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희망이 아니었다.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극본 송재정 김윤주/연출 김병수)에 등장하는 향의 정체는 희망이 아닌 판도라의 상자였다.
인류 최초의 여신 판도라는 제우스가 열지 말라고 한 상자의 뚜껑을 열면서 인류의 재앙을 가져왔다. 그녀의 호기심은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을 낳았다.
형의 죽음 후 박선우(이진욱 분)도 향의 존재를 알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박선우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향만이 자신을 지금의 지옥에서 구원해 줄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박선우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돌이키고 싶은 순간,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로 떠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살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잔인한 진실과 마주했다.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이 바로 형 박정우였던 것이다. 게다가 박정우는 자신이 20년 동안 증오해온 원수 최진철(정동환 분)의 아들이었다.
박선우의 시간 여행은 갈수록 꼬여갔다. 형의 사랑을 이뤄주는 대신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야 했다. 연인 주민영(조윤희 분)이 시간 여행 후 조카 박민영이 됐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뇌를 어지럽히는 종양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4월 30일 방송된 ‘나인’ 16회에서는 박정우의 죽음이 그려졌다. 박선우의 시간 여행 전 홀로 죽음을 맞이했던 박정우가 이번에는 자신 때문에 생긴 불행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박정우는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불행해졌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최진철을 죽이러 가겠다는 박선우를 잡은 것은 친구 한영훈(이승준 분)이었다. 한영훈은 향을 갖고 있으면 인생을 망칠 것이라며 없애자고 했다. 또 “이걸 써서 행복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라며 향이 이 모든 불행의 씨앗임을 말했다.
향을 써서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향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의 시작은 욕망이었다. ‘과거를 바꾸면 지금의 나는 달라져 있겠지’라는 호기심과 욕심은 결국 화를 불러왔다. 판도라가 제우스의 말을 어기고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에서 모든 재앙이 쏟아지고 하나 남은 것이 있었다. 바로 희망. 이는 박선우에게 발판 혹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박선우가 남은 향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포스터)
김태현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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