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근석(20)은 그야말로 잘 자라줬다. 6세에 아역 모델로 데뷔한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아역배우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도 키가 182cm로 훤칠하게 자랐고 외모도 아역의 티를 벗어나고 있다.
담배를 피우기 전까진 그 모습이 상상되지 않던 장근석. 인터뷰 도중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말에 터프하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15세이던 해, 2002년 데뷔작 사극 드라마 ‘대망’에 출연한 아역배우는 어느새 성인으로 성장해 여기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만큼 남성미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신작 영화 ‘즐거운 인생’(9월12일 개봉) 록밴드 ‘활화산’ 보컬 현준으로 출연한 장근석의 모습을 보는 내내 그의 전작들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황진이’의 첫사랑 은호 도령은 유약한 모습으로 모성 본능을 자극했지만 ‘즐거운 인생’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터프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착신아리 파이널’로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그에게 ‘즐거운 인생’은 성인 신고식 같은 영화다.
30대와 대화를 나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근석은 애늙은이다. 그의 즐거운 인생을 들어봤다.
♬ 이준익 감독 찜한 유망주, 하지만 튀면 안 돼.
이준익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여자 관객들이 장근석만 보고 다른 부분에 집중을 못할 것 같은 우려 때문에 그가 등장하는 분량을 일부러 줄였다고 밝혔다. 이준익 감독이 장근석에게 주문한 것도 그와 비슷했다. 장근석은 안 그래도 영화에 등장한 배우 중 가장 젊고 꽃미남인데 40대가 주인공인 ‘즐거운 인생’에서 너무 튀면 안 됐다.
“이준익 감독님이 제가 등장한 부분을 좀 편집하셨더라구요. 크크, 좀 아쉬웠어요. 감독님은 처음부터 ‘너는 조연이니까 너를 숨겨라. 관객들이 너를 따라다니며 찾을 수 있도록 감추고 보여주지 마라. 그렇게 너를 숨기다가 무대에서만 모든 걸 폭발시켜 보여줘라’고 당부하셨어요. 감독님은 드러나지 않게 하면 오히려 관객들이 저의 모습을 따라다닐 거라 생각하신 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절제가 필요했어요.”
장근석은 ‘즐거운 인생’에서 록밴드 ‘활화산’ 보컬 겸 기타리스트 현준 역을 맡아 영화에 나오는 공연 장면마다 직접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연주해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현준은 ‘활화산’ 전 멤버, 상우의 아들이기도 하다.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주연 영화 ‘즐거운 인생’은 가정을 가진 40대 중년 아버지들이 20년 전 3년 연속 대학가요제 탈락을 끝으로 해체된 록그룹 ‘활화산’을 재결성해 즐거운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에 이은 이준익 감독과 최석환 작가의 합작품이다.
♬ 가수 제의는 정중히 사양.
사실 장근석은 예전에 가수가 되고픈 생각에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았다. 그의 매니저 김병권 실장에 따르면 ‘즐거운 인생’ 촬영 전부터 가수 하자는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연기만 하고 싶어 번번이 거절했다. ‘즐거운 인생’에 젊은 피를 수혈한 장근석은 영화 속에서 수준급의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을 발휘해 가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은 가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취미로는 즐길 수 있겠지만. 연기에 올인 할래요.”
그를 비롯한 ‘활화산’ 멤버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는 촬영 한 달 반 전부터 하루 8시간씩 서울 홍대 연습실에서 연주 연습에 몰두했다. 한 번은 주말에 대선배들도 다른 스케줄로 연습실에 없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 연습하다 ‘농땡이’를 쳤다. 바로 연출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3시간밖에 연습하지 않으셨다면서요?”라고.
“그 때가 토요일이었는데 주말이고 해서 친구들이 유혹하더라구요. 그날 형님들(정진영 김윤석 김상호)도 없어서…. 연출부의 전화를 받고는 바로 차를 돌려 연습실로 되돌아갔죠.”
♬ 영화 주인공처럼 우리 아버지도 40대 기러기 아빠.
‘즐거운 인생’ 주인공들처럼 장근석의 부친 역시 40대인데다, 혁수(김상호 분)처럼 기러기 아빠였다. 덕분에 장근석은 ‘즐거운 인생’을 촬영하기 전에는 결코 몰랐던 아버지의 고충을 알게 됐다.
“우리 아버지가 영화 속 딱 혁수예요. 기러기 아빠셨거든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엄마와 뉴질랜드로 건너가 공부할 때 혼자 지내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예전엔 왜 그런 걸 몰랐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가슴이 짠했어요. 아버지는 늘 긍정적인 분인 줄로만 알았어요. 전화를 드려도 무덤덤해 하시니까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극중 김상호 선배가 연기한 혁수를 보니 ‘안 그러셨겠구나, 힘드셨겠구나’를 알게 됐어요. 아버지는 ‘사고 치지 말고 어머니와 잘 지내라’고만 말씀 하셨죠. 한 번은 편지를 보내드렸는데 그걸 오랫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셨어요.”
♬ 20대 현재 ‘즐거운 인생’.
이제 갓 스무 살. 장근석은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자 하는 것도 많다. ‘즐거운 인생’ 촬영하면서는 밴드 문화에 깊이 빠져 홍대 클럽과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지금은 학교(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전공) 공부에 빠져 영화와 느와르가 주된 관심사다. 김지운 감독 영화 ‘달콤한 인생’을 10번이나 봤고 ‘무간도’ 마니아라며 눈을 반짝거린다. 또 자신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
“1학년 때는 꼬박꼬박 출석도 하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2학년 땐 워낙 여러 작품을 하게 돼 학기 시작 한 달 만에 휴학을 했어요. 제가 수업 워크숍 때문에 썼던 시나리오는 거의 다 썼는데 결말 마무리를 못했어요. 1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화예요. 서로 다른 남녀의 이야기를 심리적으로 접근한 이야기예요.”
♬ 40대 미래 ‘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 주인공들처럼 40대가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그리고 자신에게 ‘즐거운 인생’은 어떤 삶인가라고 물으니 자신의 꿈 보따리를 펼쳐놓았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돼 있을 거예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배우를 하면서 사업을 할 것 같아요. 즐거운 인생은…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게 즐거운 인생인 것 같아요. 저는 감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20년이 지나도 순수한 열정을 갖고 살아 갈 거예요.”
장근석은 영화 제목처럼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 ‘도레미파솔시도’ ‘기다리다 미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약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드라마 ‘국립수라원’과 ‘홍길동’에도 주연으로 캐스팅 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정원 man@newsen.com / 정유진 noir197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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