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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 “홍자매 드라마는 일단 웃겨줄 거란 선입견 때론 부담” (인터뷰②)
2008-03-27 07:25:21
 

[뉴스엔 조은영 기자]

26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모티브가 된 ‘홍길동’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영웅이다.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는 만화적 감수성에 기반에 둔 특유의 상상력으로 원전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파격과 진중함을 오가는 불균질한 매력을 보여준다. '쾌도 홍길동’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가던 홍길동(강지환)이란 인물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영웅신화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특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 시대 가치관과 조우한 인물들을 통해 대중의 정치적 욕구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점에서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의 야심이 읽혀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쾌도 홍길동’을 집필하며 어느 시대에도 세상을 노리고 겨눌 홍길동이 존재한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를 만났다.
#.현재를 패러디하다

-패러디는 홍자매표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다. 이번에도 유명 CF는 물론 드라마의 원전인 홍길동전이 만들어지는 과정마저 패러디하더라. 무엇보다 한미 FTA, 이라크 파병, 삼성특검, 인수위 몰입식 영어교육 발언까지 패러디하며 웃음보단 풍자가 더 강해졌다. 사실 사극이 완충지가 되어주긴 했지만 이렇게 근거리 정부를 개그 프로가 아닌 드라마에서 풍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웃음) 그 역할을 전담한 것이 안석환씨가 열연한 권력의 핵심 서대감이고.

▲현대극이라면 보시는 분들도 찬반이 갈렸을 것이다. 서대감은 코미디가 아닌 정석으로 풀었다면 돌 맞을 캐릭터고.(웃음) 사실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을 꼬아줬을 때 통쾌한 부분도 있고 쉽게 웃음도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패러디가 가진 장점이 많다. 다만 이 드라마에서 패러디가 되는 소재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은 유보했다. 그것은 보시는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저희는 백짓장처럼 가벼운 사람들이라 무거운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웃음)

-‘쾌도 홍길동’이 정통사극은 아니지만 사극이란 장르의 틀안에서 만든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쾌도 홍길동’은 사극이란 틀 안에 우리가 가진 부분을 풀어낸 것인데 사극이지만 사극처럼 보이지 않게 가는 낯설음을 극복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사극의 경우 정과 반이 있어 대립하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캐릭터만 잡은 후에 에피소드로 하나씩 풀어가는 형태를 취했다. 또 각 캐릭터가 서로 엮이면서 함께 성장하고 대결도 하는 구조로 끌어갔는데 이를 낯설게 느끼신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을 좀 더 편하게 해드리려면 서대감도 권력의 핵심이 아닌 독한 악역으로 그리고 창휘도 15회쯤 왕좌에 올라 길동과 치열하게 싸우도록 해 전형적인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야 했나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한편으론 누군가를 죽여 상황을 극적으로 끌어 올리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도 있었고. 하지만 결국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밀어 부쳤다.

-이번 드라마의 경우 소재가 지닌 진중함 때문인지 이전보다 대사에 많은 의미를 담고자 했던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는 일상적인 대사만하면 되기 때문에 대사에서 폼 잡거나 어렵게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의 경우 등장 인물들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야 하고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감정만 가지고 가는 거면 에피소드나 행동으로 설명 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상이나 생각은 대사 없인 불가능하다. 이런 행동을 한 이유가 무엇이며 너와 나는 무엇이 다른지 말로 부딪치다 보니 뒤로 갈수록 대사가 많아졌다. 그래도 최대한 대사 부분을 줄이려고 노력하긴 했다.

-처음엔 제도권 밖 젊은이들의 청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이후 위선과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의 전복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로 전환되더니 종국엔 백성들의 왕을 세우고 다시 그 왕을 다시 견제하는 정치극으로 종결됐다. 이 같은 변화의 과정들이 흥미롭기도 한데 작가 입장에선 이번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럼에도 여러 현실적인 여건상 다 풀어내지 못 한 아쉬운 지점도 있었을 듯 한데.

▲이 드라마를 통해 어느 시대에도 세상을 노리고 겨눌 홍길동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아쉬운 부분은 많다. 그 중에서도 활빈당의 캐릭터는 잘 잡혔는데 주연들의 이야기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 때문에 활빈당의 이야기를 많이 그리지 못해 아쉽다. 또 흥부전을 통해 길동과 인형, 광휘와 창휘같은 형제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심청전이 다소 길어지며 이 에피소드가 빠진 것도 아쉽고.

-그래도 일반 미니 시리즈 보다 긴 24부작이었다.

▲너무 겁 없이 시작했다.(웃음) 24부작은 단순히 16부작보다 8부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분량이 두 배로 늘어 난 것처럼 느껴진다. 촬영 팀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작품을 하든 홍자매 특유의 색깔은 변함 없을 것

-나쁘게 나온 시청률은 아니지만 아쉬움은 있을 듯하다.

▲초반부에 적응 못 한 분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레도 불변하지 않는 고정충 분들은 정말 열심히 봐주셨던 것 같다. 사실 작가 입장에서 아쉬움보다 열심히 한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금보다 더 이슈화 되서 CF도 찍고 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배우들 나름대로 얻은 것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강지환씨는 드라마를 책임지고 이끈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유리씨의 경우 우리가 생각했던 이녹의 모습 그대로 연기를 너무 잘해 줘서 깜작 놀랐다. 게시판에 글을 남기며 특별히 성유리씨만 언급했던 것은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인데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것이 안타까웠고 그 만큼의 결과가 이슈화 안 된 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창휘 역의 장근석씨는 워낙 멋진 배우이기도 하고 실제로 어린 나이지만 앳된 느낌을 지워내고 한 나라의 왕으로 길동이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홍자매표 드라마는 이미 브랜드화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몇몇 핵심적인 특징들로 각인 되었다고 보여 지는데 그 때문에 만들어지는 선입견도 있고 작업 과정의 딜레마도 있을 듯하다.

▲홍자매표 드라마는 일단 웃겨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쾌걸 춘향이 처음 방영됐을 때 신기하게 보셨던 것처럼 선입견 없이 보는 것이 가장 좋은데 기대만큼 충족 시켜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도 부담될 때가 있다. 그래서 다음에 드라마 할 때는 작가 이름을 내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웃음) 또 만화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유치함과 비현실적인 파격 설정을 즐길 거란 선입견도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촬영장을 갔다 조명 감독님을 만났는데 첫 회 나이트 조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좀 겁나긴 했지만 사이키 조명으로 과감하게 가셨다고 한다. 벨리 댄스를 추는 무희가 등장한 것은 이정섭 감독님의 판단이었다. 대본에는 그냥 나이트 분위기의 현대적인 기루라 적혀있었는데 홍자매표 드라마라는 전제를 깔고 나니 그 모든 게 우리 아이디어라 생각하시게 되는 것 같다.(웃음) 물론 편한 부분도 있다. 그냥 홍자매니까 하며 넘어가 주시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홍자매 특유의 상상력과 발랄함의 원천은 무엇인가? 협업 시스템은 또 어떻게 이루어지나?

▲그냥 어릴 적 봤던 TV나 만화책들? 사실 역할 분담은 없다. 두 개의 뇌가 하나로 돌아간다. 공동 집필은 기본적인 생활부터 모든 것을 24시간 같이 해야 가능하다. 작업 시간이 따로 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 자체가 바로 일이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면 아무 일도 못 한다. 남편도 못 만나고(정은) 연애도 못 한다.(미란)

-서로의 취향차는 없나?

▲성격은 굉장히 다른데 싫어하는 것은 정말 똑 같다. 그 부분은 아예 머리가 안 돌아간다. 그래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싫어하는 것은 차단된 상태에서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애기하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접점들이 생겨나고 합쳐지면서 더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또 자매 작가다 보니 서로에게 창피함이 없다. 보통 남들이 보기에 굉장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가볍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것도 드라마 안에서 그냥 과감하게 해 버린다. (웃음)

-최근 두 분이 각자 집필할 수 도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와전된 이야기다. 너무 지겹게 붙어 있다 보니 놀 때는 좀 따로 놀다가 일할 때 같이 하겠다는 말이었는데 너무 심오하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웃음) 우리끼린 서로 상대방이 쓰러지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쓰러져도 내가 쓰러져야 되고 다쳐도 내가 다쳐야 된다고 말한다. 살신성인의 발로가 아니라 그 많은 걸 혼자 쓰느니 차라리 아픈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웃음)

-장르 드라마에 대한 욕심은 없나?

▲이거 저거 생각하고 있긴 하다. 약간 코미디를 죽이면서 갈 수도 있고 다른 식의 코미디, 컬트 같아 보일 수 있는 코미디를 할 수도 있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작품은 가볍고 유치하다 생각한다. 또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서 뭔가 하려 한다고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스타일의 드라마를 하든 홍자매 특유의 색깔을 없앨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끼린 서로 농담처럼 깊이의 강요를 하지 말자 한다.(웃음) 길동이 이야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좀 더 쉽게 애기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홍자매식 사극이 나왔듯이 액션 느와르나 불륜 드라마를 하더라도 홍자매의 색깔로 나올 꺼라 생각한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이번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일단 쉬는 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볼까 한다. 3년 사이에 4개의 드라마를 모두 겨울에 했기 때문에 따듯한 여름, 초록색이 나오는 드라마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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