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가 마지막 가을 무대를 시작한다. 다만 선발이 아닌 불펜이다.
LA 다저스는 10월 5일(한국시간)부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 돌입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3번 시드에 그친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 직행에 실패했고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렀다. 다저스는 신시내티를 2경기만에 제압하고 디비전시리즈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은 선발투수가 최대 4명이면 충분하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스넬, 야마모토, 타일러 글래스노우로 포스트시즌 4인 로테이션을 구성하기로 했다. 시즌 막바지 불펜 불안이 고민이었던 다저스는 오타니의 불펜기용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선발로 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4인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한 선발투수들은 불펜으로 이동한다. 에멧 쉬한, 사사키 로키와 마찬가지로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도 불펜진에 합류하는 다저스다.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커쇼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커쇼의 현역 마지막 가을 무대. 와일드카드 시리즈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커쇼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통산 13번째 가을 무대에 나선다.
커쇼는 통산 12번의 포스트시즌에서 무려 39경기 194.1이닝을 소화했다. 정규시즌 한 시즌을 가을 무대에서 더 치른 셈. 커쇼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39경기 194.1이닝, 13승 13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9다. 가을의 커쇼는 정규시즌만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큰 경기에 약한 것 까지는 아니었다. 커쇼는 비록 정규시즌 만큼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피칭을 펼쳤다. 문제는 맺고 끊음에 있었다. 6이닝을 잘 막아놓고 무리하게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실점하며 팀에도 패배를 안긴 경기들이 몇 차례 있었다. 이 경기들이 커쇼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에 악영향을 줬고 다저스의 우승 도전에도 걸림돌이 됐다. 에이스로서의 지나친 책임감, 지나친 승부욕이 오히려 독이 됐던 커쇼였다.
데뷔시즌이던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불펜투수로 나서는 가을이다. 다저스를 상징하는 에이스였던 커쇼는 루키시즌이던 2008년에는 불펜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 2경기를 소화했지만 2009년부터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2008년 이후로도 불펜으로 등판한 경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경기에 불펜등판을 자처한 것들. 전문 불펜투수로 치른 것이 아니다. 통산 정규시즌 불펜등판이 단 4경기 5이닝 뿐이었던 커쇼는 불펜 경험은 거의 없는 투수다.
커쇼는 올시즌 23경기 112.2이닝, 11승 2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썼지만 전성기의 기량은 아니었다. 퀄리티스타트가 단 6번 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이닝 이팅'을 한 투수도 경기 당 투구 이닝이 짧아지는 것이 포스트시즌 무대. 정규시즌부터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한 커쇼가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5선발이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에서 탈락해 불펜으로 이동하는 것은 흔한 일. 그럴 경우 중책보다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 커쇼의 역할은 통상적인 5선발보다는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의 불펜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시즌 막바지 베테랑 불펜들이 대거 부진하며 오타니의 가을 불펜 기용까지도 고민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나선 사사키가 한 경기 호투를 펼쳤고 다저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블레이크 트레이넨도 2경기에 모두 등판해 실점하지 않은 만큼 어느정도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을 다 덜지 못했다.
특히 좌완 불펜진의 핵심인 알렉스 베시아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부진한 만큼 커쇼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로테이션을 이끄는 에이스 역할에서는 이미 벗어났지만 어쩌면 마지막 가을에서도 커쇼의 활약 여부가 다저스의 시리즈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저스가 가을 무대를 마치는 순간 커쇼의 현역 커리어도 마무리 된다. 커쇼는 2020년 우승반지를 꼈지만 다저스가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는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과연 커쇼가 마지막 가을을 어떤 모습으로 마치게 될지, 가을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활짝 웃으며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클레이튼 커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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