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 스태프, 배우를 하나로 묶는 힘‥365일 영화만 생각하는 박찬욱의 제작 방식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이 신뢰한 박찬욱 감독의 창작 방식이 공개됐다.
10월 9일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NEW OLD BOY (뉴 올드보이) 박찬욱’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성장 과정을 살펴봤다.
- ▲ 사진=SBS 다큐멘터리 ‘NEW OLD BOY (뉴 올드보이) 박찬욱’ 캡처
- ▲ 사진=SBS 다큐멘터리 ‘NEW OLD BOY (뉴 올드보이) 박찬욱’ 캡처
- ▲ 사진=SBS 다큐멘터리 ‘NEW OLD BOY (뉴 올드보이) 박찬욱’ 캡처
박찬욱 감독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애썼다. 남성 주인공들의 대립을 다루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여성 캐릭터에 대한 자기반성을 한 박찬욱 감독은 당시 신인이었던 정서경 작가와 함께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창조한 ‘친절한 금자씨’를 탄생시켰다.
정서경 작가는 “강령 같은 게 있다. 가장 많이 하신 말이 새롭게, 무조건 새로운 것만 써야 해였다. 한 번도 안 들어본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복수를 펼치는 주인공 역할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영애가 캐스팅 됐다. 이영애는 “(시나리오를) 봤는데 많이 독특한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았다. 장금이하고 완전히 정반대인 캐릭터니까. ‘알에서 깨어나고 싶다, 좀 뭔가 벗어내고 싶다’라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때 감독님하고 어떻게 연결이 돼서 출연하게 됐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영애는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친절해 보일까 봐”라는 명대사도 수없이 톤을 바꿔가며 연습했고,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캐릭터를 연구했다.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고, 이영애는 대장금 이미지를 벗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친근한 이미지였던 송강호를 ‘박쥐’에 캐스팅 해 기존 뱀파이어 캐릭터와 차별을 뒀다. 최근 ‘어쩔수가 없다’에 출연한 염혜란도 “(시나리오에) ‘관능적인 홍조가 어린다. 아름다운 미모에 홀린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왜. 감독님 이걸 왜 저한테. 그 역할을 할 것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재미가 없잖아. 그때 감독님한테 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뱀파이어 모습과 다른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런 역할을 했을 때의 충격이랄까. 그런 것들을 감독님은 원한 거다. 박찬욱이라는 위대한 예술가를 배우들도 믿는 거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김해숙도 “나중에 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배우로서의 자신감이 생기고. 또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복잡한 이야기다. 인물의 성격도 복잡하고 풍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상하다’다. 클리셰에서 벗어나 예상한 결말과 다르게 흘러가는 영화라면 더는 안 바란다”라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은 음악회, 전시회에 이어 사진으로 끊임없이 영감을 얻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틈만 나면 사진을 찍었고, ‘어쩔수가 없다’에도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최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박찬욱 감독은 “잡념이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나도 혼자 있고 싶을 때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 현장 근처를 다니면서 찍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수준으로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박찬욱 감독은 이를 현장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도 활용했다. 박정민, 염혜란, 손예진 등은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이 음악을 틀어놨다고 전했고, 이영애도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음악으로 ‘친절한 금자씨’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헤어질 결심’ 메인 OST ‘안개’에 눈물을 흘렸던 탕웨이는 “이 음악이 영화 속에서 차를 몰고 짙은 안개를 뚫고 가는 장면에 등장한다고 하시더라. 그 순간, 음악과 장면이 겹치면서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 노래가 감독님 마음 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기에 결국 이런 영화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그만 이야기하겠다. 더 이야기하면 울 것 같다”라고 울컥했다.
박찬욱 감독은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과 평균 20년 이상 작업을 함께 했다. 상대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역질문 화법으로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줬을 뿐 아니라, 창작자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이경미 감독 등은 실수에도 화를 내지 않고, 경험이 적어도 주눅이 들지 않게 대우해 준 박찬욱 감독의 인성을 언급했다.
특히 이경미 감독은 "룸살롱 문화라는 게 꽤 보편적 문화였다. 서로 친해지기 위한. 중요한 결정도 룸살롱에서 이뤄지고 싫어도 적응을 해야 했던 문화였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의 모호 필름은 그런 게 없는 곳이었다"라고 말해다. 정서경 작가도 "작자가 중심이 되는 회사, 창작자의 노동이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바라고 있어 하는 마음이 너무 잘 느껴지는 곳"이라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말맛 좋은 대사들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박정민은 “굉장히 문학적인 대사와 구어체 대사가 적절한 콤비네이션을 이룬다. ‘이 인물이 이런 대사를 한다고?’ 박찬욱 감독님의 매력이 함축되어 있는 대사가 아닐까”라고 영화 속 자신의 대사를 언급했고,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녹음해 준 ‘헤어질 결심’ 대사로 억양, 감정의 높낮이 등을 연습하며 인물의 감정에 다가갔다고 밝혔다.
대학생 때부터 박찬욱 감독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인간 내면의 얼굴을 그렸다. 정서경 작가는 “같이 일한 초창기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유행어 같은 건 쓰지 않아’라고. ‘이 이야기가 천 년 전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나?’라는 얘기를 하신다”라고 전했고, 박찬욱 감독 역시 되도록이면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