어느덧 주름이 생겼고 아저씨의 푸근함도 느껴졌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우리가 알던 유재석은 없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병행하던 때만 해도 유재석 인기는 당대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을 능가했다. 치솟는 인기에 아들과 놀이동산에도 갈 수 없어 속상해하던 유재석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 같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유재석은 과하지 않은 텐션으로 말하는 내내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무한상사 유부장인듯 변한 유재석에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여전한 진행 실력이었다. 멘트 하나로 물고 뜯던 거친 예능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유재석은 편안함을 날개 삼아 화려한 진행 실력을 뽐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주목받는 게 익숙한 연예인이 아닌 비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이보다 더 방송이 어색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서 유재석은 특별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적당한 감동 후 적절한 순간 화제를 전환하는 유재석의 진행은 마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시청자들은 언제 웃었는지 언제 울었는지 모른채 유재석의 힘있는 진행에 이끌려갔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실력이 힐링 예능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숨김없이 발휘됐다.
유재석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후배들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사랑받는 국민 MC 자리에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방송 수는 줄어들고, 시청률은 저조해지며 일각에 그가 원했던 대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속 유재석은 아직 트렌드가 닿지 못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힐링 예능에 유재석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최유진 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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