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에서 주목할만한 신인이 발굴됐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공식 초청작 단편영화 '령희'(감독 연제광)에서 조선 동포이자 불법 체류자 홍매 역을 맡은 배우 한지원(22)이다. 그가 연기한 홍매는 함께 공장에서 일하던 령희(이경화)가 단속반을 피하던 중 추락사하자, 그럴듯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 하지만 "적당히 지나가자'는 공장 실장의 말에 부당함과 슬픔을 느낀다.
-칸 영화제 참석 소감, 또 '령희'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초청됐다는 말을 들었을 땐 별 생각 없이 감독님께 '축하해요' 인사만 드렸는데, 저도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과 지인의 반응은요?
감독님께선 '초청된 것 만으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자!'고 하셨어요. 부모님께선 많이 좋아하셨죠. 특히 오빠가 가장 축하해줬어요. 오빠가 연기를 전공하기도 했고, 제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어려서부터 오빠랑 공연도 많이 보고 극장도 많이 간 덕분이거든요. 오빠의 축하가 가장 기분 좋았죠.
-이 영화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제광 감독님 전작 '표류'에 잠시 출연했었어요.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행사장에서 감독님이 본인 단편에 출연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던 게 계기가 됐어요. '표류' 이후 '령희'에선 주인공 출연 제의를 주시게 되어 감사하게도 출연하게 됐습니다.
-중국 동포 역할을 맡아 사투리 준비를 어떻게 했나요?
사투리 고민이 많이 됐어요. 영화 특성 상 과한 사투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해무'의 한예리 선배님 연기를 참고해 연습을 많이 했어요. 마침 '해무' 속 한예리 선배님이 맡은 배역 이름도 홍매라서 정말 놀랐죠!
-평소 중국 동포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요?
사실 매우 큰 편은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를 접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어요. 이 작품을 통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칸에 와서 보니 이 곳도 이민자들과 난민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령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가장 신경 썼던 장면이 있다면요?
롱테이크샷이 많다 보니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딱 한 번 얼굴이 잡히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이 됐죠. 담담한 얼굴로 그려졌지만, 내면엔 령희에 대한 연민이 많이 묻어 나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관객이 '령희'를 어떻게 봐 줬으면 하나요? 또, 홍매 캐릭터에 대해서도 어떤 감정을 가지면 좋을까요?
'령희'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가깝게 지냈던 사람을 갑자기 떠나보내면서 드는 복합적인 감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해요. 홍매는 자기와 같은 신분의 령희가 죽게 되면서 그녀가 자신의 미래 같기도 했을 거에요. 또 자신만의 방법으로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죽었잖아요?"라는 대사가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감정을 생각해서 보신다면 이 영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고 싶나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단단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엔 배효주 hyo@ / 정유진 noir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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