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황혜진 기자]

춤에 빠져 YG엔터테인먼트에 입성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스무살 되던 해 부산에서 상경한 보이그룹 위너(강승윤, 김진우, 이승훈, 송민호) 멤버 이승훈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방영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1'을 통해서였다. 당시 그는 박진영의 '난 여자가 있는데'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바닥에 있던 종이를 밟고 미끄러졌으나 당초 예정한 퍼포먼스인 것처럼 임기응변을 발휘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단 30분 만에 새로운 무대를 선보여야했던 패자부활전에서도 자작랩을 가장해 심사위원들에게 보내는 재치있는 영상편지를 선보여 생방송 진출권을 따냈고, 결국 이하이, 박지민, 백아연과 함께 TOP 4까지 진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생방송 탈락 당시 이승훈은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흘렸고, 심사위원이었던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 또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돌연 함께 눈물을 보였다. "기분 좋은 이별을 하자. 마음에 담아둔 무거운 짐을 덜고 프로의 세계에서 만나자"던 양현석은 2012년 5월 이승훈과 전속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승훈의 최대 무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함이었다. 양현석도 서바이벌 출연 당시 가창력이나 랩 실력 면에서 특출난 역량을 보인 참가자는 아니었지만, 그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높이 사 영입을 결정했다. 실제로 이승훈은 2014년 발매된 위너의 데뷔 앨범 '2014 S/S' 타이틀곡 '공허해' 등의 안무를 시작으로 지난해 4월 발매한 싱글 'FATE NUMBER FOR(페이트 넘버 포)' 타이틀곡 'FOOL(풀)' 등의 안무 일부를 직접 제작하는 등 팀에서 퍼포먼스의 중심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발매된 정규 2집 앨범 'EVERYD4Y(에브리데이)' 타이틀곡 'EVERYDAY' 안무의 경우 해외 댄서들이 탄생시킨 안무이지만 이승훈 또한 댄서들과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라이브 무대에서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안무로 갈고 다듬어냈다는 후문.

이승훈은 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신보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이번에 LA에서 해외 댄서분들과 작업하며 안무팀 두 팀 정도 붙어 수정하고 같이 아이디어를 나눴다. 아무래도 우리는 가수니까 노래를 하면서 추는 안무랑 그분들이 짜는 안무랑 좀 다르다. 그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 라이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했다. 해외 분들은 아무래도 가요처럼 표현하는 게 서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랩 또한 YG 입사 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터라 언더그라운드 래퍼 활동을 거쳐 YG에 입성, 함께 데뷔한 송민호에 비해서는 경력이 짧은 것이 사실. 그러나 꾸준한 배움과 연습을 반복해온 덕에 이젠 여느 래퍼들에게 견줘도 결코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래퍼로 성장했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자신의 랩 파트 가사를 직접 써내려오며 실력을 키웠다. 이젠 오히려 이승훈만이 해낼 수 있는 독보적인 느낌의 랩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모양새.

'YG 기획팀 이차장'이라는 직함 하에 종종 스튜디오나 연습실이 아닌 실제 YG 기획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출근, 위너의 활동 관련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는 인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승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아이디어 내는 걸 즐긴다. 직원들 사무실에 자주 간다. 직원들은 내가 TV에 나오면 생소하다고 한다. 항상 추레하게 다니는 우리 이차장님이 왜 저기 있냐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K팝스타 출신 걔', 'YG 이차장' 등이 지난 4년간 이승훈을 설명해주는 대표 수식어였다면, 이젠 '작곡돌'이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해야할 듯 하다. 그간 위너 앨범 수록곡의 작곡 작업은 리더 겸 보컬 강승윤, 래퍼 송민호 주도로 이뤄져왔고 이승훈의 경우 작사가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에도 꾸준하고 방대한 작업을 이어온 끝에 'EVERYD4Y' 앨범을 통해 데뷔 4년 만에 최초로 자신이 작곡한 두 개의 트랙을 수록했다.

이승훈은 "이전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왔고 드디어 이번 앨범에 수록하게 됐다. 항상 곡 작업을 할 때 느낌 위주로 일을 많이 벌리는 스타일인데, 그럴 때마다 강승윤이 옆에서 음악적으로 정리해주는 강승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강승윤은 "난 정말 숟가락을 얹은 정도"라며 "내가 아무래도 보컬이다보니 래퍼들이 만든 곡 멜로디를 보컬스럽게 바꿔준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10번 트랙 'SPECIAL NIGHT(스페셜 나잇)'은 이승훈이 송민호와 함께 가사를 쓰고, AiRPLAY 강승윤과 함께 작곡한 곡이다. 오토튠과 토크박스를 활용해 만든 도입부 테마와 세련된 코드 진행이 인상적인 디스코 장르의 트랙이다. 이어 11번 트랙으로 수록된 'RAINING(레이닝)'은 이승훈이 송민호와 함께 가사를 쓰고 강욱진과 함께 작곡한 트랙. '먹구름과 비 오는 날씨'라는 시각적 심상을 재현해낸 작곡, 편곡이 인상적인 팝 곡이다. 탄탄한 구성과 감성적 멜로디, 아날로그한 소스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애절함을 이끌어냈다. 이를 접한 대다수 음악 팬들은 처음으로 수록한 작곡 곡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퀄리티이고, 듣기에도 편안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양현석 또한 이승훈의 자작곡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강승윤은 "이승훈 자작곡을 수록하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다. 이번 신곡을 일주일동안 밤새 녹음한 뒤에 회장님에게 한 번에 보고드렸다. 형의 곡도 두 곡 정도 실려 있었는데 들려드린 후 칭찬을 받았다. 위너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작곡 스타일이 너무 다른데 그게 너무 재밌고, 앨범도 재밌게 완성된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다. 나와 송민호 둘이 작업할 때도 많고 들려드릴 때도 많은데 그런 칭찬은 들어보지 못 했다. 형이 우리와 다른 작곡 스타일을 들려준 덕분에 받은 칭찬이다. 형이 작곡에 파이팅을 해준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회장님 칭찬이 그렇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칭찬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 좋더라"고 밝혔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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