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의 선택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11월 18일(한국시간) 충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팀 로테이션을 이끌던 에이스를 포기한 것. 바로 브랜든 우드러프의 논텐더 방출이었다.
1993년생 우완 우드러프는 밀워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명됐지만 미시시피 주립대 진학을 선택한 우드러프는 2014년 다시 참가한 신인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1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19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빅리그 선발투수가 된 우드러프는 그 해 22경기 121.2이닝을 투구하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단축시즌에는 리그 최다인 13경기에 선발등판해 73.2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단축시즌을 지나며 성장한 우드러프는 2021시즌 30경기 179.1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고 생애 두 번째 올스타 선정과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올시즌까지 밀워키에서 7년을 뛴 우드러프는 통산 130경기 680.1이닝을 소화했고 46승 26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평균 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9이닝 당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우드러프는 9이닝 당 볼넷 허용도 2개를 조금 넘는 수준. 빠른 공,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가졌음에도 제구력에 대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 에이스다.
밀워키가 이렇게 뛰어난 투수를 방출한 이유는 '부상'과 '서비스타임'이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지만 부상과 서비스타임이 엮여 돈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드러프는 지난달 우측 어깨 전낭 수술을 받았다. 2024시즌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우드러프는 2024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상황이었다. 밀워키는 '어차피 FA가 될 선수의 재활 지원을 하느니 2024시즌 연봉을 아끼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밀워키 구단이 줄곧 유지해온 기조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스몰마켓 구단인 밀워키는 좀처럼 대형 연장계약을 맺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비스타임 선수들에게도 소위 '연봉 후려치기'를 하는 것이 팀의 기조. 지난겨울에는 또 한 명의 에이스 코빈 번스와 단 74만 달러의 금액 차이로 연봉조정 절차를 밟았고 끝내 승리를 거뒀다.
그 결과 번스는 공개적으로 구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마음이 떠났음을 밝혔고 그 과정에서 내부자 폭로로 밀워키가 연봉협상 과정에서 선수의 불안감을 조성해 금액을 깎는 전략을 줄곧 이어오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우드러프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번스에게도 그런 태도를 보인 밀워키였기에 가능했던 논텐더 방출인 셈. 밀워키 구단은 애초에 우드러프를 잔류시킬 의사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밀워키는 우드러프와 관계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구단들은 아니다. 밀워키 특유의 운영 정책 덕분에 등장한 'FA 대어'를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MLB.com은 11월 21일 "빅리그의 거의 모든 구단들이 우드러프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2024시즌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건강할 때는 팀을 실망시키지 않는 투수였다. 다음시즌 31세가 되지만 아직은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다. 게다가 우드러프의 가치는 지금이 '최저점'. 우드러프가 건강했다면 영입전에 뛰어들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스몰마켓 팀들도 지금은 충분히 영입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보장 금액을 줄이는 대신 인센티브를 크게 포함시킨 계약으로 얼마든지 '윈-윈'을 노릴 수 있다.
올겨울 선발 FA 시장은 2024시즌 공을 던질 수 없는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면 포스팅을 신청한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이영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 소니 그레이 정도가 대어급 선수로 꼽히고 있다. 이미 애런 놀라(PHI)가 잔류를 선택한 만큼 '매물'은 더 줄어들었다. '흉년'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시장 상황인 만큼 우드러프의 인기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밀워키가 시장에 풀어놓은 'FA 대어'로 다른 구단들은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다. 과연 어느 팀이 이 기회를 잡는 행운의 주인공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브랜든 우드러프)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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