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갑을 관계를 조명하는 풍자의 칼날이 날카롭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 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를 시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물음표가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저 세트장은 어떤 생각으로 구현해낸 것일까?” “이렇게 적나라한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사람은 누굴까?” “세상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안판석 PD의 공이 컸을까?” “정성주 작가도 만만찮지, 이전 작품들 봐.” 시청자들 대신 시원하게 비꼬아주니 속이 후련할 따름이다.
이처럼 ‘풍문’에는 낯설지만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가득하다. 처음 연기에 도전한 앵커 백지연도 상류층 허세 연기에 가담하며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회와 10회에는 최연희(유호정 분)와 한정호(유준상 분)의 사이에 훼방을 놓으며 시청자들에게 얄미움을 샀다. 이처럼 관전 포인트가 다양한 ‘풍문’의 시청률이 오르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풍문’ 시청자들이 환호를 보내는 부분은 한정호와 최연희 등 상류층의 허례허식 가득한 면모다. 서봄(고아성 분)의 가족들을 보는 맛도 있다. 하지만 갑처럼 보이는 한정호의 가족과 대비시켜 그들을 ‘착한 흥부 가족’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은 흥부처럼 가난하고 서글픈 을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속물근성 또한 만만치 않다. 결과적으로 ‘풍문’은 모두에게 잠재된 허황된 욕망을 비웃고 있다.
두 가족의 모습이 보여주는 것은 허례허식과 속물근성이 지닌 보편성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있는 인간의 욕망이란 것. 신분 고하, 계급차를 막론하고 이들은 모두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10회에서 한정호 덕분에 취업한 서봄의 언니는 “낙하산 딱지 떼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돈의 재력에 기대려던 서봄의 가족들도 변하고 있는 셈.
한편 며느리 서봄은 본격적으로 법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상 이는 한정호 집안의 재력과 같은 물적 지원 없이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진 현실을 꼬집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류층의 전유물이 된 ‘법’의 존재에 대해서도 은근히 비꼬는 시선을 견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10대의 정사 장면을 묘사해 화제를 몰고 왔던 ‘풍문’. 이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까칠한’ 시선으로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풍문으로 퍼지고 있다. 소재의 날카로움이 재미로 승화됐다. ‘풍문’을 보며 웃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것도 그래서다. ‘풍문’속 사랑스런 갑을들. 이들을 조명해 뼈 있는 풍자의 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희아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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