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들의 광풍이 가요를 넘어 국내 팝시장도 몰아 닥쳤다.
최근 팝시장에는 발매된지 꽤 된 곡들이 차트에 재등장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바로 아이돌 스타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서 선보이는 팝송들이 그것이다.
2008년 발매된 팝 신예 카리나(Karina)의 ‘슬로우 모션’(Slow Motion)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AM 조권 덕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조권이 MBC ‘세바퀴’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피아노 라이브를 부른 뒤 카리나의 곡이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점령한 것.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도 지난 1월 아이돌 특수를 누렸다. 씨엔블루 정용화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2006년 발표된 ‘긱 인 더 핑크’(Geek In The Pink)를 라이브로 부른 것.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제이슨 므라즈’ ‘긱 인 더 핑크’가 등극했고 결국 ‘긱 인 더 핑크’는 발매 4년만에 6대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를 단숨에 석권했다.
가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팝시장이 이들의 소개로 활기를 띤다는 것은 분명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아이돌 스타는 실력파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고, 팝스타는 의도하지 않았던 특수를 누리게 된다. 팝유통을 맡고 있는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아이돌 특수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팝시장이 확대되면 그들도 보람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아닌, 일방적인 팬덤 소비 현상이 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다른 팝유통 관계자는 “수년간 띄우려고 해도 안 됐던 실력파 아티스트가 ‘누가 어디서 불렀대’라며 차트 1위를 휩쓸면 그만큼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아이돌 스타의 방송 1회에 차트가 술렁일만큼 한국 팝시장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차연 sunshine@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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