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폭발하는 것일까. 칼훈이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LA 에인절스는 5월 22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9승 30패, 승률 0.388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 아메리칸리그에서 에인절스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전체 최하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0.306) 밖에 없다. 오타니 쇼헤이가 떠났고 마이크 트라웃도 부상을 당했다. 모두가 에인절스의 올시즌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대로 맞아가고 있다.
칼훈은 에인절스에서 올시즌 17경기에 출전해 .329/.342/.500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12월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칼훈은 5월초 빅리그에 합류했고 맹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칼훈은 에인절스 빅리그 로스터 합류 후 17경기에서 23안타를 몰아쳤다. 17경기 중 13경기를 4번타자로 출전하며 에인절스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는 칼훈은 홈런은 1개 뿐이지만 2루타를 9개 기록하며 중장거리 타자로서 맹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능력. 칼훈은 73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삼진을 6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볼넷도 2개 뿐이지만 삼진율(8.8%)은 리그 최상위권. 이정후(8.2%)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수치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확정적인 아웃'인 삼진은 무조건 적을수록 좋다.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칼훈은 특급 기대주였다. 1994년생 칼훈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다저스에 4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2017시즌에 앞서 TOP 100 유망주 랭킹에 진입했다.
2017년 여름 다저스가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된 칼훈은 그 해 텍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첫 2시즌은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며 빅리그에서는 48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19시즌 빅리그에서 83경기를 치르며 .269/.323/.524 21홈런 48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 해에도 물론 마이너리그를 오가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 고지를 밟은 만큼 본격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단축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29경기 .190/.231/.260 1홈런 1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2021시즌에는 팔 부상으로 75경기 출전에 그쳤고 .250/.310/.381 6홈런 25타점으로 또 부진했다. 결국 텍사스는 2022시즌 도중 칼훈과 결별했고 칼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지만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도전에 나섰고 빅리그에 콜업돼 44경기에 출전했지만 .239/.309/.403 5홈런 16타점으로 아쉬웠다.
데뷔 첫 7년 동안 빅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301경기 .240/.301/.404 37홈런 120타점. '특급 에이스'인 다르빗슈의 트레이드 파트너였을 정도로 기대를 받은 유망주였지만 기대치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서른을 앞둔 나이가 된 간절함 덕분일까. 칼훈은 올해 비록 많은 경기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부지표도 뛰어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칼훈은 발사각도는 다소 낮아졌지만 스윗스팟 명중율(43.3%), 강타비율(46.7%), 기대가중출루율(0.378) 등 여러 지표에서 리그 평균을 훨씬 웃도는 커리어 하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원래 강점이 있었던 속구 대처 능력은 올시즌 최고 수준. 여기에 커브, 스위퍼 등 변화구 대처 능력까지 향상되며 뛰어난 타격 성적을 쓰고 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크게 늘었고 스트라이크 존 안팎에서 모두 컨택 능력이 향상됐다. 원래 적었던 헛스윙까지 줄어든 칼훈은 현재 타석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중 한 명이다.
외야수로서 수비력이 부족했던 칼훈은 올해 대부분의 경기를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고 수비 포지션도 1루로 옮겼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것이 타격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즌 100타석도 소화하지 않은 만큼 타석 수가 늘어나며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잠재력은 있는 선수였던 만큼 늦게나마 성장을 이룬 것일 수도 있다. 과연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맹활약 중인 칼훈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윌리 칼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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