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닥터'가 상식을 비트는 의외의 화법으로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9월 2일 방송된 KBS 2TV '굿 닥터'(극본 박재범/연출 기민수 김진우) 9회에서 박시온(주원 분)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충만(조희봉 역)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혁필은 헤타바이젠을 투여했다고 인정하고 원장 최우석(천호진 분)이 이를 인가했다고 증언하면 차후 병원에서 높은 자리를 주겠다고 고충만을 설득했다. 최우석을 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의도였다.
비록 병원 내에서의 지위를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는 고충만이기는 하지만 의사로서의 양심까지 저버릴수는 없었다. 고충만은 조사원들에게 헤타바이젠을 투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고충만은 병원 밖 벤치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심란해했다. 이때 마침 곁을 지나가던 박시온이 고충만을 발견했다. 박시온은 고충만 옆에 앉으며 아이스크림을 권했다. 박시온은 "두 개로 나누어지는 아이스크림이다. 드시라"며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쪼갰다.
하지만 박시온의 예상과 달리 아이스크림은 불균등하게 나뉘었다. 큰 것과 작은 것을 살피며 고민하던 박시온은 낼름 작은 것을 고충만에게 내밀어 웃음을 자아냈다. 선배에게 당연히 큰 것을 주리라고 생각했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이런 순수한 행동은 뒤이어진 시온의 말을 더 감동적이게 만들었다. 시온은 "저리 가"라며 손을 들어올리는 고충만을 보며 "우와 굳은살, 흉터"라며 감탄했다. 이어 "저는 굳은살이랑 흉터있는 손이 제일 부럽다. 수술을 많이 한 손이다. 과장님께는 김도한 선생님 차윤서 선생님보다 훨씬 더 많이 있다. 저도 빨리 서전이 돼서 과장님처럼 굳은살이랑 흉터 많이 만들고 싶다. 제 꿈이다"고 덧붙였다.
고충만은 "지금 뭔 소릴 하고 있는 거냐"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시온을 쫓았다. 하지만 혼자 남은 고충만은 생각이 많아진듯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굿 닥터'의 이런 비틀기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월20일 방송된 6회에서는 늑대소녀 은옥(유해정 분)의 주치의가 된 박시온의 모습이 그려졌다. 소아외과 병동의 직원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은옥과 소통하지 못해 쩔쩔맸다. 하지만 박시온은 은옥과 눈높이를 맞추며 은옥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썼다.
처음 박시온이 은옥에게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박시온을 아끼는 선배 차윤서(문채원 분) 조차 박시온은 개가 아닌 사람이라며 박시온의 행동을 나무랐다. 하지만 박시온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마음의 병은 책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제 병도 책으로 치료되지 않았다"며 "원장님께서 항상 곁에 있어주셨다. 친구가 돼주셨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옳은 것, 맞는 것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박시온의 맞춤형 보살핌을 받은 은옥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굿 닥터' 박시온이 바라는 건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그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의사는 권력 싸움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뻔하고 당연할 수 있는 이런 생각들에 박시온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독특성을 덧입히고 있다. 앞으로 박시온이 또 어떤 어록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사진=KBS 2TV 월화드라마 '굿 닥터' 캡처)
정진영 afre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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