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회 남은 디즈니+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에는 선한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 ‘역시 성악설이 맞는 듯’이라고 올린 시청자 댓글이 웃프다. 1977년 신안 앞바다에 수장된 원나라 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아귀다툼이 어떻게 떡밥을 회수하며 막을 내릴지 관심인 상황. 돈과 욕망에 눈먼 이들이 어떻게 서로 마지막 뒤통수를 칠지도 궁금한데, 터보급 전개와 연기 구멍이 없다 보니 볼수록 점입가경이다.

- ▲ 디즈니+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에서 천회장 주치의 닥터 김을 연기한 배우 김구택(레오엔터테인먼트)

- ▲ 김구택이 출연중인 웹드라마 ‘드라이버’의 한 장면(빅독 스튜디오)
닥터 김을 연기한 김구택은 ‘범죄도시’, ‘카지노 시즌1’에 이어 강윤성 감독과 세 작품 연속 합을 맞췄다. 그만큼 감독이 믿고 쓰는 배우다. 이에 대해 김구택은 “작년 초 감독님이 ‘4~5회밖에 안 나오지만 중요 배역인 만큼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해 주셨다”면서 “늘 감사할 따름이고 그때마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면 배우로서 소비되는 게 아니라 뭔가 얻어가는 게 있어요. 미국 유학 후 다소 늦은 나이에 연출 데뷔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대사 하나, 동선 하나가 다 의미 있고 신중하거든요. 1분 1초 정성을 쏟는 모습에 매번 리스펙하게 되죠.”
이번엔 감독에게 뜻밖의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 촬영 날 오케이 받은 뒤 감독님이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직접 꽃다발을 건네시더라고요. 임수정 씨를 비롯해 현장에 있던 50여 명의 배우, 스태프들에게 단체 박수를 받는데 눈물, 콧물 참느라 혼났어요.(웃음)”
섬뜩한 악역 연기로 재조명된 임수정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구택은 “역시 오래가는 배우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며 “연기는 물론이고 인성까지 훌륭했다. 만날 때마다 ‘선배님, 식사하셨어요? 물 드실래요?라며 배려하는 건 기본이고 저연차 스태프들과도 모두 잘 지냈다. 리허설 때도 에너지를 쓰는 모습에 놀랐고 살짝 감동했다”고 말했다.
보통 주연급들은 리허설 때 자신의 호흡과 동선 정도만 체크하는데 비해 임수정은 상대 배우를 위해 60~70%까지 감정을 끌어올려 실전처럼 임해줬다는 얘기다. 마지막 촬영날도 '선배님 애쓰셨고 같은 작품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감사 멘트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1992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김구택은 이후 ‘최종병기 활’로 얼굴을 알렸고 ‘명량’ 배홍석 역으로 천만 조연 배우의 맛을 봤다. 드라마도 ‘대풍수’, ‘육룡이 나르샤’, ‘사내 맞선’, ‘닥터 로이어’에 이어 작년 ‘고려 거란전쟁’에서 한기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요즘은 빅독 스튜디오가 만드는 웹드라마 ‘드라이버’에 출연 중이다. 망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운전사 역이다. 제각각 억울한 사연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건네는 리스너 역할인데 간혹 빌런을 처단하는 조력자가 된다.
“무덥지만 영종도에서 찍는 ‘드라이버’ 스케줄이 기다려져요. 죽는 날까지 연기하면서 65세 정장 모델, 85세 접영하는 할아버지가 되는 게 제 인생 버킷리스트입니다. 그러려면 오늘도 3만 보 빡세게 채워야겠죠.(웃음)”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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