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베일이 벗겨졌다.
10월 11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 프롤로그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드라마 이해를 도울 1994년도에 대한 배경지식들이 공개됐다.
1994년도는 듀스 투투 박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등 대중음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이다. ‘마지막 승부’ ‘M’ ‘사랑을 그대 품안에’ ‘느낌’ 등 드라마에서 지금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신인 유망주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기성세대는 이런 신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낯설어 해 좀처럼 적응 안 되는 젊은이들을 ‘X세대’로 불렀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지어준 별칭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던 이들이 당시 청춘들이다.
당시 유행하던 배우의 헤어스타일을, 혹은 만화 ‘슬램덩크’ 속 송태섭 머리를 하던 남학생들이 많았다. 여학생일지라도 통큰 데님바지와 통큰 티로 힙합 스타일을 연출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는 1994년 20대 직전 내지 20대를 보냈던 상당수 사람들의 모습이었고,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할 윤나정 쓰레기 칠봉이 삼천포 해태 빙그레 조유진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응답하라 1994’는 빠순이(특정 유명인의 열혈팬)와 모범생이 남녀주인공이란 점에 ‘응답하라 1997’을 연상시키면서도, 묘하게 영화 ‘건축학개론’과 닮아 있었다. 1994~1995년의 향수 속에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추억까지 가미시킨 ‘건축학개론’의 정서는 같은 배경을 공유했다는 점에 ‘응답하라 1994’에도 녹아 있었다.
‘건축학개론’은 그 시대를 경험했던 세대들에겐 생각만해도 울컥하는 아련함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에겐 안타까운 로맨스로 폭발적 흡입력을 발휘했다. ‘응답하라 1994’ 역시 같은 힘을 발휘할지 두고볼 일이다.
또 프롤로그에서 스치듯 제시됐던 성수대교 붕괴를 ‘응답하라 1994’ 본편이 짚고 넘어갈지도 주목할 사항이다. IMF가 찾아오기 전의 풍요로움의 시기,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기 보다 반가워했던 1994년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울고 있었단 걸 드라마는 어떻게 구현해낼지 시선을 모았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캡처)
박지련 p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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