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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5 00:21:40
 


[뉴스엔 이민지 기자]

살인사건의 뒤에는 사기 행각이 있었다.

4월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군포 빌라 살인사건을 둘러싼 엇갈린 진실의 실체를 추적했다.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되는 여인이 있었다. 스님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여인.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여인. 남다른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살아온 여인. 어쩌면 영영 묻힐 뻔 했던 여인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난 2월 16일 일요일 오후, 경기도 군포 한 빌라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벽을 타고 들려왔던 의문의 소리를 이웃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후 3시께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시작되더니 잠시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로 이어졌다고 한다. 누군가 계단을 재빠르게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도로변에 주차된 자동차 위로 추락한 뒤 한바탕 소란이 멈추는 듯 했다. 추락한 이는 60대 남성 박씨다. 119가 현장이 즉시 도착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추락사인 줄 알았던 사건. 급히 건물 안으로 달려간 구급대원들은 집안에서 흘러나온 핏물을 목격했다. 현관문을 열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흉기에 목을 찔려 쓰러져 있던 남성은 허씨다. 그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집에는 다른 사람도 있었다. 옆구리에 칼이 꽂힌 채 쓰러져 있던 60대 여성 이금자(가명) 씨는 의식불명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군포 빌라 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이었다.

이웃 주민들은 그녀의 사고 소식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살갑고 인정 많아 누구에게나 베풀기 좋아했던 이씨이기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무슨 이유로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일까. 사건 담당 경찰에 따르면 세 사람은 모두 아는 사이였다. 그날 그 빌라에서 세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사건 직전 그 집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세 사람과 알고 지냈다는 유모씨였다. 그날 따라 세 사람의 분위기가 냉랭했다고 한다. 침묵을 깨고 박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유씨는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해서 나왔다. 심각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 심각한 분위기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다른 이웃은 평소에도 주기적으로 싸우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러 빌라 근처 모텔에 장기투숙 하면서까지 이씨를 괴롭혀 왔다는 박씨. 모텔 주인은 "이씨가 돈을 가져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2년 전부터 이 모텔에 투숙하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이삿짐을 꾸려 들어왔다고 한다. 이따금씩 짧은 외출을 한 것이 전부였다는 박씨.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외출 시간이 길어졌고 저녁에 경찰들이 찾아왔다. 방에는 '사장님 내가 20일까지 안 오면 옷 처리 좀 해주세요'라는 박씨의 쪽지가 있었다. 그날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모텔 방으로 나선 박씨는 이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 허씨는 누구길래 박씨가 그를 공격한 것일까. 허씨의 가족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허씨 아내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은 17년간 15억이라고 들었다. 난 5억이다. 전부 하면 20억 정도다"고 말했다. 허씨도 이씨와 금전적 문제로 얽혀있었다. 17년간 20억원을 빌려줬다는 것. 허씨 아내는 "죽기 전날 나에게 '좋은 꿈 꿔. 내일 우리 돈 준대'라고 했다. 들떴더라. 드디어 우리 애 아빠도 사람답게 살겠구나 했는데 경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이 박씨에게 살해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씨가 같은 처지에 있는 박씨를 안쓰러워하며 여러차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유일한 생존자 이씨만이 이 사건의 이유를 알고 있는 상황. 어느 유명사찰 주지였던 큰 스님의 딸이라는 이씨. 모든 비극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난 2월, 서로 알고 지내던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군포 빌라 살인사건. 세 사람 이외에 다른 인물이 개입된 정황은 없다. 가해자 박씨가 사망하면서 유일한 생존자 이씨가 박씨와 오랫동안 금전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계획이었다. 박씨는 이씨에게 빌려준 돈으로 인해 가족도 잃고 자신의 목숨도 잃었다. 박씨의 칼날은 왜 아무 원한도 없어 보이는 허씨에게 먼저 향한 것인지가 의문이다. 이금자씨는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숨진 두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린 채무자로 보인다. 유명사찰 큰 스님의 딸이며 큰 스님에게 수백억원의 재산이 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허씨 아내는 "남편이 건축해 돈을 벌어 담보대출을 했다. 처음에 이씨가 전세금 대출을 받는다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2003년 허씨가 운영하던 대부업체에서 800만원을 빌려갔다는 이씨. 처음엔 돈을 잘 갚았다고 한다. 남편 허씨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이후부터다. 허씨 아내는 "이씨 집에 갔는데 장정 넷이 들어도 못 드는 금고를 보여주면서 약속어음, 수표를 보여줬다더라. 절에서 태평(가명) 스님 재산을 찾아 나온 돈이다. 지급정지를 걸어놔서 변호사비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아버지인 스님과 소송 중인데 그 비용을 빌려주면 나중에 이자까지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 그 말에 주변 인들에게 돈을 빌려 사채까지 끌어다 이씨에게 건넸다는 허씨. 모든 거래는 비밀리에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씨에게 같은 식으로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이씨는 일이 성사되면 웃돈을 더 준다며 금액을 부풀려 차용증을 써주기도 했다. 태평스님의 속명을 쓴 어음을 대신 작성해주기도 했다. 이씨는 거액은 현금으로, 소액은 계좌로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금방 나올거라는 돈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씨는 또다른 비밀을 털어놨다. 태평 스님 재산과 관련된 소송이 느려지고 있으니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갚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9년에야 지급정지가 태평스님 사망 후 풀려 수백억원의 돈을 쓸 수 있게 됐지만 그의 제자인 태민(가명) 스님이 모든 돈을 다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탈세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것. 태평스님의 숨겨진 또다른 자식이라는 이금식(가명)씨도 여기에 얽혀있었다. 이금자씨는 배다른 동생 이금식 씨가 군포에 자리 잡고 태민스님과 탈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금자씨는 돈을 세탁하는 접대비가 많이 든다며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태평스님과 이씨, 이씨의 남동생까지. 은밀한 소문의 실체는 뭘까. 태평스님이 주지로 있던 사찰을 찾았다. 사찰관계자는 "45년 전에 계셨다. 은처나 은처자는 스님들에게 예민한 문제다. 태평스님만 아는거지 우린 모른다. 살다살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400억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 그냥 여기 출신일 뿐 아무것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평스님의 제자로 수백억 현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태민스님을 만났다. 태민스님에게 이씨의 사진을 보여주자 "전혀 모른다. 그분은 돌아가실 때도 한 푼 없이 돌아가셨다. 조용히 수행자로 살다 가신 분이다. 이금식은 누구냐. 전혀 모르는 소리다. 세상이 말세다"고 말했다.

이금자씨 여동생은 이금자씨에 대해 "형제가 6명이 있는데 아무도 사람 취급 안하고 내놓았다. 엄마한테도 거짓말하고 돈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어 태평스님의 숨겨둔 딸이라는 주장에 대해 여동생은 "우리는 금시초문이고 그런 사실도 없다. 아버지가 다르다는 말은 너무 충격이다 진짜. 어머니가 처녀 때부터 기독교를 믿었다. 정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모욕이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그 역시 태평스님의 아들이 아닌데다 모든 형제들이 이씨와 연을 끊고 지낸지 수십년이 지났다고 하다. 여동생은 "전부 거짓말이다. 사기라고 제발 이야기 해달라"고 말했다.

이씨의 남동생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은 피해자들이 있다. 제보자는 "금식이는 경상도 사람인데 억양은 전라도 억양이더라. 여러군데 다니면서 살아서 말씨가 전라도 사람 비슷하게 됐다고 자기가 미리 이야기 하더라"고 말했다. 이금식이라는 이름으로 문자를 보내고 통화한 남자는 누구였을까. 피해자들은 짐작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씨의 남동생 행색을 했던 이는 살인사건의 피해자 허씨였던 것이다. 허씨 아내는 그 사실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알게 됐다고 한다. 아내는 "휴대폰이 2개더라. 이금자가 한번만 이금식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씨의 부탁대로 이금식이 된 허씨. 그는 휴대전화를 서너대씩 가지고 다니며 다른 피해자들과 연락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에 피해자들에게 받은 빚 독촉 메시지들이 있었다. 허씨 아내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이씨를 지켜줘야 자기 돈을 받으니까 그런거다. 우리 남편이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 이 일을 되게끔 하려다 보니까 한거다. 본인은 '태민스님을 봤다', '이금식을 봤다', '돈을 봤다'며 실체가 있다고 했다. 매일 이금자한테 갔다. 비서도 아니고 운전기사도 아니고.."라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정치 비자금은 사기범들의 단골 수법이었다. 이씨의 수법도 비슷하다. 태평스님과 어머니가 만났다는 사찰도, 태평스님 소유라는 건물과 땅도, 태민스님과 동생 이금식이 만나 돈세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마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피해자 허씨는 어느 순간 이씨의 수행비서가 됐고 이씨의 남동생 역할까지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씨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이미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건이 벌어졌던 그녀의 집을 찾았지만 문 앞에 폴리스라인이 훼손돼 있었다. 문 틈으로 보이는 집 안은 이전보다 살림살이가 줄고 어질러져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이웃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이씨의 짐을 가져갔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들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세 사람이 등장해 항아리, 주방용기 등 이씨의 짐을 옮겼다. 젊은 남자는 제작진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이씨의 짐을 옮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는 "빼달라고 해서 창고로 가는거다"고만 말했다. 남자는 이씨와 어떤 관계이고 이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며칠 뒤 허씨의 아내는 남편과의 금전 문제를 정리해달라고 이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씨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씨는 아무도 몰래 만나자고 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를 지켜봤다. 이씨는 "나는 너를 절대 안 버린다. 허씨는 내 동생이고 넌 내 올케다. 돈 생기면 네 생각이 나서 쓰지도 못한다"고 말하더니 허씨 아내가 돈 이야기를 꺼내자 "내가 너희 집에서 1억을 가져오지를 않았다. 내가 그랬대? 생각도 안난다. 무슨 돈을 15억을 빌려줬냐. 천원도 줄게 없다. 망치로 때려서 기절을 해버렸다. 그래서 기억이 안난다. 아무 기억이 없다 지금"라고 주장했다.

그 어떤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이씨. 전문가는 "본인이 불리한건 기억이 안나고 유리한건 다 기억하고 있다. 이 사람한테는 이 사건이 좋은 빌미가 된거다"고 말했다. 또 "불리한 이야기가 상대방에게서 나오면 갑자기 주제를 바꾼다"고 이씨의 어법을 지적했다. 이는 사건 전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에서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씨 아내에게 아무런 실체가 없다고 털어놓는 이씨. 그런데 "이 돈이 없는 걸 가지고 우리 신랑한테 왜 그랬냐"고 말하자 이씨는 "실체가 뭔가 있으니까 이렇게 한거 아니냐"며 다시 실체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더이상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는게 불필요해 보였다. 그녀가 태평스님의 딸이고 수백억원의 돈이 있다 하더라도 이씨가 사기행각을 벌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았다. 허씨는 왜 모든 거짓말을 진실로 믿었을까. 전문가들은 "사기범이라고 낙인 찍는데 동참하는 자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기간,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거다.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발동하는거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최면을 걸었을거다", "스스로 믿음과 신뢰를 갖고 쌓아가는거다. 그렇게 되면 벗어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 "교묘하게 덫에 계속 걸리게 하는거다. 덫을 놓고 밟으면 또다른 덫을 놓고.."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성실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였던 허씨는 어쩌다 이씨의 덫에 걸렸던 것일까. 취재 도중 연락이 닿은 한 제보자는 22여년 전 이씨에게 사기를 당했던 피해자였다. 제보자는 "이금자를 보고 돈 줄 사람이 없다. 이걸 봤다고 하는 놈을 보고 주고 밀어주고 당하는거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이씨 곁에는 수행기사 역을 하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존재가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는 미끼가 됐다고 한다. 이씨의 요구에 따라 태민스님이 되기도 하고 남동생이 되기도 하면서 그녀의 각본에 맞게 역할을 대행해왔다는 수행기사들. 또다른 피해자 역시 한번 수행비서가 된 피해자들이 왜 그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수행기사가 된 피해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수고비를 주곤 했는데 그것이 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폐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여자 하수인까지 되겠더라. 이씨가 그걸 잘한다. 닭 모이주듯 사람을 부릴줄 안다"고 말했다.

사망한 허씨 역시 이씨 곁 수행기사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들을 통해 태평스님, 태민스님, 이금식의 실체를 믿게 됐을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또한명의 수행기사가 됐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 피해자를 계속해서 끌어들이는 덫 그 자체가 됐다는 것이다. 이씨의 곁에는 변함없이 수행기사가 존재하고 있다. 이씨의 새로운 거처에서 이씨 곁에 새로운 수행기사로 보이는 이가 함께였다. 며칠 전 이씨의 집에서 짐을 빼던 남자였다. 남자는 이씨와의 대화를 차단했고 이씨는 재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제작진의 질문에 "나는 동생 없다. 나는 형제들과 인연 끊은지 30년이다. 남동생이고 여동생이고 30년이 됐다"며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수행기사는 "나도 돈 많이 들어갔는데 그냥 그러고 있는거다"며 "거짓말인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른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인간적으로 도와주고 있는거다"거 밀헸다.

수행기사는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씨의 사기행각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였다. 허씨는 이씨 외에도 그녀의 주변 사람을 통해 믿음을 키워나갔고, 동시에 허씨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역할을 했다. 이씨의 사기를 눈치 챈 피해자들은 허씨도 공범으로 인식하게 됐다. 허씨가 박씨의 손에 죽음을 맞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지금도 그녀의 곁에는 여전히 수행기사가 존재하고 있다.

이씨는 연예인, 정치인, 종교인 등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그 돈들을 어디에 쓴 것일까. 이씨와 관련된 가정집을 찾아냈다. 이상한 점은 가정집 치고는 꽤 많은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기척이 없던 집에서 여성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서둘러 차량에 올라타 사라진 여성들. 수상한 가정집의 정체는 도박장이었다. 한동안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이씨는 살인사건 후에 방문이 뜸해졌다고 한다. 빌린 돈으로 도박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자나 채무를 변제한 돌려막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다시 이씨를 찾았지만 이씨는 "나 기억이 하나도 안나니까 다음에 와라. 아무것도 안난다. 날 어디에 데리고 가서 최면을 걸어라. 기억이 진짜 하나도 안난다. 박씨 돈은 다 갚았다. 허씨한테는 돈을 안 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태평스님 딸이 맞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사기를 당했던 제보자는 "내가 태평스님을 생전에 친하게 지냈다. 자기가 쟤를 어릴 때부터 키워줬다고 했다. 낳은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어느 스님이 베푼 선의에서 이씨의 사기극이 시작된 것일까.

피해자들은 이씨에게 돈을 건넨 것에는 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스님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씨에 대한 연민도 있었다. 이씨는 그들의 선의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외면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기범은 사기행각이 드러나면 잠적하는데 이씨는 여전히 같은 곳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껏 그 일에 대한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은 적 없거나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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