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4' 성나정. 고아라의 두 번째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이름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고아라는 2003년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 이옥림 역으로 데뷔했다. 솔직하고 당찬 15세 소녀 이옥림은 순식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신선한 마스크와 통통 튀는 매력으로 '반올림' 옥림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고아라가 순식간에 스타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들 작품에서 고아라의 연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인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아라는 '눈꽃'에서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다미 역할을 준수하게 소화했다. '파파'에서의 맏언니 준 역도 칭기즈칸의 여인 쿠란으로 분했던 '푸른 늑대'에서도 고아라는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고아라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었다. '반올림' 옥림이로 깊은 인상을 받은 시청자는 고아라에게 조금 더 옥림이 같은 모습을 바랐다. 아직 학생이었던 고아라는 귀엽고 발랄한 역할을 하기에 제격이었다. 하지만 고아라는 '반올림'을 끝으로 옥림이 캐릭터에서 벗어났다.
외모만큼 그가 선택한 작품 역시 성숙해갔다. 대중이 바랐던 고아라와 고아라가 실제 걸어온 연기자로서의 길 사이의 괴리는 '고아라=반올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고아라가 선택한 길은 헛되지 않았다. '응답하라1994' 성나정은 고아라가 지난 시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고아라의 재발견을 단순히 작품의 인기나 좋은 캐릭터의 공으로만 돌리기엔 부족하다. 찰진 마산 사투리와 예쁜 외모가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아픔을 내면으로 삭이며 성숙해가는 과정은 고아라가 아니면 누구라도 그만큼 소화하기 어려웠다.
데뷔 11년 차 만에 성공적으로 '응답하라1994'라는 자신의 2번째 대표작을 만들어낸 고아라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 크다. 옥림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은 실은 고아라가 배우로 성장해온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캡처)
정진영 afre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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