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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결혼 안하는 이유 “영화도 나도 늙는게 싫다”(감독탐험①)
2008-08-13 08:00:42

[뉴스엔 글 홍정원 기자 / 사진 황진환 기자]

김지운(44) 감독은 죽기 전에 세상에 아름다운 것 하나쯤은 남기고 싶어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쓰리’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어느 하나 대중에게 외면 받은 작품이 없었던 김지운 감독. 그는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뒤처지는 것도, 너무 앞서가는 것도 싫어한다. 대중의 구미와 작가적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묘한 감독. ‘독한 놈’으로 소문났지만 촬영현장에선 화 한 번 내지 않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친누나인 연극배우 김지숙을 따라 잠시 배우로서 무대에 올랐던 경험이 배우를 이해하는 감독이 되는 계기가 됐다.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잘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감독의 호통은 배우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임을 아는 김 감독은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여배우의 촬영 컨디션을 위해 생리 유무까지 체크하는 섬세한 감독이다. 어느 사회부적응자(10년의 백수생활을 겪은 김 감독 자신이 사회성이 없다며 내린 결론)의 광기(?) 어린 영화 집착에 대해 들어봤다.
-대중의 구미를 잘 맞추면서 감독 자신이 추구하는 것도 버리지 않는데 그런 영화를 만드는 비결이 뭔가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거죠. 거기에 매 작품마다 새로운 걸 첨가하려는 노력을 해요. 그런 것들을 관객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화 보는 내내 관객에게 장르적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해요. 평론가를 위해 만드는 영화가 아닌 대중을 위해 만드는 영화죠. 또 웃음 코드를 버리지 않아요. 제 영화에선 유머가 중요하죠. 유머 없는 세상은 답답해요.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처럼 블랙코미디라도 있어야 돼요.

-‘놈놈놈’은 유독 오락영화인 점을 강조하며 홍보를 했는데 그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저는 ‘놈놈놈’이란 오락영화에 진심을 담아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오락영화에 진심을 담았다는 의미는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예요. 여름이나 방학 때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깨지는 한국영화들이 싫었어요. 우리도 제대로 된 오락영화로 할리우드에 대적해보자는 취지에서 ‘놈놈놈’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감독으로서 매 작품마다 갖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어때요?
▲부담감은 잊어버리고 끝까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내가 해야 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요. 가령 편집 같은 것요. 지루한 순간이 단 한 순간이라도 없게 하기 위해 끝까지 덜어내는 거죠. 나조차도 지겹고 집요하리만치 내 영화를 만들어요.

-칸 국제영화제 버전이나 국내 개봉 버전 등 편집을 다르게 해 여러 버전을 만드는데 지겹지 않나요? 한국판은 극장에 걸리기 직전까지 편집을 하셨다면서요?
▲나도 버전에 따라 편집하는 거나 개봉 직전까지 편집하는 게 너무 지겨워요. 하지만 한 점도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해요. 연극과 달리 영화는 극장에 한 번 걸리면 더 이상 손을 못 대고 끝장이잖아요.

-내년 상영되는 미국 개봉작은 또 다르게 편집하나요?
▲미국 개봉작은 칸 국제영화제용의 완성 버전이에요. 칸 버전과 한국 버전의 장점을 각각 모아 합쳤어요. 토론토 버전도 미국 개봉작과 비슷할 것 같아요. 동남아에선 한국 버전을 원해 한국 개봉작과 같게 할 듯해요.

-웨스턴(서부극)은 미국이 본고장인데 현지 개봉이 결정돼 역수출하게 됐어요. 의미가 상당해요. 쾌거예요.
▲사실 김치 등 한국음식을 바탕으로 한 ‘식객’이 미국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그것과 같은 이치죠. 미국 워너브러더스에서 웨스턴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와 감독 제안도 받았어요. 저는 연이어 같은 장르는 안 하는데….

-애초부터 여러 버전을 위해 5개 결말을 미리 생각해 뒀다고 하는데.
▲오리지널인 한국 개봉 버전 결말 외에도 다른 결말들이 있어요. 박도원(정우성)과 윤태구(송강호)가 다시 만나 결투하는 장면, 박창이(이병헌)의 손가락이 땅에서 나오면서 절규하는 장면으로 약간 유머러스한 엔딩, 태구와 함께 사는 할매와 태구의 친구 만길이(류승수)가 등장하는 장면, 배우 삼국파의 조선인 부두목 병춘(윤제문)이 이끄는 마적단들의 에피소드로 마무리되는 장면, 아니면 이 모든 결말을 다 집어넣는 방법도 있어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세 배우는 어떤가요?
▲정말 송강호 씨는 이상한 놈 윤태구고 이병헌 씨는 나쁜 놈 박창이고 정우성 씨는 좋은 놈 박도원이에요. 강호 씨는 태구처럼 엉뚱하고 병헌 씨는 창이처럼 최고를 꿈꾸고 욕심이 많아요. 우성 씨는 도원처럼 여유롭죠.

-특히 이병헌 씨는 자존심 강한 김 감독님이 한 달 동안 설득한 끝에 캐스팅하게 됐다고요? 뭐라고 하며 설득하셨나요?
▲쇠락한 집안의 왕자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도련님 같은 양아치 이미지요. 병헌 씨에게 늘 말했죠. ‘당신은 프린스’라고. 창이는 당대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자라다가 한 사건을 계기로 양아치가 된 것으로 설정했어요. 도련님 같은 양아치 역을 할 배우는 이병헌 씨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마주(homage: 사전적 의미로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가 됐던 영화들이 몇 편 있죠? 이만희 감독 ‘쇠사슬을 끊어라’(1971)와 ‘석양의 무법자’(1966)죠.
▲송강호 씨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할까 얘기하다가 제 어릴 적 꿈이었던 웨스턴 영화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은 고(故) 이만희 감독의 만주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예요. 어린 시절부터 ‘석양의 무법자’를 보고 서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결정적으로 웨스턴영화 제작 결심을 굳히게 한 영화는 ‘쇠사슬을 끊어라’라는 작품이죠. ‘쇠사슬을 끊어라’를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만주 웨스턴을 만들 수 있구나란 확신과 용기를 갖게 됐어요.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들었다고 해 생긴 명칭,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도 불림)으로 불리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원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석양의 건맨2)는 사실상 ‘놈놈놈’ 제목과 세 놈의 캐릭터를 결정하게 한 작품이고 ‘쇠사슬을 끊어라’가 ‘놈놈놈’ 제작을 결정하게 한 가장 결정적인 오마주예요.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30년대 만주에서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무정부주의자, 쿨한 주인공들의 성격을 어느 정도 차용해 세 놈들의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일부러 애국주의를 강조하지 않았다면서요.
▲일부러 계몽적 애국주의를 배제하고 오락성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독립군 나연(엄지원) 부분이 편집됐어요. 인간 욕망의 절정을 표현하고 싶었죠. 그렇다고 해서 ‘놈놈놈’이 시대적 아픔을 아예 언급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태구와 도원(정우성)이 만주 벌판에서 달밤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일본 식민지에 있던 우리나라의 시대적 아픔을 읽을 수 있어요. 시대적 아픔은 사람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태구가 첫 등장신인 열차 강도 장면에서 돈을 강탈하려고 본의 아니게 일본군을 총 쏴 죽이죠.

-배우를 잘 배려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시잖아요. 심지어 여배우나 여성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신경 쓰기 위해 생리 유무도 체크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촬영장에선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하는 데 방해될까 봐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신다면서요?
▲저는 배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영화는 감독 예술이 아닌 배우 예술인 것 같아요. 배우, 즉 캐릭터를 가장 중요시하죠. 현장에선 (에스프레소) 커피 떨어질 때만 화내요. 배려가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이 되는 걸 알거든요. 편안한 상태에서 (훌륭한 연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거죠. 배려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에서 비롯돼요. 여배우들도 그날 따라 기분이 다운돼 있으면 연기가 되지 않아요. 여배우들은 기분이 다운돼 있으면 생리처럼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등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여배우들이 기분이 다운돼 있을 땐 그 상태로 뭔가를 만들어 내보자 하기도 해요.

-개봉초기부터 1,000만 관객 동원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는데요.
▲흥행은 보너스예요. 저는 배우들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쾌감을 느끼고 그런 낙에 살아요.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그것 자체로도 제겐 의미 있는 거예요. 손해 안 보면 좋지만 관객이 몇 만 명 드는 것보다 웨스턴 영화의 숨통을 터놓은 게 더 의미 있어요. 로망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만족해요.

-‘놈놈놈’ 촬영 도중 스태프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힘드셨겠어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정말 좋아하는 무술감독 겸 액션배우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힘든 걸 내색하지 않고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영화 만들 때마다 고비가 있었어요. ‘달콤한 인생’ 촬영 도중엔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영화를 열심히 만들면서 아픔을 잊으려 했어요. ‘달콤한 인생’을 어머니께 바친다고 영화 자막으로 넣고 싶었는데 나를 위한 영화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든 영화라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놈놈놈’ ‘달콤한 인생’ 때도 스태프와 배우 전체의 사기가 저하되면 안 되니까 저는 표정 하나 동요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려 했어요. 제가 흔들리면 작품 전체가 흔들리는 거니까요.

-상당히 독하신 것 같아요.
▲독한 건 아니고 나로 인해 분위기가 좌우되는 걸 원치 않아요. 영화를 만들다 보면 머리를 벽에 박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현장에 임해요. 이모개 촬영감독이 요 며칠 전 제게 한 말이 있어요. ‘놈놈놈’은 악다구니 쓰며 만들 작품이었는데 조용히, 살살 해서 만들어 더 의미 있다고요.

-‘놈놈놈’ 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건가요?
▲김혜수 씨가 말한 ‘영화가 미쳤다’예요. 또 ‘광기 어린 오락영화’라는 평도 좋았어요.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송강호(‘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이병헌(‘달콤한 인생’ ‘놈놈놈’) 씨 등 페르소나(persona)가 많으시잖아요.
▲아니에요. 그들을 내 페르소나라고 부르는 건 그들에게 실례되는 말이에요. 그 영화에 맞는다고 생각할 때 배우를 캐스팅해요. ‘김지운 감독 사단’ ‘김지운 패밀리’ 같은 건 내겐 없어요. 단 한 번도 친분 때문에 배우를 영화에 출연시킨 적은 없어요. 친분으로 영화에 출연시키려 했다면 예전에 벌써 누님(연극배우 김지숙, 52)을 캐스팅했을 거예요.

-김지숙 씨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던가요?
▲내색은 안 했지만 아마 좀 섭섭하게 생각할 거예요. 연기 잘하는 배우인데 누님을 출연시키지 않은 건 그동안 맞는 배역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중퇴하셨고 단 한 번도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우신 적이 없는데 거의 모든 작품들이 주목 받거나 흥행했어요. 연출 감각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천재 감독인가요?
▲천재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죠. 전 아니에요. 1998년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까진 백수였어요. 제 인생은 백수 10년(연극 연출 시절 포함), 영화감독 10년이에요. 누나를 쫓아다니다 연극배우로 연기를 배웠고 그러다 연극 연출을 했고 그러다 시나리오를 썼는데 당선(‘좋은 시절’ ‘조용한 가족’)됐고 영화감독이 됐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모든 걸 배웠죠. ‘조용한 가족’으로 영화감독 데뷔한 뒤 ‘놈놈놈’까지 10년 동안의 세월이 제겐 청년기예요. 여태까지 영화를 배운 거죠. ‘놈놈놈’이 청년기 마지막 작품이에요. 이제부턴 성년기예요.

-작업을 하지 않으실 때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방콕’ 여행해요. 그야말로 집에서 놀고 먹죠. 음악 듣다가 냉장고 열고 뭐 있나 보고 소파에 누웠다가…. 영화제가 한 달에 한 번 있어서 그것으로 여행 갈증을 해소해요. 하지만 ‘놈놈놈’ 끝난 뒤엔 순수한 목적의 여행을 하고 싶어요. 자전거도 자주 타고 싶고요.

-감독으로서의 꿈과 개인적인 꿈이 일치하나요?
▲내가 생각하는 감독으로서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어요. 발전된 모습의 감독으로 향해가길 바라고 배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이 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꿈은 에스프레소 전문 바(bar)를 차리는 거예요.

-영화를 만들면서 반드시 변하지 말아야 할 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감독은 안정되거나 편안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녹슬 것 같고 모험을 안 할 것 같아요. 제가 결혼 안 하고 가정을 꾸리지 않는 이유도 안정되는 게 싫어서이기 때문이에요. 감독 같은 대중예술가들은 늙지 말아야 하고 눈과 머리를 젊게 해야 돼요. 물리적인 나이를 먹는 건 상관 없는데 영화도, 감독으로서의 김지운도 늙는 게 끔찍하게 싫어요.

홍정원 man@newsen.com / 황진환 jordan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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