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팜므파탈로 나오면 의외일 것 같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어요. ‘올미다’ 김석윤 감독님이 사극 싫어하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사극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 얼른 합류했죠.”
코미디 사극 ‘조선명탐정’(제작 청년필름, 위더스필름)은 한지민(29)이 ‘청연’(05) ‘해부학교실’(07)에 이어 출연한 4년 만의 영화다. 타이틀 롤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 ‘올인’ ‘대장금’ ‘부활’ ‘경성스캔들’ ‘이산’ ‘카인과 아벨’ 등 드라마에선 전적이 화려하지만 영화에선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게 사실.
한지민은 ‘조선명탐정’에서 공납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김명민을 한눈에 반하게 하고 세금 증발 사건의 열쇠를 쥔 의뭉스러운 여인 한객주로 나온다. 요즘으로 치면 탈세 혐의를 받는 거대 유통업자다. 짙은 눈화장과 가슴골을 강조하며 섹시함을 발산하지만 숨겨진 과거사가 하나씩 밝혀지며 반전을 꾀하게 된다.
“비밀의 키를 돌리면 제가 짠하고 나타나요.(웃음) 모든 사건의 중심에 ‘반전녀’ 제가 있죠. ‘이끼’처럼 한 명 한 명 죽어도 임팩트 있는 배역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분량이 많더라고요.(웃음) 제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도 시나리오를 보시고 ‘김명민인데 뭘 망설이냐’며 등을 떠미셨어요. 할머니가 ‘불멸의 이순신’ 이후로 김명민 선배 팬이 됐거든요.”
‘강마에’ 김명민을 처음 본 소감은 ‘떨린다’였다. 첫 리딩하던 날 “지민씨 반가워”라며 먼저 악수를 청한 김명민은 며칠 뒤 회식 때 “멜로 라인이 있던데 내가 진짜 반할 수 있게 지민씨가 많이 도와달라”고 해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에서 진지함을 맡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 한지민은 “‘이산’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명민 오달수 선배님은 매일 산에서 고생하는데 저는 거물 유통업자라 가마 타고 휘황찬란한 어항이 있는 럭셔리한 대궐 같은 집에서 호사를 누렸어요. 열대어 1000마리도 난생 처음으로 구경했고요.”
★ '지지지' 삼각 스캔들 깜놀
서울여대 재학 중 데뷔한 한지민은 교내에서 출석률이 가장 높은 연기자 학생으로 유명했다. 헐렁한 츄리닝 입고 구내매점에서 떡볶이 먹는 한지민을 목격한 서울여대생이 한둘이 아니다. 혹시 인근에 위치한 육사생도와의 로맨스는 없었을까.
“아쉽게도 그런 추억이 없어요. 서울여대와 육사가 가깝지만 제 주위에서 커플 된 사람을 아직 못 봤어요.”
만약 브라질쯤 되는 도시에서 한지민 페스티발이 열리고, 세 작품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하면 어떤 드라마, 영화를 출품하겠냐고 묻자 재치있게 받아쳤다.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서 가져갈래요. 선택 못 받은 작품들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똑같은 열정과 땀이 밴 작품들인데.”
데뷔 때부터 줄곧 한 기획사에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선 “가족처럼 끈끈하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더 크고 힘있는 회사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잘 됐을 수도 있지만 정반대일 수도 있다. 차근차근 발전하는 지금 내 모습이 더 좋다”며 웃었다.
노희경 작가의 권유로 시작한 제3세계 빈곤 어린이 퇴치 운동도 한지민을 더욱 성숙하게 한 토양이다. 정토회에서 주최하는 다른 봉사 활동에도 열심인 한지민은 “사회사업학과 출신이라 그쪽에 관심이 많았다. 차인표 선배의 연말 시상식 소감도 그래서 더 멋졌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지지지’ 삼각 스캔들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의 기발함에 두손 두발 들었다”며 웃었다. 네티즌들은 갯벌에서 난투극을 벌인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 강지환이 주먹다짐을 벌인 이유가 한지민 때문이라며 말풍선까지 달아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지지지’는 세 사람의 이름 가운데에 공통으로 들어간 ‘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어쨌든 저에 대한 관심이니까 기분은 좋죠.(웃음) 실제로 두 분이 저를 차지하려고 싸웠다면 여자로서 대박 아닌가요. 그게 가상이고 허구라는 게 아쉽지만요.”
★ 제 마음에 필터 생겼어요
영화에서도 그렇고 제작발표회, 시사회에서 유난히 클리비지룩을 강조하는데 영화 붐업을 위한 마케팅 차원일까, 아니면 자신감일까.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간혹 확대돼 알려지는 측면이 있어요. 예전엔 속상해서 펑펑 울었을 텐데 그게 모두 저를 더 괴롭히는 일이더라고요. 대중들의 의견에 귀를 막겠다는 건 아니지만 괜한 말에 상처받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댓글 봐도 상처 안 받아요. 비난하면 더 잘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식이죠. 데뷔 9년째인데 작년부턴가 제 마음에도 필터가 생긴 것 같아요.”
희귀병 메니에르병도 한지민을 따라다니는 연관검색어 중 하나인데 거의 완쾌됐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 100% 완치는 없대요. 어지럽거나 두통 증세가 안 나타난 지 꽤 된 걸 보면 거의 나은 것 같아요. 만병의 근원은 역시 스트레스더라고요. 전에는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남들에게 왜곡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그렇게 마음을 졸이는 게 건강에 가장 안 좋대요. 이틀 빡세게 일하고 하루 정도는 릴랙스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좋아하는 일을 오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김범석 kbs@newsen.com / 이재하 rus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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