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는 옷 잘 입는 여자다. 무심하게 걸친 것 같아도 그의 몸에 닿는 순간 아트(Art)다. 작고 뽀얀 얼굴, 비율 좋은 몸매 덕일까. 화려한 패턴, 기하학적 디자인, 다소 튀는 색상까지도 웬지 딱 떨어지는 인상. 배우이면서 동시에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이유는 이렇게 명확하다.

패션 피플들이라면 알고 있지만 배두나는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의 최초 한국인 모델이다. 루이비통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로부터 먼저 콜을 받고 수년간 뮤즈로 친분을 쌓더니 올해 초 결국 정식 모델까지 됐다. 배두나는 대부분의 공식석상에서 루이비통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남다른 아우라(Aura)를 풍긴다.

배두나가 2년 만에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10일 개봉)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드라마 '센스8' 시즌2의 국내 촬영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언론배급시사회와 VIP 시사회 등에 참석해 홍보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이미 1~ 2년전부터 잡힌 해외 스케줄이 워낙 빼곡한 탓에 하정우처럼 언론과 인터뷰를 일일이 함께 할순 없는 상황. 본인이 이를 못내 아쉬워하면서 수면 시간도 포기하고 가능한 프로모션에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패션을 선보여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한몸에 받은 바.

그런데 배두나는 언론배급시사회 후 무엇보다도 작품 속 민낯 연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배두나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열연한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터널'에선 터널에 갇힌 남편(하정우)을 둔 아내로 분해 민낯 열연의 진수를 보여준 것. 퉁퉁 부은 얼굴, 헝클어진 머리칼, 다크서클까지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되면서 캐릭터의 그 처절한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관객들은 오매불망 남편의 구조를 기다리는 아내의 희망과 절망을 같이 오가게 될 것. 그만큼 배두나의 리얼하고 디테일한 심리 묘사가 돋보였단 평이다.

'그래도 명색이' 여배우인데 울더라도 최대한 우아한 표정으로, 다크서클이나 모공 같은 건 적당히 숨겨가며 '예쁜 척'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어떤 유부녀 톱 배우는 지금도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어서 반사판을 스무장씩 대가며 촬영을 한다는데 말이다. 하지만 배두나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간 영화를 해오며 특수분장이나 설정상 메이크업이 꼭 필요한 경우 외엔 대부분 민낯으로 연기해왔다는 설명. 물론 예쁜 화장이 연기가 되어야 한다면 얼마든지 분칠할 수 있지만, 작품과 역할을 위해 민낯이 더 어울린다면 과감히 맨 얼굴로 승부하는 진짜 배우다.

뿐만 아니다. 유명 배우, 루이비통 모델로 살면서 희귀한 명품 옷도 자주 입어보는 처지이지만 자연인 배두나의 일상 패션은 또 그렇게 털털할 수가 없다고. 무대나 카메라 앵글 밖이라면 역시 일반적인 캐주얼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소탈하게 산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민낯이어도 예쁘고 아무거나 걸쳐도 황홀한 몸매라 가능한 얘기다? 연예인이니까 배우니까, '예쁜 것들은 뭘 걸쳐도 비단옷이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맞는 소리다. 하지만 배두나의 이 철저한 이중성은 결국 '진짜 연기'를 갈망하다 생긴 후천적 성향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다. 해외 유명 패션쇼에서 모셔가는 패셔니스타, 때론 값비싼 명품을 휘감고 무대에 오르는 그녀가, 연기를 하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과감하게 화장을 걷어낸다.



[뉴스엔 윤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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