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S사찰 주지스님, 서의현 스님은 어떤 관계일까.
10월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주지스님의 이중생활 편이 공개됐다.
스님의 제자 스님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당신네 집 앞에 가서 계속 서 있으면 좋겠냐"며 따지며 제작진을 내쫓았다. 스님들을 흥분하게 한 사건은 지난 7월 31일 시작됐다.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사찰 몇곳에 팩스가 수신되면서였다. 괴문서는 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그리고 스님은 경북지역의 매우 큰 교구 본사 안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핵심사찰 주지였다. 동화사가 본사인데 이 본사가 관리하는 사찰을 말사라고 한다. 이중 S 사찰을 담당하는 H스님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어쩌다 괴문서의 주인공이 된 것일까.
동화사 소속 A스님은 괴문서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다. 거짓이라 생각 안했다. 간혹 그런 이야기는 있었다. 그분이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이렇게 어린 여자를 성폭행 하고 아이까지 낳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기자는 "조계종단 안에도 자체 심판부가 있다. 법원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호계원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스님은 1심 재판부 재판관 중 한명이다. 상당히 지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음해용 괴문서일까, 간절한 투서일까. 사실이라면 한 스님의 개인적인 일탈일까. 종단 내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제보자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혔다. H스님 괴문서를 전송한 이는 진경숙(가명)씨였다. 그는 "내가 오죽했으면 실명으로 다 보냈겠냐"고 말했다. 진경숙 씨는 피해 주장 여성 박영희(가명)의 어머니였다. 박영희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나 "그 스님은 악마다. 사람이 아니다"며 울었다.
박영희 씨는 중학생 시절 이유 모를 증상에 시달리고 대학교 1학년 때는 건강악화로 학업도 중단했다. 그 시절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난 모녀. 스님은 영희 씨 증상을 신병이라 진단했고 진경숙 씨는 딸을 데리고 스님이 계신 암자로 들어갔다. 스님은 인근 절에 영희 씨를 종무원으로 취직시키자고 제안했고 스님을 만난 후 건강이 좋아졌던 박영희 씨는 S사찰의 종무원으로 일했다. 그곳의 주지가 H스님이었다.
종무원으로 일한지 9개월째 됐을 때 감기몸살로 출근을 못하고 쉬었던 어느날 H스님한테 전화가 왔다. 23살의 나이차가 나는 어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H스님을 따라 식당으로 나갔다. 식당 구석 방으로 향했고 스님은 박영희 씨에게 술을 먹도록 했고 뒤에서 안았다고. H스님은 자신의 수양딸이 되라고 권했고 대학교육을 돕겠다며 노트북도 사줬다. 이에 박영희 씨는 식당에서의 일은 혼자만의 오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몇달 후 박영희 씨는 H스님의 개인사찰에 도착한 뒤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었다. 박영희 씨는 "나보고 수양딸 말고 자기를 평생 시봉하는 시봉보살처럼 부부처럼 지낼 생각 없냐고 하더라. 나가려고 하니까 잡더라. 날 이불에 눕히더니 겁탈하려고 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고함질러도 듣는 사람이 없다더라. 내가 반항하니까 뺨을 때리더라.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있으니까 내 옷을 벗기면서 날 겁탈했다"며 울었다. 그는 "한번 성폭행 하고 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절 주변 무인모텔에..주지실에서 성폭행 당한 적이 두번이나 있다"고 말했다.
S사찰 스님은 "잘못된 건 맞고 벌 받아야 하는데 우리가 취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팩스가 전송된 다음날 H스님은 주지 자리를 사임했고 조계종도 떠났다고 한다. 환속제적원을 제출한 것. 제작진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사찰을 찾았지만 그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원치 않은 성관계를 수차례 당한 박영희 씨는 2013년 딸 별이를 출산했다. 아이는 벌써 다섯살이다. 그녀는 왜 H스님의 아이를 낳은 것일까.
영희 씨는 "재수없게 임신하는 바람에 자기 앞길을 망쳤다고 하더라. 법적으로 유산에 해당되거나 아니면 보호자와 같이 가야 유산된다고 하더라. 자기는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병원에 못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H스님과의 관계가 첫경험이었다는 박영희 씨는 낙태하는 법을 몰라 망설였고 태아가 자랐다. 결국 H스님과 상의 끝에 출산했다고 한다. H스님은 임신으로 종무원을 그만둔 박영희씨에게 아파트를 얻어줬고 생활비를 보내고 발길을 끊었다.
"이대로 살다가는 스님 노예가 될 것 같았다"며 박영희 씨 모녀는 그와의 악연을 정리하기 위해 H스님을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그를 벌 하려면 5년전 당한 성폭행을 입증해야 한다. 어머니는 영희 씨 신병 치료를 돕고 영희 씨를 사찰 종무원으로 취직시킨 동선스님이 해당 사안에 대해 알 것이라고 했다.
동선스님은 돈 욕심이 생긴 영희 씨 모녀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했다. 동선스님은 "그때는 영희도 H스님을 좋아했다. 그때 천진난만했다. 아파트도 사주겠다니까 들떠했다. 엄마도 좋아했다. H스님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동선스님은 H스님과 전화를 연결해줬고 H스님은 "일반인인데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가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내 제작진과의 만남을 허락했다.
H스님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이제 스님이라 부르지 마라. 일반인이다. 37년간 했는데 이제 나왔으니 힘들다"며 스님의 신분이라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그가 건넨 사진 속에는 영희 씨 어머니와 중년 여성, 남성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H스님은 지난 5월 영희 씨 어머니가 만남을 청한 자리에 나온 사람들이라며 "여성은 외숙모, 남성은 외삼촌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중년 여성은 무속인 이순기 씨였다. H스님은 "19억 8천만원 안내놓으면 파면시키고 널 망가트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H스님이 보여준 문서. 영희씨의 손글씨로 작성된 문서에는 딸 별이가 30세 될 때까지 양육비와 심적 피해보상 등으로 19억8천만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H스님은 "돈 문제다. 성폭행 문제가 아니다. 무당하고 저 남자하고 영희 엄마도 뭐 도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세 사람이 모여서 날 잡으려고 한거다"고 말했다.
성폭행 역시 무속인 이씨의 거짓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H스님은 "처음에 여기서 관계했다. 난 네가 좋은데 어떠냐 하니까 자기도 내가 좋다 하더라. 그래서 '나이가 너무 어리고 너랑 관계하기는 좀 그렇다' 하니까 '난 친구하고도 했고 선배하고도 했다. 걱정마라'며 옷을 벗어서 누웠다. 때리거나 고함지른게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고로 공갈협박으로 오히려 내가 고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H스님은 "S사 주지 월급이 500만원인데 매월 300만원을 보여줬다. 여기 8천만원을 대출했다. 그 아파트를 깡통으로 만들고 돈을 빼서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돈을 줘도 부족한거다"며 영희 씨가 아이를 키우라 마련해준 아파트를 담보로 8천여만원을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박영희 씨는 "악연을 끊고 싶다고 하니까 3억을 주고 2018년 1월부터 매달 평생 생활비조로 30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면 인연이 안 끊어지고 양육비와 피해보상으로 6억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손글씨 문서에 대해 "나와 엄마를 명예훼손하는 문자를 많이 보내고 피말리게 하는 고통을 많이 줘서 당해보라는 식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목적이라면 H스님이 승려생활을 유리할텐데 왜 지금일까. H스님은 그 이유가 최근 영희 씨 가족 곁에 등장한 무속인 이씨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또다시 신병 증상이 나타났다는 영희 씨는 한 무속인의 권유로 신당도 차렸다고 한다. 이에 아파트 담보로 8천만원을 대출했다. 이후 무속인 이씨를 만난 후 신병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신병운 문화증후군이라는 챕터로 일종의 정신질환 하나로 인정 받고 있다.
그리고 모녀는 무속인 이순기 씨에 대해 H스님에게 벗어날 용기를 줬을 뿐 결코 사기꾼은 아니라고 했다. 이순기 씨는 영적으로 아픈 사람을 이용한 H스님을 두고 볼 수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H스님은 박영희 씨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결혼만 올리지 않고 사실혼 관계였는데 박영희 씨 잘못으로 관계가 파탄났으니 위자료 5천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소장에는 H스님이 지난 5년간 박영희 씨에게 보낸 생활금 내역이 담겨 있었다.
박지선 교수는 "만약 있지도 않은 성폭행 사실에 대해 피해자가 허위로 꾸미고 있다면 나타나기 힘든 진술 패턴이 있다. 피해 사실은 없었다고 부인하거나 피해 내용을 축소해서 하는 진술 패턴은 힘들다"고 말했다. 박영희 씨는 "포르노 본게 있다면서 제 xxx 같은거 구경하자고 했다", "애 낳고 난 다음에 내가 자궁에 이상이 생겨서 성욕구를 풀고 싶어도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합의하에 성관계한 장소로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묘사도 없고 '이것은 성폭행이 아니다' 식은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자세하면서 일관적인 진술에 비해 상당히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H스님의 말을 분석했다.
이어 "H스님이 경찰서의 경승이라는 위치를 강조했고 피해자도 눈으로 확인한 바이기 때문에 주지스님이라는 위치에서 갖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피해자가 주변에 알리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희 씨 어머니는 이미 조계종에 알렸고 조계종은 사건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었고 그 사이 H스님은 더이상 조계종 소속이 아닌 사람이 됐다. 어머니는 종단에서 이 일을 막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계종 측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봐 명확한 확인 뒤 조치하려 했지만 H스님이 환속제적원을 제출해 조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H스님이 사실혼을 인정하는 소송을 제기할 당시 조계종 소속이었다.
최선을 다한 아버지였다는 H스님의 소장 속에는 첫 관계부터 임신 확인 시점, 아이가 태어난 달 등 다양한 시점의 오류가 있었다. 박영희 씨는 "고의적으로 그랬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H스님은 S사찰의 17, 18대 주지였다. 그러나 1년 1개월간 주지자리에서 물러났던 시기가 있는데 소장에는 이 시기 임신, 출산이 모두 이루어진 것처럼 적혀 있었다. 주지가 아닌 시절 저지른 음행이라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H스님은 이에 대해 지적하자 "이건 좀 묻어달라"고 말했다.
박영희 씨는 H스님이 자신을 주지로 재임명해준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렇게 꾸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희 씨는 "상주 성불사 큰스님이 자기를 많이 도와준다고 다시 들어가게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이름은 말 안했다. 상주 성불사 큰 스님이라고만 했다. 1년간 쉬면서 상납금이 1억 넘었다고 들었다. 자기 문중이 약해서 그렇다고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그가 상전처럼 모셨다는 큰스님은 누구일까.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서의현 스님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그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연임했고 3선에 도전했지만 큰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공권력이 투입됐고 조계종 폭력사태가 발발했다. 서의현 스님은 결국 멸빈, 즉 조계종에서 쫓겨났다.
동화사 소속 스님들은 H스님이 서의현 스님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현재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는 진제 큰 스님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곳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조계종에서 멸빈된 서의현 스님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서의현 스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난 거기에 아무 관련이 없다. 뭘 가까운 소리냐.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모신 일도 없고 온 일도, 간 일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서의현 스님의 최측근이라는 S스님은 과거 동화사 주지였다. 사람들은 서의현 스님의 오른팔인 S스님이 H스님을 도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S스님는 자신을 찾아온 이유도 묻지 않고 제작진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일부 스님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묻어버리면 스님들끼리 알아서 정화를 잘 한다", "SBS가 불교 탄압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왜 세상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냐", "당신들에게나 중요하지 나한테는 안 중요하다"고 반응했다.
조계종에서 제적된 명진스님은 "H스님이라는 사람이 깨끗한 종단 풍토 속에서 튀어나온게 아니고 한국 불교의 타락상 쪽에서 나온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가슴 아프고 슬프다"고 한탄했다. 그는 "파사현정이라는 말이 있다. 삿된 것을 파하면 정의로운 것은 드러난다. 따로 정의를 찾지 마라. 잘못된 것을 부숴버리면 올바른 것을 드러난다"고 조언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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