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희는 지난 한 해 참 열심히 살았다. 2016년 초 마무리된 KBS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로 6개월간 안방 시청자들을 만났고 1년 내내 영화 '흔들리는 물결' '걱정말아요-소월길'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모' 등을 촬영하거나 개봉했다. 특히 10월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도 걸었다. 이렇게 보람차고 의미있는 해가 있었을까.
고원희는 최근 설날을 앞두고 고운 한복차림으로 뉴스엔을 찾았다. "햇수로 3년째 같은데요. 매해 이맘 때쯤이면 늘 한복을 입고 여러분께 인사드리는 거 같아요." 지난해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봤을 때보다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 유명 한 항공사 CF 모델로 데뷔시절부터 꾸준히 활약 중인 고원희는 20살 젖살과 완벽한 안녕을 했다. 고운 한복에 여성미가 철철, 단아한 매력 뒤로 이젠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의 분위기가 그윽히 올라오고 있다.
신인이라면 누구나 욕심내는 유명한 작가 감독의 드라마, 대작 상업영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욕심낼 법 하건만 고원희의 행보는 좀 다르다. 틈만 나면 독립영화 오디션을 보고, 남들은 하기 어려워하는 작고 특이한 캐릭터도 욕심을 낸다.
"스타보다는 배우에 가까운 이미지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갖고 있어요. 독립영화 쪽에서는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나 캐릭터도 있고,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같고요."
그 남다른 선택과 노력 덕분에 신인으로서는 쉽게 밟기 힘든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빨리 밟은 편이다. 고원희는 "그 덕분에 화장품 모델도 됐어요.(웃음) 부산국제영화제 시기쯤에 화장품 광고 최종 후보에 올라있었는데, 아무래도 영화제에 갔더니 화제가 됐고 기사도 많이 나다보니 예쁘게 봐주신 거 같았어요.(웃음)"
고원희는 또 공개 열애 중이다. '별이 되어 빛나리'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이하율과 벌써 1년 넘게 만남을 이어왔다. 지난해 6월 기사가 나오자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SNS에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아 '예쁜 커플'이란 반응을 얻고 있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경험도 연기자에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혼자서는 몰랐던 제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어요. '아 내가 이럴 때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 같아요."
일도 차근차근, 사랑도 예쁘게, 잘 걸어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스스로는 보이지 않게 채찍질도 심하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가면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마음같은 것도 생겨요.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제가 생각하는 기대치가 있다 보니까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이 조급해지니까요."
연기를 비슷하게 시작한 동료들이, 벌써 저만치 앞서나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왜 여기있고 저 친구들은 저렇게 앞에 있지?'란 생각도 든다. 어쩔 수 없는 비교 때문에 힘이 드는 날들도 있었다. 고원희는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저한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어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벌써 셀수 없이 많이 선 오디션 무대인데도 여전히 떨리고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란다. 오디션만 가면 혼자 연습했을 때보다 잘 안돼 속상한 적도 많았다고. 얼마 전부턴 우황청심환을 먹으며 심호흡을 천천히 하고 있다는 고원희. 그렇게 '죄많은 소녀'란 영화 오디션에도 합격했고 이미 촬영도 거의 끝났다. 벌써 새해 들어 첫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는 거다.
"작년의 두배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죄많은 소녀' 잘 마치고나면 그걸 바탕으로 다른 영화, 좋은 작품도 하고 싶고요. 물론 상업영화나 드라마도 해보고 싶고요. 올해는 영화배우라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원희의 정유년은 이렇게 소박한 듯 원대하다. 조곤조곤 작은 목소리지만 힘주어 새해 계획을 말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뒷모습이 참 예뻤다.
뉴스엔 윤가이 issue@ 이재하 기자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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