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시기가 길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나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현재 반전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연패로 뒤쳐지는 듯했지만 연승을 달리며 다시 올라섰다. 이제는 포스트시즌 티켓이 점점 가시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약체를 상대로 벌어들인 승수가 '강팀'을 만나 깎인 만큼 토론토의 상승세가 이대로 마무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충격의 4연패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를 만나 다시 4연승을 거뒀고 다시 2위가 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잔여 경기 수가 텍사스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줄어든 만큼 포스트시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 상승세 중심에는 캐반 비지오가 있다. 최근 토론토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인 비지오는 9월 20일(한국시간) 양키스전에서 결승타 포함 멀티히트를 신고하며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비지오는 9월 15경기에 출전해 .318/.426/.455 1홈런 9타점 9볼넷(9삼진)을 기록했다. 0.318은 9월 40타석 이상을 소화한 토론토 타자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20타석으로 기준을 확 낮춰도 비지오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산티아고 에스피날(0.355), 어니 클레멘트(0.344) 둘 밖에 없다. 9타점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조지 스프링어(11타점)에 이은 3위. 출루율 0.426은 팀 내 최고 기록이다.
게다가 3루수와 2루수, 우익수, 1루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옮겨다니며 맹타를 휘두리고 있다. 맷 채프먼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3루수를 맡았고 스프링어가 휴식을 취해야 할 때는 우익수를 책임졌다. 경기 중에 포지션을 옮기기도 하며 팀이 필요한 곳을 긁어주는 선수로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내고 있다.
사실 비지오는 점차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선수였다. 전설 크랙 비지오의 아들로 게레로, 보 비셋과 함께 '빅리거 2세 특급 유망주' 그룹에 포함돼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점차 기대가 식어가고 있었다. 2019년 데뷔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 5위(100G .234/.364/.429 16HR 48RBI 14SB)에 올랐고 2020년 단축시즌에는 59경기에서 .250/.375/.432 9홈런 28타점 6도루를 기록하며 더 발전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2021시즌부터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좀처럼 활약하지 못했다.
데뷔 첫 2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240/.368/.430 24홈런 76타점 20도루를 기록해 리그 평균을 훌쩍 넘어선 생산성을 보였지만 이후 2시즌은 176경기 .213/.320/.353 13홈런 51타점 5도루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올시즌에도 전반기에 57경기 .197/.265/.380 7홈런 1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토론토가 최근 많은 선수를 영입하며 비지오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에는 모두 주인이 생겼고 그렇게 '그저 그런 벤치멤버'로 전락하는 듯했다. 심지어 1995년생인 비지오는 함께 기대를 받던 비셋(1998년생), 게레로(1999년생),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SD, 1999년생)보다 나이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막판 순위싸움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지탱하고 있다. 부상을 겪은 채프먼은 물론 비셋과 위트 메리필드, 화제의 루키 데이비스 슈나이더, 팀이 야심차게 영입한 달튼 바쇼까지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지오의 존재는 토론토에 그야말로 '선물'이나 다름없다.
MLB.com에 따르면 토론토 존 슈나이더 감독은 비지오에게 "나는 물론 누구도 너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급 유망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시즌이 쌓여가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비지오를 신뢰했다는 것. 슈나이더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비지오는 올시즌 막바지 맹활약을 발판 삼아 포스트시즌과 내년 시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함께 주목을 받았던 '빅리거 2세 그룹'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과연 비지오도 팀의 가을야구와 함께 제대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캐반 비지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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