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했어요. 결국 내게 쉬는 법을 가르쳐 주지않은 아버지를 원망하기까지 했어요.”
한국인 최초 미국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여제 박세리가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는 연습 덕택이었다. 박세리는 16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연출 여운혁 임정아)에 출연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년사를 돌아보며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었던 혹독한 연습과정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골프가 재미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경기를 구경하던 중 당시 국내 톱이었던 한희원 선수와 김미현 선수를 소개받았다. 박세리는 “당시 그 선수들은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이었다. 그들을 소개받을 때 질투심이 일었다. 누군가 그들을 인정해주고 소개시켜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유난히 승부욕이 강했던 어린 박세리는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박세리는 “당시만 해도 실내 연습장이 드물어 산 속에 있는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곤 했다. 아버지에게 매일 아침 8시에 연습장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겨울에는 추위를 잊기 위해 계속 연습했다”고 지독한 연습과정을 설명했다.
이같은 연습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추위 속에서 골프채를 잡다보니 손에 물집이 생겼다. 추위에 물집이 굳고 손이 갈라져 피가 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박세리는 “남들이 5시간 연습하면 그들보다 적게 연습하는 게 싫어서 한시간이라도 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 자신조차도 이러한 훈련과정이 지금의 ‘세리팩’을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박세리의 성공 비결로 아버지의 수훈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를 골프에 입문시킨 박세리의 아버지는 종종 “남들 쉴 때 더 연습하고 부지런해야 훌륭한 선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한때 아버지 사업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골프를 하는 나 때문에 이곳 저곳에 부탁을 많이 하곤 하셨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 사업이 잘될 때 아버지에게 부탁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아버지를 외면하더라. 아버지가 나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늦게까지 연습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박세리의 아버지가 새벽 2시에 귀가했는데 박세리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온집안이 발칵 뒤집혀지고 그녀를 찾아 나선 아버지는 연습장에서 연습하던 그녀를 간신히 찾았다. 박세리는 “ ‘아빠가 연습하라 그랬잖아요’라고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더라”는 웃지못할 일화를 전했다.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오기로 연습 끝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박세리, 그러던 그녀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박세리는 그 이유에 대해 “아버지는 내게 쉬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랑은 감사하지만 쉬는 시간 없이 연습만 했기에 골프 외에는 내가 없었다”라고 당시 힘겨웠던 심경을 고백했다.
박세리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사랑이 컸다. 박세리는 “재기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있어 삶에 즐거움이 됐다는 팬들의 글들을 읽는 게 큰 힘이 됐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내 힘으로 올 수 없는 자리다. 한 분 한 분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여제답지 않은 소탈함과 겸허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방송 직후 박세리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그 위세를 떨쳤다.
조은별 mulgae@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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