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영입의 후유증이 베테랑에게는 새 기회가 되고 있다.
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4월 11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가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새 팀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던 베테랑은 메이저리그를 다시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보스턴이 손을 내밀었다. 물론 시장에서 홀대받은 베테랑 그랜달이 안타까워서 기회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도 급하게 포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쿠바 출신 1988년생 우투양타 포수 그랜달은 최고의 기대주였고 그만한 성과도 냈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신시내티 레즈에 지명돼 TOP 100 유망주 평가를 받았던 그랜달은 2011시즌 종료 후 맷 레이토스와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했고 2012년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재능있는 기대주였던 그랜달은 금방 자리를 잡았다. 데뷔시즌 60경기에서 .297/.394/.469 8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확실하게 가능성을 보였다. 물론 2012년 PED(경기력 향상 약물) 적발로 징계를 받았고 2013년 부상까지 당하며 주춤했지만 2014시즌 128경기 .225/.327/.401 15홈런 49타점으로 복귀하며 활약했다.
그리고 2014시즌 종료 후 그랜달의 프레이밍 능력에 주목한 LA 다저스가 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커리어 2막이 열렸다. 2015시즌부터 다저스 주전 포수가 된 그랜달은 2015년 올스타에 선정됐고 2018시즌까지 4년간 다저스에서 510경기 .238/.337/.453 89홈런 245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다저스에서 류현진(현 한화)과도 100이닝 이상 호흡을 맞춘 사이. 류현진은 그랜달과 호흡을 맞추며 평균자책점 3.02의 준수한 성적을 썼다.
2018시즌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난 그랜달은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쳐 단축시즌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었다. 32세 시즌이던 2022시즌까지 준수한 기량을 유지한 그랜달은 2012-2021시즌 데뷔 첫 10년간 빅리그에서 1,018경기 .240/.355/.451 172홈런 505타점, bWAR 21.5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해당기간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MVP 투표에서도 두 번 득표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2022시즌부터 기량이 떨어졌다. 2022-2023시즌 화이트삭스에서 217경기 .219/.305/.306 13홈런 60타점을 기록한 그랜달은 지난해 피츠버그에서도 그렇게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빅리그 13시즌 통산 성적은 1,307경기 .236/.345/.424 194홈런 592타점이다.
보스턴은 1996년생 포수 코너 웡에게 올해 주전 마스크를 맡겼다. 웡은 지난해 126경기 .280/.333/.425 13홈런 52타점으로 활약한 28세 전성기 나이의 선수. 하지만 웡이 최근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며 보스턴 안방은 비상 상황이 됐다.
웡을 믿은 보스턴은 빅리그에 근접한, 팀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2002년생 포수 카일 틸을 지난겨울 트레이드했다. 에이스 개럿 크로셰를 영입하며 '유망주 패키지'에 틸을 포함시켜 화이트삭스에 내준 것이다. 틸이 빠진 보스턴 포수진은 주전 웡과 1998년생 동갑내기인 브레이크 세이볼, 카를로스 나바에즈 등 3명만 남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출신 세이볼은 202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해 110경기 .235/.301/.394 13홈런 4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쓴 선수. 하지만 수비 측면에서는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동갑내기 나바에즈는 뉴욕 양키스 출신으로 수비력에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 하지만 빅리그 경험이 일천하고 타격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경험이든 기량이든 확실하게 팀의 안방을 맡길만큼 신뢰를 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보스턴은 웡이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약 한 달 정도는 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복귀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결국 보스턴은 더 늦기전에 '보험'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랜달이 곧바로 보스턴 안방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소속팀 없이 오프시즌을 보낸 만큼 그랜달도 몸을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36세 노장인 만큼 지난해 정도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스턴은 일단 시즌 초반 타석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바에즈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면서 그랜달의 컨디션과 동갑내기 두 포수의 흐름을 지켜볼 예정이다.
틸이 보스턴에 남아있었다면 웡의 공백은 그대로 전적인 틸의 기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스턴이 에이스 크로셰 영입을 위해 특급 기대주 틸을 화이트삭스로 보낸 덕분에 빅리그에 설 자리를 잃는 듯했던 베테랑 그랜달에게도 다시 기회가 생겼다. 과연 이 기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야스마니 그랜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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