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을 잘 몰라요. 푼수예요 저.”
여배우의 내숭은 없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일 거라던 편견은 첫 말 한 마디부터 깨졌다. “요즘 알아보는 분들 많겠다”고 물으니 진경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 화장 안 하면 못 알아보시던데. 나도 당연히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고”라고 태연히 답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순수하다고 말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모습도 밉지 않았다. 평소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진경은 솔직했고 담백했고 ‘참 좋은 시절’ 해주처럼 귀여웠다.
철없고 돈만 밝히지만 그러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마스카라가 다 번지도록 눈물만 뚝뚝 흘리는 ‘참 좋은 시절’ 해주의 러블리함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싶었다.
진경은 자신이 맡은 차해주에 대해 “나이든 노처녀의 귀여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악역까진 아니지만 밉상 쪽이었는데 회를 거듭하고 러브라인이 진행될수록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해주에 적의를 갖고 계신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참 좋은 시절’ 뿐 아니라 영화 ‘감시자들’,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연기해온 작품 속 캐릭터에는 진경 자신의 성격이 묻어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는 후배들에 가장 무서운 선배로 통했다. 동기들은 내 차해주 같은 면을 아니까 후배들에 ‘얘 알 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푼수다’고 말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감시자들’ 이실장 같은 면도 있다. “순수한 사람들이 계산을 잘 안하니까 욱할 때가 많다. 나도 그렇다. 싫으면 싫은 티가 나고 좋으면 다 퍼준다. 너무 애처럼 얼굴에 드러나는 타입”이라며 “연극할 때도 다른 배우들은 침묵하는데 나 혼자 버럭해서 연출과 싸울 때도 있었고.. 무슨 6학년 반장처럼. 그러다 또 혼자 상처받고 울었다. 화를 낼 때나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은 ‘감시자들’ 이실장 같다”고 털어놨다.
한바탕 수다 같던 인터뷰가 끝날 무렵 ‘언젠가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다’던 말이 기억나 “쉴 수 있으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다. 진경은 “책에서 읽었는데 벨기에에 브리해라는 마을이 있단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렇게 묘사를 해놨나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벨기에의 작은 마을을 거니는 진경은 어떤 모습일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똑순이 민지영, 섬세하면서도 강단 있는 ‘감시자들’ 이실장, ‘참 좋은 시절’의 밉지 않은 푼수 차해주가 이국적 풍경의 마을을 구경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하지만 올해는 여행 못 갈 것 같다. 작년에 친구들과 남해에 놀러갔다 왔는데 그 후로는 여행 시간 내기가 좀 힘들다. 근데 일 없이 여행 가는 것 보다는 일 하느라 여행 못 가는 게 백배 낫다. 하하.”
정진영 afreeca@ / 이재하 rush@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