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풍요 속 빈곤이 될까. 아니면 올해는 다를 수 있을까.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아쉬운 2021시즌을 보냈다.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고 경쟁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에 1경기차 뒤쳐진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승률 0.562를 기록했지만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주전 포수인 잰슨은 70경기에서 .223/.299/.473 11홈런 28타점을 기록했고 두 번째 포수인 맥과이어는 78경기에서 .253/.310/.343 1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커크는 60경기에서 .242/.328/.436 8홈런 24타점을 기록했고 아담스는 12경기에서 .107/.167/.17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아담스는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적했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토론토는 안방이 풍요로운 팀이다. 잰슨과 맥과이어는 1995년생으로 26세고 커크는 1998년생으로 아직 23세다. 젊고 재능있는 포수들이 로스터를 모두 채우고 있다. 세 선수 모두 TOP 100 유망주에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는 선수들. 포수가 고민인 팀들 입장에서는 부러워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풍요 속 빈곤'이다. 타격 측면에서 큰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잰슨은 빅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이 .212/.298/.396 33홈런 99타점에 불과하다. 다른 야수들이 워낙 뛰어난 타격을 선보인 덕분에 잰슨의 약한 방망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 타율 2할을 간신히 넘는 잰슨의 타격 능력은 높은 곳을 바라보는 토론토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드래프트 1라운더(2013년, 전체 14순위 PIT 지명)인 맥과이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은 .248/.297/.390 9홈런 26타점. 조금 더 높은 타율 외에는 잰슨보다 딱히 나은 것이 없다. 수비에서도 잰슨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맥과이어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까지 경험했다.
잰슨, 맥과이어보다 3살이 어린 커크는 2020시즌 강렬하게 데뷔했다. 9경기에서 .375/.400/.583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맥과이어가 DFA된 것은 커크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에 비해 포수로서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한 커크는 2021시즌 부상을 겪으며 데뷔시즌의 모습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토는 네 번째 포수의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팀 내 1순위 유망주이자 리그 전체 32순위 유망주인 2000년생 가브리엘 모레노다. 베네수엘라 출신 모레노는 2017년 루키리그에 데뷔했고 2021년 더블A를 거쳐 트리플A까지 데뷔했다. 마이너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은 191경기 .308/.358/.499 24홈런 150타점. 타격에 분명한 재능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다.
비록 지난해 엄지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며 3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367/.434/.626 8HR 45RBI) 성적은 뛰어났다. MLB.com은 "모레노는 수비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토론토가 보유한 포수 중에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3인방에 만족하지 못하는 토론토가 모레노의 데뷔에 맞춰 안방을 크게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
모레노가 기대만큼의 선수로 자리잡을 경우 토론토는 공격의 마지막 조각까지 채우며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젊은 포수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다른 포지션을 보강할 수도 있다. 반면 모레노마저 잰슨, 맥과이어, 커크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면 '풍요 속 빈곤'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류현진 영입을 시작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토론토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새 시즌 토론토의 안방은 어떤 모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대니 잰슨, 리즈 맥과이어, 알레한드로 커크, 가브리엘 모레노)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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