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연기를 하며 살까. 왜 배우가 됐을까. 궁금한 시작이다. 두 사람 모두 우연한 기회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고. 태인호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잘생긴 외모로 이름 좀 날렸다고. 뱉고보니 자랑이 된 말이다.
전석호(이하 전) "전 고등학교 때 집안 사정이 좀 안 좋았어요. 연기를 하면 돈을 많이 버는 줄 알았죠. 그때는 인터넷에 정보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연기 학원에 들어가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줄 알고 시작했죠. 하하하."
그렇게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삼십대 중반이 돼서야 입지를 다졌다. '미생'에서 대리로 이름을 알린 후부터는 나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 '굿 와이프' 출연 전 전석호는 너무도 연기가 갈증나 연극 무대에 올랐다. 태인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히 활동 중. 연기 얘기만 하면 들뜨는 두 사람, 이제 이름도 얼굴도 좀 알렸으니 하고 싶은 캐릭터만 딱 만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
태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 선배님이 했던 캐릭터나 '초록물고기'에서 한석규 선배님이 했던 역할이 하고 싶어요. 진짜 한이 많거나 한을 분출할 수 있는 역할? 평소에는 잘 표현 못 하는 것들이 연기할 때 표현되면 제 스스로 씻겨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 "선과 악 이런 것보다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연기 하고 싶어요. 로맨스물은 싫어요. 작품에서는 사랑이 아름답게 포장되는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오히려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실적인 이야기라면 할 것 같아요."
배우가 안됐다면 뭘하고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을 두 사람에게도 했다.
태 "축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을 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커피를 좋아해서 직접 로스팅을 하기도 했어요. 바리스타로 3년 일 하기도 했고. 카페 사장님이 됐을 수도 있어요. 지금 합정 상수 쪽에서 카페를 하고 있기도 해요."
전 "음... 한량...? 하하하. 여행 가서 거기서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또 여행하고 또 벌어서 여행하고 그랬을 것 같네요."
두런두런 마시고 떠들다 보니 두 사람이 등진 창문으로 어느덧 까만 밤이 보인다. 태인호도 전석호도,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알딸딸 취기가 올랐다. 태인호는 부모님이 기다리시는 일산의 집으로, 전석호는 예쁜 와이프가 있는 신혼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택시를 잡고, 매니저의 차를 기다리며 두 사람은 서로의 촬영 스케줄을 확인하며 '굿와이프' 얘기를 주고받았다.
태 "아까 커피 좋아하신다고 했죠? 다음엔 제가 직접 내린 커피 맛보러 오세요. 반가웠습니다."
헤어지는 순간, 태인호는 자기 바지에 손을 비벼 닦고는 살포시 악수를 건넸다.
전 "집에 동생이 기다린다고 했죠? 이렇게 늦게 들어갈 땐 동생 먹게 뭐라도 사갖고 가야죠. 이거 가져가세요. 하하하."
전석호는 근처에 있던 과일장사 트럭에서 사과를 잔뜩 사오더니, 막내 기자와 막내 매니저 품에 안기고 돌아갔다.
시시콜콜 읽거나 말거나.
태인호의 본명은 박상연. 데뷔 때는 본명을 썼는데 중간에 예명으로 바꿨다. 이모님이 취미로 성명학을 공부했는데 어머니가 예명을 한번 써보라고 권유했다. '태인호'는 그렇게 얻게 된 새 이름. 예명 덕에 잘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란다. 태인호란 이름을 갖고 3년 후에야 잘 풀렸으니까.
전석호는 요즘 '광고의 맛'과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알고 보면 TV CF에서 전석호를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전석호는 CF에 대해 '선물'이라고 말했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선물이라고.
뉴스엔 윤가이 issue@ 김예은 kimmm@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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