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잠재력이 제대로 폭발하는 것일까. 그린이 폭발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신시내티 레즈는 4월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신시내티는 샌프란시스코의 거침없는 7연승 행진을 저지해냈다. 주인공은 선발투수 헌터 그린이었다.
시즌 개막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안방에서 만나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던 그린은 두 번째 등판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아쉽게 패전을 안았다. 그리고 세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완벽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20.2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1.31. 아직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둘만한 시기는 아니지만 아주 뛰어난 시작인 것은 분명하다. 8일까지 선발 마운드에 세 번 오른 '에이스'들 중 이마나가 쇼타(CHC, ERA 0.9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그린이다. 그리고 도쿄 시리즈 포함 네 경기에 선발등판한 저스틴 스틸(CHC, 22.2이닝)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시즌 20이닝을 넘긴 투수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에 안정감까지 더했다는 의미다.
1999년생 우투우타 그린은 최고의 기대주였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신시내티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더 적은 계약금으로 영입할 수 있는 유격수 로이스 루이스를 깜짝 지명한 가운데 신시내티는 노트르담 고교 출신 투타겸업 선수 그린을 지명했고 그 해 최고인 723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겼다.
그린은 고교 시절 유격수와 투수를 겸했다. 워낙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신시내티는 실제로 루키리그에서 그린을 타석에 세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타자로서의 능력은 시속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 쪽의 잠재력보다 크지 않았고 신시내티는 그린을 투수에 전념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성장이 늦어졌다. 2018시즌을 싱글A에서 보낸 그린은 2019-2020시즌을 쉬었고 2021시즌에야 더블A와 트리플A를 경험했다. 그리고 2022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린은 데뷔시즌 24경기에 선발등판해 125.2이닝을 투구하며 5승 13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신인왕 경쟁을 펼칠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을 키우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2023시즌 22경기 112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4.82로 오히려 성적이 소폭 떨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좀처럼 확실하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성장이 정체된 유망주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26경기 150.1이닝, 9승 5패, 평균자책점 2.75의 맹투를 펼치며 벽을 깨고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규정이닝 미달임에도 사이영상 투표에서 8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시즌 지난해의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는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그린의 최대 강점은 선발투수임에도 평균 시속 98마일 이상을 유지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능력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이 빠른 투수 중 한 명이다. 2022-2023시즌 2년 연속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8마일 이상이었던 그린은 지난해 시즌 평균 구속이 시속 97.6마일로 조금 낮아졌지만 올시즌 초반 무려 시속 99.6마일의 평균 구속을 기록하고 있다.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그린은 예리한 슬라이더를 곁들이며 강한 타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데뷔 첫 2시즌은 40% 이상의 강타 허용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이를 리그 최상위권인 32.5%(ML 평균 36.6%)까지 끌어내렸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30.8%의 강타 허용율을 기록 중이다. 허용하는 평균 타구 속도도 2022-2023시즌에는 평균 시속 90마일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시속 87.3마일로 리그 평균(88.5마일)보다 훨씬 낮다. 이 덕분에 타자 친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뜬공 투수임에도 홈런 허용율이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훨씬 낮다(ML 평균 3.0%, 그린 2024-2025시즌 1.9%).
물론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강속구 투수에게 따르는 '제구력 이슈'는 그린에게도 있다. 그린의 통산 볼넷율은 9.2%로 리그 평균(8.4%)보다 조금 높다. 특히 지난해에는 몸에 맞는 공 19개를 허용하며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시속 100마일 이상을 뿌리며 리그 평균(22.2%)을 훌쩍 넘는 엄청난 탈삼진율(통산 29.8%)을 기록하는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만한 수치는 아니다. 특히 올해는 탈삼진율을 유지하면서 볼넷율이 4.5%로 뚝 떨어진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아직 사구도 없다.
지난해 한 단계 발전 후 올해 또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을 보이는 제구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구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린은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 특급 유망주의 기대치대로 충분히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
특급 유망주들이 즐비한 신시내티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으로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신시내티를 가장 앞에서 이끌고 있는 에이스 그린이 올해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며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헌터 그린)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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