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김범석 기자]

16부작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연출 장영우, 김희원)이 장안의 화제다. 6회 만에 14.1%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전작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등 웬만해선 시청자를 배신하지 않는 필력의 소유자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 김지원의 섬세한 연기가 인기 비결이다.

흥미로운 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시청 후기에 곧잘 거론된다는 사실이다. ‘홍해인이 이부진이라는데 맞나요?’부터 ‘작가가 이부진 사장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이부진 사장도 평사원과 결혼했다가 이혼하지 않았나요?’ 등 여러 말이 나온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짚어봤다.

▲평사원과 결혼

극 중 퀸즈그룹 외동딸 홍해인(김지원)은 말단 업무 체험 중 호감을 느끼게 된 평사원 백현우(김수현)와 결혼한다. 현우는 해인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자신이 서울대 나왔고, 월세 아닌 전세에 산다며 “당신쯤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용기있게 프로포즈한다.

뒤늦게 해인의 신분을 알게 된 현우는 수치심에 도망치듯 고향 용두리로 숨어들고 이런 현우의 순수함에 끌린 해인이 결혼을 밀어붙이며 둘은 부부가 된다. 이후 해인은 퀸즈백화점 사장, 슈퍼마켓 아들 현우는 퀸즈그룹 법무이사로 근무하며 각방 쓰는 3년 차 쇼윈도 부부로 변모한다.

이부진 사장도 삼성그룹 평사원이던 임우재 씨를 1995년 만나 4년 교제 후 1999년 결혼했다. 당시 언론은 ‘남자 신데렐라 탄생’ ,‘드라마 같은 세기의 결혼’이라며 대서특필했다. 이건희-홍라희 부부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재벌도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는 법.

이부진 사장은 당시 집안 어른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을 부탁했다고 알려졌다. 단국대 전자계산학과 출신인 임우재 씨는 개인 사업하던 평범한 집안의 장남으로 이건희, 이부진의 경호원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결혼 후 삼성전기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했지만 2014년 이부진의 이혼 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5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2020년 이혼이 성립됐다.

▲알렉산더 맥퀸 애호가

극 중 홍해인이 착장하고 나온 명품 브랜드와 이부진이 즐겨 입는 의상이 같아 호기심을 자아냈다. 홍해인이 오피스룩으로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재킷을 입고 나왔는데 이 의상은 2022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주주총회 때 입은 것과 디테일만 약간 다를 뿐 흡사한 라인이었다.

어깨 끝이 뾰족하게 올라온 실루엣이 이 브랜드 시그니처인데 이 사장은 최근 주총에선 화려한 크리스털 엠블럼 장식의 화이트 알렉산더 맥퀸 수트를 입었다. 매년 주총에서 알렉산더 맥퀸을 입고 나와 이젠 아예 ‘이부진 주총 패션’으로 불린다.

또 해인이 ‘이 옷들을 두고 어떻게 죽냐’며 드레스룸이 소개됐는데 이는 딘트가 장소를 제공한 것이다. 딘트는 이부진 사장이 즐겨 입는 국내 브랜드 중 하나. 홍해인, 이부진은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며 실루엣과 소재만으로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제품을 즐겨 입는다. 심플하면서 과하지 않은 화려함이 포인트다.

▲1조 클럽 사업 욕심

해인이 밤낮으로 열일하는 건 퀸즈백화점 1조 매출 달성을 위해서다.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동생에게 지분을 뺏기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세계적 명품 헤르키나를 백화점에 입점시켜야 한다. 콧대 높은 헤르키나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빌런 윤은성(박성훈)의 덫에 걸려들 위기다.

이부진 사장도 지난 2010년 명품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건 재계 유명한 일화. 결국 목표를 이뤘고 아르노 회장의 장녀 델핀 아르노는 이부진을 직접 이탈리아 저택으로 초대해 친분을 쌓기도 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동정심이 생긴 해인이 ‘혼자 먹기 그렇다’라며 녹즙 250개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등 주변의 안타까운 사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데 이 역시 묘하게 겹친다. 이부진 사장도 미담하면 자판기 수준이다. 2014년 신라호텔 출입문을 박살 낸 택시 기사에게 4억 원의 금전 보상을 받지 않았던 건 대표적인 일화.

이밖에 제주 지역 동네 맛집을 살리고, 올해 초 폭설로 발이 묶인 제주 관광객에게 신라스테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부터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깜짝 프로모션이다. 재벌에게 ‘그깟 몇억이 돈이냐’며 이미지 메이킹 운운하는 삐딱이도 있지만, 여러 번 일관된 선행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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