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이성경 주연 '걸캅스'가 '어벤져스'를 멈춰 세운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5월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4일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7만6,545명을 동원, 같은 날 6만9,934명을 모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뛰어 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장장 20일 동안 박스오피스를 독주해오던 어벤져스의 당당한 기세를 꺾은 것이다.
'걸캅스'의 1위를 통해 일명 '클럽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몇몇 연예인의 성 스캔들에 대중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걸캅스'는 클럽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 및 약물 범죄 등을 다루고 있다. 강남 소재 클럽 버닝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 및 성매매 알선, 심지어 직접 성매수 혐의까지 받고 조사 중인 빅뱅 전 멤버 승리를 위시해 몰래 카메라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은 정준영, 특수준강간 혐의를 받은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등이 저절로 떠오른다. 특히 승리가 5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기각 결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자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승리가 구속 위기에 직면한 것은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후 무려 77일이나 지난 후여서 공분은 더하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걸캅스'는 이들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훨씬 전 촬영을 마쳤다. 정다원 감독은 "가장 비열한 범죄를 소재로 삼아보고 싶었다"며 '클럽 몰카 범죄'를 다루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캅스'가 마치 이 사태를 예견하고서 만든 영화처럼 느껴지는 건, 유명인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던 유사 사건들이 이미 셀 수 없이 많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걸캅스' 실관람객들은 영화를 본 후 "싱크로율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며 혀를 내두른다. 승리 사태가 없었다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나쳤을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는 의견도 있다. 라미란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찍기 전엔 '클럽 안 가면 되지' '부킹 안 하면 되지' 단순하게 생각 했었다"고 말했다. 시기를 잘 맞춰 개봉한 영화 한 편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토록 크다.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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