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일까. 소더스트롬이 굉장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오클랜드를 떠난 애슬레틱스는 새 연고지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기 전 '경유지'인 새크라멘토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원래 전력을 재정비 중이었던 애슬레틱스는 '내 집'이 없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초반 예상대로 부진한 흐름이다.
홈런 뿐만이 아니다. 10일까지 타율도 저지와 같은 수치를 쓴 소더스트롬은 타율 전체 10위, 장타율 전체 2위, OPS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초반 빅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소더스트롬은 벌써 1이 넘는 bWAR를 쌓았다. 2023년 데뷔해 2년간 마이너스(-0.6)의 bWAR를 쌓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모습이다.
2001년생 우투좌타 소더스트롬은 원래 특급 유망주였다. 애슬레틱스가 202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6순위로 지명한 선수로서 역시 메이저리거였던 아버지를 둔 '빅리거 2세'다. 다만 소더스트롬의 아버지 스티브 소더스트롬은 드래프트 1라운더(1993년, SF 전체 6순위)였지만 빅리그에서 단 13.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친 실패한 기대주였다.
캘리포니아주 털록 출신인 소더스트롬은 원래 포수였다. 고졸 포수로 큰 기대를 받으며 지명됐다. 하지만 뛰어난 타격 부문 잠재력에 비해 포수로서 수비 능력, 어깨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부터 1루를 겸업했다.
주 포지션의 수비 측면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타격 능력은 분명 준수했다. 소더스트롬은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 동안 301경기 .272/.339/.532 72홈런 243타점을 기록하며 아주 정교한 타자는 아니지만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선수로 잠재력을 보였다. 포수와 1루수를 겸하는 선수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었다.
TOP 100 유망주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소더스트롬은 2023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포수로 45경기에서 .160/.232/.240 3홈런 7타점으로 부진한 소더스트롬은 지난해 1루수 출전 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61경기에서 .233/.315/.429 9홈런 26타점을 기록해 상당한 성장을 보였다.
그리고 완전히 1루수로 정착한 올시즌 초반 저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엄청난 맹타를 휘두르며 한 단계 더 뛰어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구 질도 좋다. 아직 표본이 작기는 하지만 평균 타구속도 시속 92.3마일, 배럴타구 비율 17.1%, 기대가중출루율(xwOBA) 0.415 등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소더스트롬이다. 지금 시즌이 끝난다면 실버슬러거 수상은 물론 MVP를 다툴 수도 있을만한 성적이다.
물론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다. 크게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어느정도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특급 유망주의 기대치대로 MVP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지만 초반의 돌풍으로 끝난다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는 잠깐의 봄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초반 페이스는 분명 무섭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더스트롬이 올시즌을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자료사진=타일러 소더스트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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