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는 '약하지' 않습니다."
대놓고 웃자고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다큐'처럼 다가올 때. 이제 와서 보고있자니 조소에 가까운 웃음과 한편으론 왠지 슬픈 그야말로 '웃픔'이 밀려온다.
이젠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가 된 비아이 약물 구매 의혹 이후, YG가 지난 해 자체 제작해 내놓았던 코믹 시트콤 'YG전자'가 누리꾼 사이에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YG전략자료본부'란 가상의 사내 조직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 'YG전자'는 아직도 진행형인 '승리 게이트'의 가수 승리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2018년 말 선보여 여전히 절찬리 방영 중이다.
치부라면 치부일 수 있는 세간의 의혹을 '아니오, 아니오' 손사래치기보다 오히려 처절하기까진 한 '셀프 디스'로 풀어낸 '클린 YG' 편은 적어도 방영 초기인 2018년까진 '스웨그 넘친다'고 평가받았던 게 사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의 주요 줄거리 가운데 하나였던 '사내 약물 검진'이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 파문과 맞물려 '설정이 아닌 실제 진행된 일’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젠 시청하며 마냥 웃을 순 없는 괴이한 '팩션'(Faction)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YG가 진정 '클린 YG'가 되고자 미국에서 구매한 '간이 마약 진단 키트'로 2개월마다 한번씩 소속 연예인들을 단속(?)했다는 것은 그들이 '비아이 마약 구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대중에 밝힌 팩트. 이렇듯 진지하다 못해 비장함이 묻어나는 접근보단, 시트콤 'YG전자'는 '제대로 스스로를 디스해보자'는 의도에 충실하게 소속 그룹 위너 멤버 다수와 '양회장님'으로 극중에서 불리는 프로듀서 양현석까지 스스럼없이 '소환'해 자체 마약 검진의 일환인 소변 검사며 심지어 '체모 샘플' 제출까지 요구한다.
이번 바아이 건과 관련해 연예계에 이젠 흔한 표현이 된 '손절'로 갈무리해도 됐을 일을, YG가 굳이 '대외비'로 분류됐을 '사내 약물 검진 사실'까지 충격 고백하며 '사서 매를 맞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 '되게 절박하다'는 느낌은 든다.
회사 앞에 마약 탐지견을 배치하고, 소변이며 체모며 온갖 검사도 모자라 'YG는 깨끗하다'고 항변하기 위한 국토대장정까지 나선다는 시트콤 'YG전자'의 이 '웃픈 설정'이 어쩌면 지금 YG 임직원들에겐 '전국민의 웃음거리가 돼도 정말 이렇게 라도 해보고 싶은 건' 아닐지.
'클린 YG' 편 말미에는 실제 YG 사옥인 것으로 보이는 사무실 내부에 촘촘히 붙어있는 포스터로 시청자의 큰 웃음을 산다. 한눈에 봐도 약물들을 상징하는 그림에 '단호하게 엑스'를 쳐 놓고 문구는 이렇게 써놨다. "YG는 약하지 않습니다."
YG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현실을 약간의 동정을 섞어 대입해보면 이 문구는 '중의적인' 의미로 읽힐 수 있을 것도 같다. 약물에 의존할 만큼 YG는 '약하지 않다'. 해볼 테면 해봐라. 이젠 사운을 걸고 거듭나야 할 때다. (사진=넷플릭스 시트콤 'YG전자' 캡처)
뉴스엔 허민녕 m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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