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레스가 부상에 쓰러졌다. 왕년 특급 기대주의 폭발은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되는 듯하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월 8일(한국시간) 외야수 빅터 로블레스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등록했다. 사유는 왼쪽 어깨 탈구. 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로블레스는 하루만에 IL로 향했다. 로블레스는 약 12주 정도 결장할 전망이다.
올시즌 시작은 좋았다. 개막 첫 2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후 8경기에서 .324/.342/.405 2타점 3도루의 맹타를 휘둘렀다. 마지막 3경기는 모두 멀티히트와 도루까지 기록한 로블레스다. 장타를 양산한 것은 아니지만 8경기 연속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전 우익수이자 리드오프로서 무난하게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호수비가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올시즌에 앞서 시애틀과 2년 975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은 로블레스는 새 계약의 첫 시즌 절반을 부상으로 보내게 됐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1997년생 우투우타 외야수 로블레스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로블레스는 2016시즌부터 TOP 100 유망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TOP 10 급' 최고 기대주로 부상했다. 2019시즌에 앞서서는 전체 4순위 유망주 평가까지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로블레스는 정교함과 빠른 발,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통산 418경기에서 .302/.393/.468 34홈런 171타점 137도루를 기록했고 144차례 볼넷을 골라내며 삼진은 287번 밖에 당하지 않았다.
빅리그에서도 초반 가능성을 보였다. 빅리그를 잠시 경험한 2017-2018시즌 2년간 34경기에서 .277/.337/.506 3홈런 14타점 3도루를 기록한 로블레스는 첫 풀타임 시즌이자 공식 루키 시즌이었던 2019년 155경기에서 .255/.326/.419 17홈런 65타점 28도루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로블레스는 2020년 단축시즌 52경기 .220/.293/.315 3홈런 14타점 4도루로 크게 부진했고 이 하락세는 몇 년간 이어졌다. 2021시즌과 2022시즌도 리그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타격 생산성을 유지했다. 2020-2022시즌 3년간 기록한 성적은 291경기 .216/.291/.306 11홈런 67타점 27도루로 처참했다. 3년간 기록한 OPS+(조정 OPS, 리그 평균 100)는 겨우 68에 불과했다.
최악의 3년을 보낸 로블레스는 2023시즌에는 .299/.385/.364 8타점 8도루를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등 부상으로 3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 14경기 .120/.281/.120을 기록한 뒤 6월 워싱턴에서 결국 방출을 당했다.
팀 최고의 유망주였지만 많은 기회에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로블레스는 워싱턴을 떠난 뒤 달라졌다. 지난해 워싱턴 방출 뒤 시애틀과 계약한 로블레스는 시애틀 입단 후 77경기에서 .328/.393/.467 4홈런 26타점 30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썼고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2+1년의 연장계약까지 체결하며 '보상'까지 받았다.
새 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개막을 맞이한 첫 시즌. 조금은 늦었지만 특급 기대주의 명성에 걸맞는 성장세를 보이는 시즌이 될 것 같았다. 비록 대단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비력과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로서 자신의 길을 충분히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타석에서도 점차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장기 결장을 하게 됐다. 부상으로 교체되며 흘린 눈물이 유독 안타까워 보였던 이유다.
곧 28세가 되는 로블레스다. 아직 20대지만 곧 30대로 접어든다. 성장세는 둔화되고 신체 능력의 하락세가 찾아올 날이 이제는 멀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 유망주의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채 빅리그에서 벌써 9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쓰러진 로블레스가 과연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복귀 후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빅터 로블레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